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객 의견은 개농장 사람만? 동물단체, KBS에 항의

<아침마당> 개식용금지법 방송 두고 시끌... 동물단체 "편파" vs. KBS "균형 맞추려 했다, 오해"

등록 2018.07.13 10:10수정 2018.07.13 10:10
0
원고료주기
a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지난 11일 여의도 KBS 앞에서 <아침마당>에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재환



한국은 개를 음식으로 먹는 문화가 남아 있은 '개식용 국가'이다. 한국인에게 개고기는 몸을 보호하기 위한 보약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때문에 개고기는 보신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개고기 식용 논란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시작됐다. 전두환 군사정권은 한국인이 개를 먹는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독재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는 군사정권조차도 개고기 식용을 전면 금지하지는 못했다. 덕분에 개고기 식용과 관련한 논쟁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표창원 의원이 개식용 금지법을 발의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KBS <아침마당>은 '개고기 식용 금지법'에 대한 찬반 토론을 벌이고 관련 투표를 진행했다. 토론 자체는 찬반 양측의 입장이 비교적 균형 있게 다뤄져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방송에선 한 명의 방청객 의견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는데, 육견업 종사자의 이야기만 들었다. 동물단체 측은 방청객 의견으로 개고기식용 금지법 찬성 입장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방송에 방청객으로 출연한 육견 종사자 A씨는 "개고기 식용 문제는 개인의 기호와 취향에 맡겨야 한다. 법으로까지 제재할 필요가 없다"며 "소비가 있기 때문에 생산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개고기 사육 농가는 현재) 6000여 개가 있고, 평균 나이는 60세"라고 말했다. 개고기 농장이 자연 감소하는 추세에서 법으로까지 개식용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날 투표결과는 개고기 식용 금지법 찬반 투표 결과는 찬성 4129표, 반대 1만3039표로 '개식용을 법으로까지 금지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한국동물보호연합은 "KBS가 육견 농가의 주장을 여과 없이 일방적으로 내보냈다"며 "찬반 여론 조사 결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1일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여의도 KBS 방송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에서 동물보호단체를 배제하고 육견 농가만 출연시킨 것은 편파방송"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어 "A씨가 개농장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국내 개농장의 80%는 이미 미신고 불법 농가"라며 "개농장에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체는 또 "지난 2017년 건국대학교에서 93개의 개고기 점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개고기의 항생제 잔류량은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비해 100배, 닭고기에 비해서는 500배나 많이 검출되었다"고 주장했다.

KBS "토론에 농가 의견 반영 못해서 방청객으로 섭외"

이와 관련해 연미령 한국동물보호연합 간사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마약탐지견이나 경비견, 맹인견 등 사역견들은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오래된 전통과 문화라는 이유로 개를 잡아먹고 있다. 이는 모순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아래와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육견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개를 사육하고 도살하고 유통하는 과정이 잔인하기 때문에 오히려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육견은 합법화되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단순히 개가 인간의 친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소리에 민감한 개는 대량사육이 불가능한 종이다. 개를 대량 사육을 위해 개가 3개월 쯤 자랐을 때 고막을 터트리는 경우도 있다.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해서 짖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또, 배터리 케이지와 같은 밀집 사육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 밀집 사육 또한 동물 학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동물보호연합은 "KBS <아침마당>의 방송 내용이 편파적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방송 의도와 다르게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은 유감스럽다"라고 밝혔다.

윤중경 KBS <아침마당> 책임피디(CP)는 "개식용 금지법에 대한 찬반 양측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며 "물론 법안을 반대하는 측의 패널도 있었다. 하지만 생업에 종사하는 농가 의견은 반영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방청객으로 육견 농가를 섭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 균형을 맞춘다고 맞춘 것인데, 그것이 되레 오해를 불러온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 개식용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측 패널로 참석한 한문철 변호사는 "개고기를 먹는 것은 반대하지만 법으로까지 금지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대해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대표와 개그맨 김재욱 씨는 법으로 강제해서라도 '개 식용'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특히 개그맨 김재욱 씨는 "아내를 반려자라고 하고, 애완 개를 반려견이라고 부른다. 내게는 개와 아내가 동급이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애견인에게 반려동물인 개는 그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블로그 미주알고주알( http://fan73.sisain.co.kr/ ) 운영자. 필명 전설.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AD

AD

인기기사

  1. 1 헛발질 산이, 헐벗은 여성 전시한 송민호... 참담하다
  2. 2 '포르노 합법화' 지역의 충격적 장면, 이 소녀들 어쩔 건가
  3. 3 상무 두드려 팬 직원들, 그들의 지옥같았던 7년
  4. 4 "용균이 시신 발견하고도 발전 기계 계속 돌렸다"
  5. 5 남편 살해한 뒤 딸 찾은 엄마의 눈빛, 잊을 수가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