정의당의 지방선거 전략은?

등록 2018.05.14 10:43수정 2018.05.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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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열린 '정의당 경남 지방선거 승리전진대회'에서 이정미 당대표와 여영국 경남도당 위원장 등이 나란히 앉아 있다. ⓒ 윤성효


한 달 앞으로 지방선거가 다가왔다. 민주당은 압도적인 정부 지지율을 바탕으로 대구 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노리는 상황이지만, 야당들은 시름이 깊다. 자유한국당은 현직 단체장을 수성하기에도 힘겨워 보인다. 바른미래당은 공천 문제로 당이 쪼개지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민주평화당은 인재난을 겪고 있다.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최근 지방선거 슬로건을 확정했다. '제1야당 교체', '5飛2落', '골목까지 정의롭게,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채택한 것이다. 이중에서도 '5飛2落'이라는 슬로건이 인상깊다. 사자성어를 이용한 슬로건으로, 정의당 측에 따르면 이 슬로건은 '5번 정의당을 선택하면 대한민국 정치는 비상하고, 2번 자유한국당을 선택하면 대한민국 정치가 추락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제1야당 교체', '5飛2落'과 같은 슬로건은 높은 여권 지지율에 맞서서 정부와 여당에 맞대응하기 보다는, 진보정당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자유한국당을 공격함으로써 선명성을 보이려는 정의당의 전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정의당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일부 지역에서 단일화 과정을 거쳤음에도 기초자치단체장을 당선시키지 못해 우울한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풀뿌리 조직을 다지고 기초단체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상황은 녹록지만은 않다.

정의당은 주요 광역단체장에 대한 공천을 마쳤다. 서울시장에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 경기지사에 이홍우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인천시장에 김응호 인천시당 위원장, 부산시장에 박주미 전 부산시의원, 광주시장에 나경채 전 공동대표 등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매우 강한 지역이고, 조직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정의당으로서는 광역단체장 당선을 노리는 일이 쉽지 않다.

대신 기초단체장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과거부터 정의당의 당선가능성이 있는 지역이 있다. 옛 민주노동당과 정의당이 집중해 온 전략 지역은 인천과 울산이다. 인천과 울산 지역은 공단이 많아 도시에 거주하는 노동자 수가 많고 유권자의 평균 연령이 다른 농촌지역보다 젊어 진보 지지자의 규모가 크다.

구체적으로는 울산 북구, 인천 남동구, 인천 동구가 정의당이 당선을 노려볼 만한 지역이었다. 울산은 현대그룹과 민주노총이 있는 곳이고, 인천 동구는 동국제강과 현대제철이, 인천 남동구는 남동공단이 위치한 곳이다. 실제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인천 남동구청장에 배진교 후보, 인천 동구청장에 조택상 후보를 당선시켰다. 이들은 이후 통합진보당 분당 과정에서 정의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의당은 앞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 후보와 인천 동구청장, 인천 남동구청장을 집중적으로 지원한 바 있으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울산광역시장에 도전했던 조승수 전 의원은 26.43%를 기록해 65.42%를 기록한 새누리당 김기현 후보에게 패했고, 인천 동구청장에 도전한 조택상(39.81%), 남동구청장에 도전한 배진교 후보(49.71%) 모두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했다.

아쉽게도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은 노동자 벨트인 울산을 노리기 어렵게 되었다. 최근 있었던 단일화 과정에서 민중당에 패했기 때문이다. 앞서 정의당은 민중당과 울산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와 울산 북구청장 선거에 나올 진보 단일후보에 대해 단일화 경선을 진행한 바 있다.

정의당은 울산 북구 국회의원 후보로 조승수 전 국회의원을, 북구청장 후보로 김진영 후보를 준비했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민주노총 울산본부 대의원 투표 50%, 주민여론조사 50%를 통해 이루어진 경선에서 각각 권오길, 강진희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울산 남구, 울주군을 비롯한 타 지역은 아직 보수세가 꽤 강한 지역임을 감안하면 아쉬운 패배였다.

앞서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인천 동구청장에 당선되었던 조택상 후보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으로 자리를 옮겨 떠났기 때문에, 울산 북구 대신 정의당이 노려볼 지역은 인천 남동구다. 인천 남동구는 구월ㆍ간석ㆍ만수동ㆍ논현고잔동을 포함하는 지역으로, 남동공단과 주택가를 포함한다. 과거에는 보수세가 있었으나 현재는 보수세가 많이 약해진 곳이다.

남동구에 출마하는 배진교 전 남동구청장에 대한 지지는 아직 굳건하다. 여론조사업체 '데이터앤리서치'가 <로이슈>의 의뢰로 3월 29~30일간 남동구 주민 1014명을 상대로 실시한 '인천 남동구청장 후보적합도' 조사에서 배진교 전 구청장은 23.4%로 1위를 기록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인천 남동구는 재보궐 선거도 이루어지는 지역이다. 인천 남동구 갑을 지역구로 했던 더불어민주당의 박남춘 의원이 인천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이 자리에 이혁재 전 정의당 사무총장을 공천하고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또한 3일에는 남동구 모래내시장에 지도부가 방문해 상무위원회를 열고 남동구를 전략지역으로 선정하는 등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기초 조직이 약한 정의당으로서는 지방선거에서 모든 지역에 집중할 수 없다.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당선이 안정적인 지역을 공략해야 한다. 그곳이 바로 인천 남동구다. 이정미 대표 본인도 인천을 정치적 근거지로 삼아 활동하고 있기에, 인천 지역에서의 성과가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정미 대표 체제의 정의당이 민주당이 강해진 현 정국에서 효과적인 선거를 치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의당 #인천 #남동구 #배진교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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