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도 이정희입니다

[공모- 이름 때문에 생긴 일] 유명인과 동명이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등록 2018.06.01 14:22수정 2018.06.0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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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대표는 2013년 8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 유성호


동시대 유명인과 동명이인으로 살아가는 건 약간 억울한 일이다. 그래도 재밌는 게 조금 더 많다.

2013년 여름,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로 활동하게 됐다. 한참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정국이 시끄러울 때였다. 어느 날은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CCTV 녹취록'을 풀고, 어떤 날은 광화문 촛불집회를 취재했다. 갓 상경해 집 가는 길도 어색했던 내가 국회를 들락거리며 '기자놀이'에 빠지기도 했던 시기다. 누가 누군지 헷갈리는 국회의원 옆에 붙어 휴대폰 녹음기를 들이대며 백브리핑을 받는 게 그저 재밌던 '초짜' 인턴기자였다.

매일 하는 일이 달랐다.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출근 전부터 안절부절못했다. 출근 준비에 정신없던 어느 아침, 당시 정치부장이 갑자기 삼청동으로 가라고 지시했다. 무슨 일인지 정확한 정보를 주면 좋을 텐데 흔들거리는 버스 안에서 휴대폰을 통해 '거기 한번 가 봐' 하고 전달받았다. 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거기 가면 이정희 대표가 있을 거야. 가서 '안녕하세요~ 저도 이정희입니다' 하고 넉살부리고 멘트받아서 기사 잘 써봐."

그날은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대표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한 날이었다. 상경 2주 차 인턴기자가 삼청동에 첫발을 내디딘 날이기도 하다. 입구부터 경비가 삼엄했다. 사복경찰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주변을 주시했다. 초짜가 뭘 알겠는가? 빨간 책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경찰에게 가 '오늘 이정희 대표님 어디서 기자회견 하시냐'고 물었다. 경찰은 누군지도 묻지 않고, 친절하게 '안으로 쭉 걸어가시라'고 답했다.

한참을 걸어가니 기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당직자를 만나 명함을 건넸다. 이름이 신경 쓰여 머뭇거렸지만, 딱히 보지 않는 듯했다. 내 머릿 속엔 부장 지시대로 이정희 대표를 만나면 어떤 말을 건네야 할 지 인사말만 생각하고 있었다. 당직자는 이정희 대표가 도착하기 전에 질문할 매체와 질문수를 조율했다. 오마이TV에서 동행했기 때문에 내 차례는 오지 않았다.

결론은 이정희 대표님을 만났지만, 넉살부리며 자기소개하거나 질문하진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날 이정희 대표의 1인 시위 기사는 스트레이트 형식으로 출고됐다. 발로 쓴 듯한 기사는 사수 선배가 완전히 새로운 글로 탈바꿈해줬고, 주요 포털사이트 메인뉴스에 자리 잡기도 했다. 기사를 본 지인들은 내 기사를 갈무리해 '신기하다'며 메시지를 보냈다. 댓글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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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네 제가 이정희입니다. ⓒ 이정희


<오마이뉴스> 계정을 통해 쪽지도 받았다. '이정희 의원님 파이팅!'이라고. 뭔가 죄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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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저는 그분이 아닙니다. ⓒ 이정희


가끔 심심하면 포털에 내 이름을 검색해본다. 동시대 이정희가 참 많다.
덧붙이는 글 이름 때문에 생긴 일 공모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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