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사라져서 어째?" 그만 물어보세요

[공모- 이름 때문에 생긴 일] 짖궂은 장난에도... 내 이름이 좋은 이유

등록 2018.06.01 09:48수정 2018.06.0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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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서가을이요."
"서가은 고객님이요?"
"아니요.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때 그 가을이요."

고객센터에 전화를 할 때 자주 겪는 상황이다. 자기소개를 할 때도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어느 순간 자기소개를 이렇게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계절에 있는 서가을입니다."

사람들은 '가을'이란 이름을 가진 나를 부러워한다. 흔치 않기 때문에 이름만큼은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치 않은 이름, 특히나 '가을'이란 이름으로 사는 것은 그렇게 부러운 건 아니다.

이름만 가을일 뿐인데...

다들 내가 가을에 태어났기 때문에 이름이 '가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여름에 태어났다. 이런 질문도 받아보았다.

"가을아, 요즘 온난화 때문에 봄과 가을이 사라져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듣고 나서 머릿속에 물음표 세 개가 그려졌다. 그래서 내가 "심각하죠"라고 답을 내놓으면

"너는 이름이 가을인데 구체적으로 생각해야지"라고 혼났다.

단지 이름이 '가을'일 뿐인데, 사람들은 내가 가을(계절)의 전문가라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가을에 태어나지 않았다고 했을 때도, 가을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이 없다고 했을 때도 사람들은 이상하게 실망한 눈치다. 마치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답만 해)인 것처럼 내가 그들에게 할 답변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대부분 농담으로 하는 소리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21년 동안 지겹도록 듣는 이야기라 이제는 제일 듣기 싫은 질문으로 등극했다. 그리고 이 질문 때문에 나는 가을(계절)이 싫어졌다.

이제는 다른 레퍼토리로

친한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다들 내 이름으로 한번씩 날 놀리고 싶어 한다.

"가을아, 지금은 가을도 아닌데 어떻게 왔니?"
"가을아, 이제 너의 계절이 왔어."
"서가을? 서어톰(autumn)이네"

사람들이 내 이름으로 나를 놀리는 방법이다. 너무 오랫동안 듣다보니 지겨워 놀리려는 친구에게 "나를 놀리고 싶거든 다른 소재를 갖고 와"라고 말했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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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다고 했더니 친구는 새로운 방법을 터득했다. ⓒ 엔에치엔벅스


가수 이문세의 노래 중에 <가을이 오면>이 있다. 친구는 내 앞에서 그 노래를 주구장창 불러댔다. 그 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한테도 전파를 시켰다. 그래서 나는 여러 애들이 부르는 것을 들어야만 했다. 덕분에 나는 그 명곡이 들릴 때마다 정말 끔찍하다.

내 지인들 중에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경우가 많다. 신기하게도 그 사람들이 서로 친한 것처럼 똑같은 소재를 사용한다. 그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제는 놀리고 싶으면 다른 레퍼토리로 놀려!"

그럼에도 나는 내 이름이 좋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보면 '차라리 개명을 하지' 생각이 들 수 있다. 나도 진심으로 개명을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내 이름이 좋은 이유, 지금까지 '서가을'로 살아 온 이유가 있다.

우선, '가을(계절)'이 주는 따뜻한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첫 인상을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나는 사람에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첫 인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첫 인상'처럼 바뀌기 힘든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 본 사람에게 낯을 가려 친절하게는 대하지만 살갑지 못한다. 그런데 이름 덕분에 어쩌면 '차가운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는 첫인상이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가장 큰 이유는 내 이름을 대체할 만한 이름이 없는 거다. 이름이 흔한 이름이 아니다보니 처음 만난 사람도 '서가을' 하나만큼은 잘 기억한다. 공연 보는 걸 좋아하는데, 응원하는 배우가 내 이름을 기억했을 때 정말 이름 덕을 본다고 느낀다.

또, 한글 이름이다보니 한문 이름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도 있다. 초등학생 때 한문을 익히라는 이유로 '한문이름 00번 써오기' 숙제를 많이 받았다. 그때 나만 혼자 좋아했다. 다른 애들은 익숙하지 않은 한문을 그리다시피 주어진 양을 써야 했다. 그래서 다들 울상이었다. '서가을'만 반복하면 되는 나 혼자 '룰루랄라'였다. 마지막으로 내 이름이 가진 뜻이 너무 좋다.

'가을만큼 따뜻한 사람이 되어라.'

이렇게 편리함, 좋은 뜻을 담고 있는 이름을 대체할 이름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리고 개명하기엔 아직까지 '서가을' 내 이름이 좋다.
덧붙이는 글 이름 때문에 생긴 일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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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 좋아하는 대학교 4학년입니다. 뮤덕, 슈덕으로 통칭되기도 합니다.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예비 사초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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