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공존하는 금강 "미흡하지만 살아나고 있어"

[현장] 장맛비가 가져온 금강의 '희망' 그러나... "수문 완전 개방하거나 보 철거해야"

등록 2018.07.12 17:12수정 2018.07.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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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개방 중인 세종보 상류에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있다. ⓒ 김종술



장맛비가 끝나자 햇살이 뜨겁다. 강변 둔치까지 차오르던 강물이 빠지면서 수심도 낮아졌다. 물 빠진 강물엔 듬성듬성 모래톱이 드러나고 햇살에 부딪힌 모래알은 반짝반짝 빛난다. 4대강 사업 당시엔 금강에서 볼 수 없던 생물들이 찾아들었다.

12일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정민걸 교수와 동행해 금강을 찾았다. 뜨거운 태양 빛에 축축하게 젖은 강변에서 올라오는 공기는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습했다. 33도까지 치솟은 날씨 때문인지 세종보 주차장은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세종보 우안 둔치 선착장 주변까지 차올랐던 강물이 빠지면서 물속에 잠겼던 수풀이 누렇게 변해가고 있다. 강물과 수풀이 만나는 지점은 고운 펄들이 쌓이면서 갯골처럼 변했다. 좌안 물고기들의 통로인 어도부터는 쌓인 펄들 때문에 발목까지 빠지면서 질퍽거린다.   

세종보 하류, 장맛비에 떠내려온 모래는 물고기 비늘 같은 무늬를 만들어 놓았다. 낮은 수심, 여울처럼 흐르는 강물에는 쌀알 크기의 모래들이 쉼 없이 흘러내린다. 보 구조물을 지탱하기 위한 물받이공과 사석보호공에도 모래가 쌓이고 있다.

낮은 모래 여울에 재첩과 실지렁이... "과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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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모래톱에서는 환경부 수 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실지렁이와 재첩이 공존하고 있다. ⓒ 김종술


투명하게 맑은 강물에 쌓인 모래를 손으로 파헤쳤다. 손가락 사이로 주르륵 흘러내리던 모래알이 햇살에 부딪혀 반짝거린다. 한번, 두 번, 퍼 올린 모래에서는 붉은색 실지렁이가 꿈틀꿈틀하며 흐느적거린다. 펄층 같은 유기물이 사라지고 모래가 쌓인 곳에서 발견되는 실지렁이는 연약해 보였다.

세 번째 모래를 뒤적이자 손톱 굵기의 골진 주름이 가지런한 연푸른색 재첩이 올라왔다. 혹시나 사체인지 만져 보았으나 단단한 것이 건강한 상태였다. 주변을 다시 파헤쳤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검은색 말조개는 하얀 속살을 내밀고 있다가 스르륵 집어넣는다. 주변 낮은 여울에서도 싱싱한 재첩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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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구조물 아래 모래 속에서 찾아낸 재첩은 상류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보였다. ⓒ 김종술


<오마이뉴스> 4대강 특별취재팀이 지난 6월 21일 세종보 하류 1km 지점 하중도에서 재첩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이후 구조물이 있는 보 주변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첩과 말조개는 장맛비에 상류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보였지만, 동행한 정민걸 교수가 한마디 했다.

"재첩과 실지렁이가 같이 산다는 것은 과도기로 보인다. 실지렁이는 유기물이 많은 곳에서 건강하게 살아간다. 4대강 사업으로 갇힌 강물이 시궁창처럼 변하면서 득시글하던 실지렁이가 모래가 돌아오는 지금도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다만 수문이 개방되면서 실지렁이의 먹이인 유기물이 사라지면 번식도 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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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그치고 수위가 낮아지면서 세종보 하류에 드러난 모래톱. ⓒ 김종술


세종보 상류는 하류보다 모래량이 적었다. 듬성듬성 드러난 곳에서는 주먹만 한 자갈들만 보였다. 반면 빠른 물살이 흐르는 곳에서는 입자가 고운 모래들이 작은 하중도를 만들고 있다. 또 세종보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는 구간에서는 입자가 가는 미세한 펄층이 쌓여 있었다. 무릎 깊이까지 펄층 때문에 진입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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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청벽 앞에 드러난 모래톱에 수달이 발 도장을 찍어 놓았다. ⓒ 김종술


세종시 불티나루터로 이동했다. 굽이쳐 흐르는 강물 반대편에는 고운 모래톱이 보였다. 그러나 모래톱으로 진입하는 둔치에는 펄층이 깊고 질퍽거렸다. 청벽 건너편 모래톱에는 왜가리, 오리, 고라니, 너구리, 수달 등 야생동물이 다녀간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있다.

탁한 강물에 질퍽거리는 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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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하얗게 이끼가 낀 병든 물고기가 공주보 주변을 뱅글뱅글 돌고 있다. ⓒ 김종술


공주보 상류 둔치는 온통 풀밭이다. 수문개방으로 수심은 낮아졌지만, 하류 백제보의 영향을 받아 물의 움직임은 적었다. 물 밖으로 드러난 곳도 온통 진흙 펄밭으로 접근조차 어려웠다. 펄밭에 깊숙이 찍힌 야생동물의 발자국으로 깊이만 짐작할 수 있었다. 두껍게 쌓인 펄들이 썩으면서 공기 방울이 보글보글 솟구치는 모습도 보였다.

주먹만 한 돌을 주워 던지자 펄 속에 묻혀 보이지도 않는다. 강물에 손을 넣어 파헤치자 시커먼 펄과 함께 머리카락 굵기의 실지렁이가 꿈틀거렸다. 등줄기 무늬가 있는 거머리도 흙탕물 사이를 오가고 있다. 보 하류 콘크리트 고정보 아래 물속에서도 흙탕물이 생겨나고 있었다.

온몸에 솜털이 뒤덮인 물고기 한 마리가 물 위에 둥둥 떠다닌다. 병든 물고기는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고도 피하지도 못했다. 펄이 가득한 낮은 물속만 느리게 왔다 갔다 하는 행동만 보였다. 또 다른 물고기도 비슷한 형태로 주변을 맴돌고 있다.

정민걸 교수는 "강바닥에 쌓인 펄이 썩어가면서 메탄가스와 암모니아가 발생하면서 생겨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큰 물고기들이 물 위쪽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천적에 노출될 수 있는데, 위험을 감수하고 물 위에 뜬다는 것은 물속 상황이 썩 좋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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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수심층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가마우지가 백제보와 세종보 인근에서 다량으로 발견되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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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cm 수위를 낮춘 백제보 갇힌 강물이 녹색으로 물들고 있다. ⓒ 김종술


마지막으로 찾아간 백제보의 갇힌 강물은 녹색으로 물들고 있다. 수력발전소 콘크리트 구조물에서는 사냥을 마친 가마우지 10여 마리가 날개를 펴고 몸을 말리고 있다. 가동보 위로 강물이 넘치고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가 보 주변을 뱅글뱅글 돌며 소용돌이치고 있다. 평균 수위 4.2m인 수위는 15시 10분 현재 4.0m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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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걸 교수가 세종시 청벽에 드러난 모래톱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 김종술


동행한 정민걸 교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정민걸 교수는 4대강 사업이 벌어지기 전부터 강을 찾아 문제를 지적해온 학자다. 학자의 눈에 비친 금강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 오늘 돌아본 소감은?

"미흡하지만 금강이 살아나는 향기를 맡았다.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수문을 완전하게 개방한 뒤 대형 보로 물길이 막혔던 금강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4대강 사업으로 숨길이 막힌 생명체처럼 골골하던 금강이 다시 비단 물결을 되찾기 시작한 것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물속에 감추어져 있던 4대강 사업이 만들어놓은 죽음의 현상들이 드러나 여전히 우려스럽다.

불안전하지만, 강을 따라 곳곳에 모래톱들이 형성되고 있다. 강이 살아나고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수문만을 연 세종보와 공주보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자연의 숨길을 여전히 방해하고 있다. 그 결과 곳곳에 펄들이 여전히 터를 잡고 있다. 하지만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여 상태를 유지하거나 보를 철거하면, 몇 년의 우기를 겪으면서 이런 펄들은 사라지고 옛날의 비단강이 되살아날 것이다."

- 오랫동안 머물렀던 세종보는 어떤 모습이었나?
"세종보의 경우 하천 폭 전체의 수문이 완전히 내려가 전체가 다 개방되어 물이 흐를 것으로 생각하지만, 낮아진 수위에서도 물은 여전히 일부 수문 위로만 흐른다. 보의 나머지 부분은 수문 구조물로 가로막혀 물이 흐르지 않아, 보 아래 물의 흐름이 정상적이진 않다.

세종보 직상류 쪽으로 볼 때 좌측에 4대강 사업 초기의 조감도에 백사장으로 되어 있던 곳은 풀과 덤불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펄밭으로, 바다의 갯벌을 연상케 한다. 이 움푹 들어간 곳은 우기에도 물이 감돌며 쓰레기와 유기물이 축적되고 썩으며 금강을 지속적으로 더럽힐 것이다. 실효성도 없었지만, 용도가 폐기된 소수력 발전 콘크리트 구조물이 이 유기물 웅덩이가 자연의 힘에 의해 정상적인 강기슭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세종보 직 하류 쪽으로 볼 때 좌측에 작위적으로 만들어놓은 하중도는 보가 끝나는 곳에 강기슭 둔치와 연결된다. 구조 안정화를 위해 만들어 놓은 콘크리트 구조물과 결합한다. 보의 수문이 완전히 개방되어도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그래서 콘크리트 구조물 아래 하중도 일대를 여전히 펄밭으로 유지되게 하고 있다.

수문 아래에서 발견되는 재첩이나 말조개는 수문이 개방되면서 아래로 떠내려온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이 새끼를 낳으며 다시 자리를 잡고 삶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비록 실지렁이들이 여전히 번성하고 있지만, 이들 조개류의 존재는 수문 개방만으로도 맑은 물만이 아니라 건강한 생태계도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 진흙투성이 공주보는?
"공주보는 세종보보다 더 넓게 콘크리트 구조물이 물길을 막고 있다. 따라서 보 직상류의 많은 곳은 여전히 정체된 물로 수질을 더럽히는 근원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보 아래 하단의 콘크리트 구조물에 연접한 모래와 펄은 물의 흐름에 따른 마찰로 아래로 떠내려가고, 콘크리트 구조물은 멈추어 있다. 모래와 펄 입자들이 난류 형태로 움직이며 누운 회오리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직 하류에서 발생하는 세굴은 여전히 문제를 일으킨다.

공주보에 설치된 어도는 원래부터 어도의 기능을 하지 않던 곳이다. 이제는 그저 물이 흐르지 않는 웅덩이로, 비가 올 때 물이 넘쳐 들어갔다가 다시 메마른 이상한 곳이 되어 버렸다. 이 방치된 어도는 물웅덩이가 형성된 동안 생태적으로나 위생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일어날 곳이다."

- 20cm 수위를 낮춘 백제보는?
"20~30㎝ 수위를 낮춘 백제보는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 없다. 여전히 녹조가 들끓고, 유입된 유기물들이 썩어 수질을 지속적으로 악화할 뿐이다. 공연히 더러운 물을 가두고 있는 보 시설을 관리한다며 예산을 낭비하고 있을 뿐이다.

백제보는 세 곳의 수문 가운데 특이한 사례다. 직 상류에서 회오리 물흐름이 발생한다. 작은 회오리 물흐름이 생겨 난 후 이동하며 점점 커지고 회전속도도 증가한다. 태풍이 움직이듯 이동한다. 바닥 어디에선가 물이 새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대기에서 기압골 차이가 발생해 회오리바람이 생기듯 물이 수평적으로 흘러가야 하는 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수문의 아래로도 물이 방류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고 한다. 그런데 오직 3개의 수문 중 한 곳에서만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볼 때 한국수자원공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보 구조물 중 어느 곳에선가 물이 틈새로 새어나가고 있거나 수문이 다른 두 곳과는 달리 변형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경고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짧은 시간 돌아봤지만, 수문 완전 개방 후 금강의 모습은 변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들이지 않고도 죽어가고 있는 금강이 보만 철거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게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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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수문이 전면개방 된 후 기자는 이틀에 한 번은 세종보를 찾아 밟기를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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