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한국외교, 문재인의 의욕을 꺾지 못했다"

자간나트 판다 연구원의 인도 일간지 <파이어니어> 기고글 주목

등록 2018.07.09 17:39수정 2018.07.0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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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 지도자 동상에 예를 표하는 문 대통령 인도에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사진)이 9일(현지 시간) 한국-인도 경제 인사들을 상대로 "한국은 지금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이라며 "지금이 한국에 투자할 적기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첫 일정으로 인도 '악샤르담 힌두사원'을 방문한 문 대통령의 모습.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가운데 뉴델리국방분석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인도 영문 일간지 <파이어니어>(The Pioneer)에 기고한 글이 주목받고 있다.

자간나트 판다(Jangannath Panda) 연구원은 8일 '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에서 차지하는 인도의 위상'(India Arc in Moon's southern policy)라는 기고글에서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왜 인도를 주목하는지를 상당히 설득력있고, 흥미롭게 분석했다.

[번역 전문] '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에서 차지하는 인도의 위상'

"한-아세안 관계 지속적 진전... 하지만 중국·일본과의 경제관계 확대"

먼저 판다 연구원은 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이 "동북아 평화와 안전 실현방안에 대한 컨센서스를 구축하고 한편으로 유라시아지역에 대한 한국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면, 신남방정책은 "인도태평양 내 경제이익 실현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판다 연구원은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그의 신남방정책의 '새로움'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라며 "이 새로움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외교관계에 있어 한국이 취하는 접근방식이 새로운 맥락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좀더 깊은 연관이 있다"라고 밝혔다. 

판다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새로운 맥락'은 ▲ 한국이 아세안 및 인도에서 경제적 협력을 확대하고 ▲ 한국의 외교 및 경제협력에서 아세안 및 인도가 갖는 활력을 잘 보여주고 ▲ 한국이 아세안 및 인도에 접근하는 데서 상충적인 요인이 없으며 ▲ 제한적인 역내 비전이지만 인도태평양과도 연결될 수 있는 확장적 비전이라는 것이다.


이어 판다 연구원은 "한국 정부는 '인도태평양' 개념을 공개적으로 적극 지지하는 데 신중할 수도 있다"라며 "한국은 중국 주도, 그리고 미국 주도 역내 환경 사이에서 자국의 외교행보를 신중하게 취해왔다"라고 지적했다.

판다 연구원은 "그러나 그 같은 상황이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한국의 이익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립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욕을 꺾지 못했다"라며 "실제로 한국은 늘 인도태평양의 중심인 아세안과의 협력에 강한 관심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판다 연구원은 "그러나 신남방정책하에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는 신중하게 조율됐고, 독자적인 외교전략이다"라며 "한국은 이 전략을 통해 남아시아와의 경제협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특히 판다 연구원은 "햇볕정책, 신아시아구상, 동북아평화구상 등 과거 한국의 외교정책은 늘 인도를 중요한 요소로 포함시켰지만 인도를 집중적으로 겨냥한 협력을 모색하진 않았다"라며 "인도가 아시아정치에서 영향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음을 가리킨다"라고 지적했다.

판다 연구원은 "한국은 인도와 역내 차원보다는 양자 차원에서 협력을 모색해왔고, 인도도 최근까지 아세안에 국한됐던 이전의 동방정책(Look East policy) 에선 한국을 두드러지게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지난 20년간 한-아세안 관계가 완전대화상대국 격상(1991년), 한-아세안 FTA 완료(2010년), 2위의 교역 파트너, 교역규모 1200억 달러 이상 등으로 진전됐지만 "한국은 계속해서 아세안의 주요 대화 파트너인 중국 및 일본과 경제관계를 확대해왔다"라는 것이 판다 연구원의 냉정한 분석이다.   

"신남방정책, 인도태평양에서 한국의 입지·위상을 강화시켜"

이어 판다 연구원은 "한국이 신남방정책에서 인도를 별도로 주요국가로 간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은 뒤 "의심할 여지없이 동아시아 및 아시아 전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인도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1차 결론'을 내렸다. 

다만 판다 연구원은 "이같은 접근방식에는 더 많은 배경요인이 존재한다"라며 '문 대통령이 왜 인도를 주목하는지' 그 '배경요인'을 하나씩 짚어갔다.

먼저 '한국의 대외정책 흐름'이다. 판다 연구원은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 구상은 한국에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두 지역인 북부 및 남부 아시아 외교에서 실리주의와 균형을 취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한국은 신북방정책을 통해 경제협력보다 평화와 안보를 중시하고 있는 반면, 신남방정책에서는 경제협력을 더욱 강조한다"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가 평화와 안보를 중시하는 '신북방정책'과 경제협력을 더욱 강조하는 '신남방정책'을 통해 균형과 실리를 취하고 있고, 특히 신남방정책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한국의 입지와 위상을 강화시키고 유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두 번째는 이렇게 확장을 지향하는 한국의 대외정책에서 인도가 갖는 중요성이다. 판다 연구원은 "한국의 대외정책 프리즘에서 인도는 인도태평양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그 중요성이 높아졌다"라며 "한국은 일본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인도가 핵심에 있고,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서도 인도가 중시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큰 인도태평양지역의 역학구도에서 한국은 "인도를 파트너로 공개 지지하길 원치 않는" 동시에 "역내 강국 인도를 과소평가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원치 않는"다는 것이 판단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래서 한국은 "양자적 차원에 더 무게중심이 있지만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

판다 연구원은 "아세안과 인도를 동일한 두 주요 요소로 간주하는 대만의 '신남향정책'도 한국이 인도에 주목하도록 하는 요인이다"라며 "아세안은 아시아에서 인도와의 관계를 계속 강화하기 때문에, 이점에서 한국 대외정책과 공통분모를 갖는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양국간 국방협력 강화를 원할 것"

세 번째는 중국의 영향력과 한국의 새로운 파트너국 모색이다. 판다 연구원은 "아시아 및 국제정세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한국은 새로운 파트너국을 모색할 필요성을 느꼈다"라며 한중간 사드갈등으로 인한 한국 관광산업의 타격 등을 언급했다.

판다 연구원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북중관계도 한국이 경제 파트너로서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편으로 대안적인 파트너국을 찾아나서도록 하고 있다"라며 "아시아와 전 세계에서 중국의 경제 및 전략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은 한국의 경제적 이익과 투자에 더 큰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판다 연구원은 "일본 역시 아시아 및 여타지역에서 한국의 경제적 투자 기회에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라며 "인도와 중국 간 '차가운 평화' 관계를 감안했을 때 한국은 장기적으로 인도를 유망하고 독자적인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네 번째는 인도시장의 중요성이다. 판다 연구원은 "한국산 자동차, 기술, 그리고 소비재는 인도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이같은 제품들은 중국과 일본산 제품의 큰 도전을 받고 있다"라며 "게다가 양국이 한국-인도 포괄적 경제 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하긴 했지만 무역 및 경제부문에서 양국간 협력은 그 잠재력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느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이 인도와의 국방협력 강화를 원한다고 지적한 대목은 흥미롭다. 판다 연구원은 "한국은 또한 인도에 소규모 방위 장비 등을 수출하기 위해 양국간 국방협력 강화를 원할 것이다"라며 "조선업 부문에서 한국과 인도 간에 이미 긍정적 모멘텀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한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같은 긍정적 모멘텀이 국방부문으로 이어지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판다 연구원은 "한국은 인도와 경제적 교류를 강화하길 원한다, 그러나 대외정책에서 일본보다 한국을 우선시 할지를 알고 싶을 것이다"라며 "문 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한-인도 관계에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상황을 인도 정부가 진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문재인 인도 국빈 방문 #자간나트 판다 #신남방정책 #파이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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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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