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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에 걸맞지 않았던 아르헨티나, 아이슬란드 저항에 발목잡히다

[러시아월드컵] 아르헨티나, 첫 출전국 아이슬란드와 1-1 무승부

18.06.17 11:52최종업데이트18.07.0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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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7월 3일 오전 9시 45분]

아르헨티나의 조별리그 첫 경기 대진운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좋음을 알수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시작으로 이번 러시아 월드컵까지 아르헨티나는 8번의 월드컵에서 무려 5번이나 첫 출전국과 맞대결을 펼쳤다.

첫 출전국과 맞대결을 펼친 아르헨티나는 4번을 승리하며 조별리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고 이를 바탕으로 다소 손쉽게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첫 출전국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1-1 무승부에 그친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흐름을 가져가지 못한 아르헨티나

예상대로 아이슬란드가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촘촘한 간격의 두 줄 수비를 바탕으로 아르헨티나에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겐 흐름을 가져갈 기회는 있었다.

전반 19분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환상적인 볼 트래핑 이후 왼발 터닝슛으로 득점을 터뜨리며 아르헨티나가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수비가 문제였다. 이전부터 늘 지적받았던 포백 수비와 유럽무대 경험은 많지만 대표팀 경험이 일천한 37세의 노장 윌리 카바예로가 지키는 골문은 이번 대회 아르헨티나의 불안요소 중 하나였다.

득점 후 4분 뒤 수비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아이슬란드의 핀보가손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첫 번째로 흐름을 가져가지 못했던 아르헨티나는 공격진의 정적인 움직임과 미드필드에서 경기를 풀어줄 선수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힘겨운 경기를 펼칠수 밖에 없었다.

후반전에도 아르헨티나쪽으로 흐름이 이어졌지만 그 흐름을 타는 데는 실패했다. 정점은 후반 19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막다가 아이슬란드 수비수가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줬다. 해결사로 나선 리오넬 메시는 페널티킥을 실축했고 흐름을 가져갈 기회를 잡았던 아르헨티나는 더 이상 경기흐름을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

월드컵 첫 경기부터 엇갈린 호날두와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는 영원히 비교될 수밖에 없는 그러한 운명이 됐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여부와 개인타이틀, 따낸 우승트로피와 국가대표에서의 활약 등 서로 경쟁하고 서로가 서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두 선수에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번 월드컵은 그래서 의미가 컸다. 두 선수 모두 소속팀에서 이룰수 있는 것은 모두 이룬 상황에서 약점이라면 대표팀 우승경력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호날두는 유로2016 우승을 맛봤지만 결승전에서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있어 이번 월드컵 우승에 대한 염원이 크고, 10년넘게 대표팀에서 활약한 메시 역시 최근 4년간 월드컵과 두 차례의 코파 아메리카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친 그 한을 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메시는 2005년 U-20 월드컵이 대표팀 마지막 우승).

하지만 첫 경기부터 두 선수의 운명은 엇갈렸다. 스페인과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포르투갈은 3-3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에이스인 호날두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자칫 패배로 이어질 뻔했던 팀을 살리며 여전히 존재감을 알렸다.

이어 아이슬란드 전에 나선 메시는 자신의 생일을 허무하게 보냈다. 볼을 잡으면 아이슬란드의 3명의 선수가 달라붙으면서 메시를 집중 견제했고 동료들은 정적인 움직임속에 메시를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다. 슈팅도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빗나가거나 높이 뜨는 등 영점도 제대로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결정적으로 후반 19분 얻어낸 페널티킥 기회에선 아이슬란드의 할도르손 골키퍼에게 막혔는데 방향, 슛 파워 모든것이 골키퍼가 막기 편하게끔 이어지면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날린 꼴이 되고 말았다.

'AGAIN 1990'이었던 아르헨티나, 'AGAIN 2002'되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개막전에서 전 대회 우승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카메룬에게 0-1의 충격패를 기록했다. 기세를 탄 카메룬은 그 대회에서 8강에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고, 아르헨티나는 소련과 경기에서 승리한 데 이어 루마니아와 무승부를 거둬 1승 1무 1패, 조 3위로 힘겹게 16강에 진출했다(당시에는 24개국 출전으로 3위 4팀 와일드카드로 16강진출).

그나마 당시에는 조별리그를 통과해 토너먼트에선 한골 승부와 승부차기를 통해 힘겹게 결승까지 진출해 준우승을 거뒀던 아르헨티나였지만 아르헨티나를 더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것은 AGAIN 2002가 재현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조편성도 2002년 한일 월드컵과 같은 맥락을 보이고 있다. 2002년 당시에도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잉글랜드, 스웨덴과 한 조였던 아르헨티나는 이번 월드컵에선 아이슬란드, 크로아티아, 나이지리아와 한 조에 편성되 만만찮은 대진표를 받았다. 물론 2002년에 비하면 그나마 낫다고 볼 수 있지만 아르헨티나의 현 전력으론 이 3팀과의 대결은 버거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일전을 치른 크로아티아, 나이지리아의 전력을 아르헨티나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크로아티아와 나이지리아가 첫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곤 하지만 아이슬란드 전에서 보여준 아르헨티나의 경기력이라면 손쉽게 승리를 예상하긴 힘겨워 보인다. 더구나 나이지리아는 1패를 떠안고 있는 상황인지라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비와 기동력이 버텨줄지가 관건이다.

아이슬란드전 무승부로 인해 아르헨티나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본선 첫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첫 경기는 AGAIN 1990이었는데 과연 아르헨티나의 조별리그 통과여부는 AGAIN 2002가 될지, 아니면 1990년처럼 힘겹게라도 조별리그를 통과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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