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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도 뚫지 못한 '아이슬란드 빙벽', 메시도 당했다

[러시아월드컵] 첫 경기에서부터 엇갈린 희비

18.06.17 11:49최종업데이트18.06.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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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양대 '축구의 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2018 러시아월드컵 첫 경기에서부터 희비가 엇갈렸다.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D조 1차전 아이슬란드와 경기에서 전반적으로 저조한 공격력 속에 1-1 무승부에 그쳤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19분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지만 불과 4분만에 핀보가손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이후 다시 리드를 가져오지 못했다.

사실상 이번 월드컵에서 벌어진 첫 이변이다. 아르헨티나의 에이스이자 지난 대회 골든볼 수상자인 메시는 이날 아이슬란드의 견고한 수비벽에 막혀 득점에 실패했고 후반에는 결정적인 페널티킥까지 실축하며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불과 하루전 라이벌 호날두가 헤트트릭을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기에 메시의 부진과 더욱 대조가 될 수밖에 없었다.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B조 첫 경기에서 우승후보 스페인과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같은 무승부였지만 포르투갈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로 꼽힌데다 패색이 짙어가던 승부를 호날두의 원맨쇼로 뒤집었다는게 결정적인 차이였다. 사실상 호날두와 팀 스페인간의 1VS 11대결같았다는 평가다.

이날 호날두는 특급 선수들이 즐비한 스페인을 상대로 동료들의 이렇다할 지원을 받지못하는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며 이번 월드컵 첫 헤트트릭의 주인공이 됐다. 호날두 개인에게도 월드컵 본선 4회 출전만에 기록한 첫 헤트트릭이다. 또한 호날두는 월드컵 역사상 4번째이자 포르투갈 선수로서는 최초로 월드컵 4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득점을 기록한 선수에도 이름을 올렸다.

팀보다 위대한 개인도 있다는 것을 증명한 호날두와 달리, 메시는 정반대로 팀의 위대함 앞에 고개를 숙였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첫 출전국인 아이슬란드에 뜻밖의 덜미를 잡히며 험난한 행보를 예고했다. 지역예선부터 고전하며 간신히 본선진출에 성공했던 아르헨티나는 비교적 무난한 조에 편성되었다는 예상과 달리 첫 단추부터 꼬이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남은 상대가 만만치않은 전력을 지닌 크로아티아와 나이지리아라는 것을 감안하면 제아무리 아르헨티나라도 승리를 쉽게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북유럽인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인구가 34만명에 불과하여 서울 도봉구 인구(34만6629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서 축구선수로 활약하는 인구는 모두 합쳐도 약 120명 정도에 불과하며 자국 프로리그도 없어서 축구선수들의 절반 이상이 다른 직업을 병행하는 투잡족일만큼 인프라가 열악하다. 아이슬란드의 헤이미르 하들그림손 감독은 심지어 본업이 치과의사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지난 유로 2016에서 선수 전원이 EPL(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스타들도 구성된 잉글랜드를 깜짝 격파하는 이변을 연출하는 등 사상 첫 8강 진출을 일궈내며 '얼음 왕국의 동화'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아이슬란드는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지역예선을 조 1위로 통과하며 사상 첫 월드컵 본선진출을 일궈낸데 이어 본선 첫 경기부터 강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감격의 첫 승점까지 따내며 2년전 유로 2016의 돌풍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알고도 못뜷는' 촘촘한 수비조직력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리는 아이슬란드가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나올 것은 누구나 예상한 결과엿였다. 아이슬란드는 볼점유율와 슈팅찬스에서 아르헨티나에 일방적으로 밀리면서도 수비에서 끈질긴 집중력을 발휘하며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침투할수 있는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았다.

후반 12분 페널티박스 안 오른쪽에서 시도한 아구에로의 슈팅과, 14분 바네가의 중거리 슛은 모두 골문 앞까지 가기도 전에 수비진의 육탄방어에 튕겨나왔다.골키퍼 할도르손의 거미손 모드도 돋보였다. 후반 19분 메시가 스스로 얻어낸 PK 찬스에서 키커로 나서자 힐도르손은 메시의 움직임을 완벽히 간파하며 슈퍼 세이브로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메시는 이날 무려 9개의 슈팅을 퍼부었으나 번번인 아이슬란드의 수비벽과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메시는 이로서 지난 2014 브라질 대회 16강전부터 시작된 월드컵 무득점 행진을 5경기로 늘리게 됐다. 11명이 똘똘뭉친 아이슬란드가 '원팀'으로서 메시라는 걸출한 슈퍼스타를 어떻게 무력화시킬수 있는지 보여준 교과서같은 경기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호날두 역시 아이슬란드에 똑같은 방식으로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유로 2016 조별리그 당시 포르투갈과 아이슬란드는 같은 F조에 편성되었고 1차전에서 맞붙었으나 1-1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못했다는 점. 에이스인 호날두가 아이슬란드의 육탄방어에 막혀 끝내 득점에 실패했다는 것까지 똑같은 패턴이다.

당시 호날두는 아이슬란드의 플레이에 대하여 "수비만 하는 겁쟁이들" "골문앞에 버스라도 세워놓은줄 알았다."고 비난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호날두와 메시를 상대로 끝내 골을 내주지도 패하지도 않았다는 것은 아이슬란드 축구사에 두고두고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을 전망이다.

하지만 호날두는 아이슬란드전의 부진과 별개로 지난 유로 2016에서 결국 포르투갈을 정상으로 이끌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메시와 달리 국가대표 무관의 한을 푼데다 지난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사상 첫 3연패의 위업을 이뤄내며 메시가 이뤄내지 못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의 성적은 짧게는 내년 발롱도르 경쟁에서부터 궁극적으로는 호날두와 메시라는 두 슈퍼스타의 '최고선수'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수 있다. 호날두와 마찬가지로 월드컵 본선에 4회 연속 출전하는 메시는 총 15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며 이름값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중이다. 호날두가 지난 스페인전에서 헤트트릭을 기록하며 월드컵 통산 득점 6골로 메시보다 한 걸음 앞서나가게 됐다.

메시에게 있어서 이번 월드컵은 그의 축구 경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중 한 명으로 꼽히는 메시지만 소속팀이 바르셀로나에서의 눈부신 업적에 비하여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서는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제외하면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특히 2014 브라질월드컵부터 2015~16 코파 아메리카까지 메이저대회 준우승만 3연속으로 기록하는 불운을 겪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때 국가대표팀 은퇴까지 선언했다가 팬들의 만류로 번복하고 다시 대표팀에 복귀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호날두도 우승을 차지했던 2년전 유로 2016 당시 초반 스타트는 그리 좋지않았지만 뒤로 갈수록 제 실력을 발휘하며 반전에 성공한바 있다. 첫 경기에서 체면을 구긴 메시도 남은 경기에서 반전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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