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연락사무소 조속 개설'
북 '6.15 공동행사 남측에서 열자'

남북고위급회담서 나온 리선권의 깜짝제안 "회담, 전체공개 하자"... 조명균 "뜻은 알겠는데"

등록 2018.06.01 13:04수정 2018.06.0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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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급회담장 입장하는 조명균, 리선권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남북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회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판문점 공동취재단, 신나리 기자]

남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공단 내에 조속히 설치하자고 했다.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를 서두르자는 것이다. 북측은 사전준비를 거쳐 최대한 빨리 열자고 답했다. 북측은 6.15 남북공동행사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북측은 당국, 민간, 정당, 사회단체, 의회 등이 참여한 6.15 공동행사를 남측지역에서 개최하자고 했다.

남북은 1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을 열고 제1차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오전 10시부터 55분간 이어진 회의에서 남측은 6가지 제안을, 북측은 3가지 의견을 주고받았다.

"6.15 공동행사, 남에서"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남측이 첫 사업으로 언급한 것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였다. 남측은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공단 내에 설치, 조속히 가동하자고 했다. 북측은 개성공단 내 시설이 상당 기간 사용하지 않아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필요한 사전준비를 하고 최대한 빨리 개소하자고 답했다.

6.15 남북공동행사를 남측 지역에서 열자고 제안한 것은 북측이었다. 이어 분야별 실무회담 역시 조속히 개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늘 회담에서 장소와 날짜를 확정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남측 역시 장성급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체육회담, 산림 철도·도로 실무회담 등 분야별 실무회담이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이어 산림협력도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생각이 있다는 뜻을 전했다. 동해선·경의선 철도 도로 연결,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관련해 남북 간 공동 연구·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공개적으로 기자 선생들이 다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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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급회담 모두발언하는 리선권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전체회의에 앞서 열린 모두발언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남북고위급 회담을 기자들 앞에서 '전체 공개'하자고 깜짝 제안하기도 했다. 고위급회담의 진행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며, 과거의 회담 문화와 결별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것이다.

리 위원장은 '신뢰·배려'를 강조하며 회담 공개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리 위원장의 제안은 북한이 남북관계의 일부 보도에 불만을 표시했던 것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리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이행을 위한 첫 북남고위급회담인 만큼 공개적으로 기자 선생들이 다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기자 선생들이 정의와 진리의 대변자들이고 여론을 선도하는 선각자들"이라며 "이제는 과거처럼 불신과 그런 반복과 대결과 충돌과 같은 환경 속에서 회담을 진행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끄덕이면서도 리 위원장의 제안을 선뜻 받지는 않았다. 조 장관은 "공개 못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회의의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일단 기본적인 의견을 한번 교환한 다음에 가능하다면 중간에라도 우리 기자단들이 들어와 오래 취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수뇌분들이 앞장서 가고 계시는데 우리가 종주먹 부르쥐고 뛰나 가서라도, 뛰나 가는 모습을 보면 온 겨레가 좋아하면 좋아했지 나빠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리 위원장은 재차 '전체 공개'를 요구했지만, 조 장관은 기본적인 논의는 비공개로 하자고 거듭 설득했다. 결국, 리 위원장은 "역시 회담이라는 거는 타협의 예술이라고 했으니까 타협을 하자"라며 "제가 오늘은 양보하겠는데, 다음번에는 공개를 좀 하자"라고 한 발 물러섰다. 조 장관은 웃으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조명균의 속도, 리선권의 신뢰·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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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균, 고위급회담 모두발언 1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연신 '속도'를 강조했다. 리 위원장은 '신뢰'와 '배려'라는 추동력이 중요하다고 맞받았다.

조 장관은 "지난 5개월 동안 지속된 남북관계 여러 문제를 잠깐 생각해봤다"라며 "지난 5개월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우리가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리 위원장은 "북남관계는 어떤 추동력을 가져야 하는가. 신뢰, 신뢰"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대방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 주는 배려"를 언급하며 "올해 들어오기 전까지 일촉즉발의 동결국면에 놓여있던 북남관계를 고려해 볼 때 백 번 천 번 지당한 견해"라고 거듭 말했다.

리선권 "고위급회담, 남측이 잘못했잖아"

이날 모두발언에서 리 위원장은 지난 5월 16일로 예정됐던 고위급회담이 연기된 것을 두고 '남측 책임'으로 분명히 하는 말도 했다. 그는 "5월 우리가 만나지 못한 거는 조명균 장관 선생이, 기자 선생들이 있으니까, 절대 자기비판은 하지 마시고 넘어갑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까 기자 선생이 '엄중한 상황이 해소됐다고 생각합니까'라고 해서 그거는 조명균 선생한테 물어보라고, 그 장본인, 그 초래한 사람한테 물어야지 나한테 물어보는가 그렇게 얘길 했다"라면서도 "이미 과거가 됐으니까 앞으로 그걸 범하지 않으면 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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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급회담 참석, 군사분계선 넘는 북측대표단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1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남북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이날 남측취재진은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회담장인 평화의집으로 향하는 리 위원장에게 북측이 고위급회담 연기 이유로 내세웠던 '엄중한 사태'가 해결이 됐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잠시 침묵한 뒤 리 위원장은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는 측면에서 질문이 진행되(어야 하)고 뭔가 불신을 조장시키고 오도할 수 있는 질문을 하면 되지 않겠다"라고 취재진의 소속을 물었다. 취재진이 "jtbc"라고 답하자 리 위원장은 "손석희 선생이랑 잘하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질문하오"라며 "앞으로 이런 질문은 무례한 질문으로 치부할 수 있다"라고 받아쳤다(이날 jtbc는 사전에 공동취재단의 협의에 따라 리 위원장 근접에서 질문을 하기로 조율했다).

한편, 이날 고위급회담에 남측은 조 장관을 비롯해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안문현 국무조정실 심의관 등이 참석했다.

북측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단장으로 김윤혁 철도성 부상, 원길우 체육성 부상, 박용일 조평통 부위원장,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 부위원장 등 5명이 나왔다.
#남북고위급회담 #조명균 #리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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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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