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차 분향소에 쏟아지는 폭언에 "2009년 무자비했던 옥상 떠올라"

[현장] 쌍용차 해고자들, '대한문 분향소 폭행' 극우집회 고소·고발

등록 2018.07.12 17:30수정 2018.07.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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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분향소 폭행 관련 고소쌍용자동차 분향소 폭행 관련 고소 ⓒ 신지수



"XX같은 년 등의 폭언이 쏟아졌다. 채증을 위해 카메라로 영상을 찍으려 하니, 한 극우집회 참가자가 마시던 믹스커피에 갑자기 침을 뱉더니 저를 향해 뿌렸다. 그리곤 종이컵을 꾸겨 던지기도 했다. 머리는 물론 옷, 가방이 다 젖었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지난 3일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서 당한 일이다. 윤 변호사는 "(커피를 뿌린) 가해자에게 (태극기) 깃대와 우산으로도 맞았다"라며 "옆에 있던 사람이 제지하려고 하자 가해자는 저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나를 때렸다'라고 소리소리 치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태극기행동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 등 극우집회가 대한문 쌍용자동차 분향소에 대한 폭언·폭행 등을 이어가는 가운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등 시민사회단체가 관련자를 고소하고 경찰에 제대로 된 대응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등 시민사회단체는 12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분향소에 쏟아진 극우집회의 폭언과 폭행을 성토했다. 앞서 쌍용자동차지부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대한문 인근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그 과정에서 인근에서 집회를 하던 극우단체와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시체팔이 분향소, 당장 철수해" 난동 피운 극우단체)

대한문 앞에 분향소가 설치됐던 지난 3일 당시 현장에 있었던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는 "극우집회 참가자에게 폭행을 당해 크게 다친 분을 만났다"라며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는데도 그들은 쌍방 폭행을 주장하며 되레 '우리한테 맞았다고 이야기하는 젊은X이 있다. 그 X 얼굴 다 안다. 만나기만 하면 똥구멍을 찢어버리겠다'라고 고래고래 소리쳤다고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극우집회의 폭언·폭행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에게는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을 꺼내게끔 했다고 했다. 윤지선 활동가는 "폭언과 북소리, 군가 등이 고통스럽게 울려 퍼졌다"라며 "같이 분향소에 있던 해고 노동자가 '2009년 옥상이 이랬다'라고 하시더라"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그는 "돌아가신 분도 국가폭력 피해자셨고 분향하러 온 동료 분들도 국가폭력 피해자들이었다"라며 "그런 분들이 동료를 추모하러 온 자리에서 2009년 그 전쟁 같았던 상황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라고 분노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도 "분향소를 설치한 지 10일째 됐지만 (폭행·폭언이 극심했던 3일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라며 "저희(조합원들)야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분향하러 온 시민들은 무슨 죄냐"라고 했다. 그는 "24시간 넘게 모욕을 겪음에도 그것을 방관했던 경찰의 태도를 보면서 2009년 옥상과 2014년 대한문 분향소 철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폭행을 한 극우집회 참가자에 대한 고소·고발에 나선다고 했다.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그들에 대한 고소·고발이 더 심한 폭력을 불러올까봐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운을 뗐다. 김 원장은 "그런데 그 정도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라며 "고소·고발을 하지 않고 참는 것이 오히려 폭력을 더 부르는 것 같아서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들의 행위는 폭행·협박·상해 등은 물론 모욕죄에 해당한다"라며 "스피커와 고성으로 추모·집회를 방해한 것도 집회방해죄·업무방해죄 등에 해당된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경찰의 대응이 '방조'에 가까웠다며 비판했다. 공권력감시대응팀 랑희 활동가는 "1차적으로 폭언·폭행하는 극우집회 참가자들이 문제겠지만 사태가 반복되는 것은 경찰의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들이 모욕적으로 굴고 추모를 방해하는데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그럼 '해도 되는구나' 생각하기 마련이다"라고 했다.

랑희 활동가는 "저도 (극우집회 참가자로부터) 폭력을 당해 경찰에 항의했다"라며 "경찰은 참으라고 했다. 왜 피해자가 참아야 하나. 왜 피해자에게 참으라고 하냐"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해야할 일은 그들에게 '불법적인 일이며 처벌 받을 수 있다'고 알리고 제재하는 것이다"라며 "경찰의 책무는 (집회) 금지와 방관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태욱 원장도 "분향소를 설치한 날, 경찰이 평소 노조원들에게 하던 대로만 했다면 (극우집회 참가자) 체포만 100명, 구속영장 청구도 10명 이상 됐을 것이다"라며 "그런데 경찰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야만적인 테러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권을 요구하는 것이다"라며 "극우 테러를 막아달라"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경찰에 고소장을 내고 서울지방경찰청 경비1과장을 만나 가해자에 대한 엄정 수사·처벌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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