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사죄 퍼포먼스와 제1야당의 미래

[게릴라칼럼] 자유한국당 사죄퍼포먼스와 정진석의 세월호 비유... 박주민의 읍소를 새기시라

등록 2018.06.17 13:32수정 2018.06.1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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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습니다' 무릎꿇은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이 6.1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가운데 15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실에서 비상의총을 마친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현수막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 권우성


자유한국당이 '또' 무릎을 꿇었다. 지난 15일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을 꿇었다. 한 마디로, 지겹다. 당을 바꿀 때 마다, 선거를 앞두고 불리하거나 패배했을 때마다 등장하는 이 '사죄 퍼포먼스'는 철지난 유행가의 반복되는 후렴구요, 공허한 메아리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김현민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자유한국당은 모호한 반성이 아니라 국정 협력에 대한 약속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히며 "한국당이 국회 운영과 관련해 원만한 대화와 합의를 약속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모호한 반성이야말로 지방선거 참패를 대하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상징하는 표현일 것이다. 사실 이들의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진술'은 이날 취재진을 만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세월호처럼 완전히 침몰했잖아."

사죄 퍼포먼스에 합류하기 직전, 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응징을 받은 자유한국당을 세월호에 비유했다. 마치 세월호 참사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골든 타임' 운운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세월호처럼 완전히 침몰했잖아. 통렬한 자기반성, 성찰 이게 우선돼야 하고 천천히 생각해야지 오늘당장 결론 내린다고 설득력이 발휘되질 않아요. 진짜 마음을 비우고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민해야지."

비록 세월호를 입에 담은 이후 정진석 의원은 "반성"과 "성찰"을 언급했지만, 이를 귀담아 들을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참패를 세월호 참사를 빗댄 정진석 의원의 이 망언에 분노한 이가 한 둘이 아니었다. 당사자인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대표적이다. 15일 오후 유 집행위원장은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적었다.


"저놈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그저 배가 침몰한 사고일 뿐입니다. 그 안에서 어이없이 죽어간 아이들은 아무것도 아닌 겁니다. 모두 다 배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사투를 벌인 아이들을 보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아파하며 싸우고 있지만 저놈들에게는 그런 거 보이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겁니다. 그래서 저놈들은 싹 다 사라져야 할 적폐잔당인겁니다."

홍준표의 뒷끝과 자유한국당의 변치 않는 DNA

어디 정 의원뿐일까. 역시 15일 "민심은 자유한국당에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습니다"라며 "아프게 맞겠습니다. 그리고 저부터 반성하겠습니다"라는 소감을 소셜미디어에 적었던 나경원 의원. '사죄 퍼포먼스'에 동참했던 나 의원 역시 언론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기식 사죄 퍼포먼스'가 못마땅한지 언짢은 듯한 표정을 짓는 화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이 사죄 퍼포먼스에 의도적으로 찬물을 끼얹은 이가 또 있었으니 다름 아닌 홍준표 전 대표였다.

'마지막으로 막말 한번 하겠습니다.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 하는 사람,
추한 사생활로 더 이상 정계에 둘수 없는 사람,
의총에 술이 취해 들어와서 술주정 부리는 사람,
국비로 세계일주가 꿈인 사람,
카멜레온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변색하는 사람,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
친박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 받거나 수차례 하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
탄핵 때 줏대 없이 오락가락 하고도 얼굴, 경력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에 붙어서 앞잡이 노릇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 속에서 내우외환으로 1년을 보냈습니다.'

16일 하루 화제가 된 홍준표 전 대표의 '마지막 막말'의 핵심 내용이다. 홍 전 대표는 이어 "이념에도 충실 하지 못하고 치열한 문제의식도 없는 뻔뻔한 집단으로 손가락질 받으면 그 정당의 미래는 없습니다"며 "가장 본질적인 혁신은 인적 청산"임을 적시했다. '사죄 퍼포먼스'를 대놓고 비판하는 듯 "겉으로 잘못을 외쳐본들 떠나간 민심은 돌아오지 않습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한국 보수 정당은 역사 속에 사라질 겁니다."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전 대표의 '뒷끝'이라고 볼 수도 있다. 벌써부터 '평당원' 홍준표가 겨냥한 '인적 청산'의 대상들이 누구인지 실명과 행적을 거론하며 꽤 설득력있게 풀이한 인터넷 게시물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본질은 본질이고, 사실은 사실이다. 또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 있다. "국회의원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념과 동지적 결속이 없는 집단은 국민들로 부터 외면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라던 홍 대표의 일침 중 국민들이 관심을 두는 건 자유한국당만의 "이념과 동지적 결속"이라기보다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보수가 다 죽은 줄 알지만 아직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콘크리트우파가 30% 정도 있다는 게 입증됐다. 더 이상 이들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 뒷문 열어놓고 집나간 토끼 잡으러 쫓아다녔다. 우리당에 실망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열성우파가 아직도 많다."

15일 김진태 의원이 본인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장한 글 중 일부다. 세월호를 언급한 정진석 의원이나 "콘크리트우파가 30% 정도 있다는 게 입증됐다"고 반가워하는 김진태 의원은 조족지혈일 수 있다.

자유한국당과 가짜보수의 혁신이, 환골탈태가 불가능하리라 국민들이 여길 수밖에 없는 자유한국당의 DNA 인자들은 여전히 차고도 넘친다. 홍 전 대표가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환기시킨 것이야말로 홍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 행한 가장 큰 업적이 아닐까.

6.13 지방선거 결과는 심판 아닌 그 보다 더한 응징

"선거가능연령 낮추어 주세요. 다른 당들은 전부 찬성하는데 유일하게 반대하셨죠! 공수처 설치도 찬성해주세요. 이것도 다른 당들 다 찬성하는데 반대하셨지요. 소방관 국가직화 관련 법안도 찬성해주세요. 국민안전을 위해서입니다. 4.27 판문점 선언도 승인해주세요. 남북평화정착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도 찬성해주세요. 맨날 말씀하시는 서민들이 너무 힘들어합니다. 부동산보유세강화법안이나 법인세강화법안 등도 같은 맥락에서 찬성해주세요.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도 찬성해주세요. 다른 당들 다 찬성한다고 합니다."

16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사죄 퍼포먼스를 염두에 둔 듯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반문한 뒤 위와 같이 "꼭 힘 합쳐 주세요! 특히 아래 사진처럼 무릎 꿇을 정도라면...또 말로만 반성한다면 정말 국민들이 실망하고 분노할 것입니다. 정말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세요!"라고 요구했다. 박 의원의 말마따나, 지금 국회는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역대 어느 국회보다 '일 안 하는 국회'임을 스스로 자임하는 중이다.

그에 앞서 박주민 의원은 "저희들도 잘못한 것 많습니다. 정말입니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 더 열심히 하려 합니다"라고 전제하기도 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그러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만큼이나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가짜보수에 대한 심판과 응징이란 성격이 강했다. 더불어 일하지 않은 국회를 향한 채찍질도 포함됐다고 봐야 옳다.

그래서 "저희들도 잘못한 것 많습니다"라는 '초선' 박주민 의원의 전제는 진정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 전제 아래 "달라진 모습을 보여달라"는 요구와 함께 같이 일을 하자는 읍소야말로 "잘못했다"던 자유한국당의 '사죄 퍼포먼스'보다 훨씬 유효한 국회 내 목소리로 들릴 여지가 충분하다. '뒷끝'이나 보이는 전 대표나 '세월호' 비유나 '콘크리트극우' 운운하는 의원들이 득시글한 자유한국당의 공허한 메아리보다 훨씬 '민심'에 가까운.

"아니 지금 젊은이들이 자기 나라를 '헬 조선이라고 하는 마당에도 그런 고민조차 하는 일이 없어요. 국민에게 그런 거 보여준 일이 없어요. 대안은 고사하고. 그러니 국민이 그런 세력을 신뢰하겠어요? 더군다나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집권으로 이어진 9년 동안 있었던 일이 최근에 드러났어요. 그 무능과 부패, 이걸 뭐라 변명하겠습니까? 완전이 국민이 이번에 응징한 거죠, 응징. 신판 정도가 아니라."

최근 KBS와 인터뷰한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의 자유한국당 평가다. 심판이 아닌 응징이란 대목이 인상적이다. 앞으로도 그렇게만 하시라. 응징을 한 국민들 앞에서 퍼포먼스나 벌이는 제1야당의 맨얼굴을 국민들이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그러한 사죄와 읍소에 쉽사리 속지 않는다는 진실 역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확실히 입증됐다. 무능하고 부패한 집단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뼈 저리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제1야당의 미래를 본인들 스스로가 끝장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홍준표 #박주민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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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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