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 시위 막는 대형 화분 "김명수 원장 양심 의심돼"

'사법농단' 의혹 관련 시위 장소와 겹쳐... 대법 "환경정리와 미관 위해"

등록 2018.07.13 16:02수정 2018.07.1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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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13일 오전 동쪽 출입문 앞에 직경 1미터 가량의 대형 화분 두 개를 설치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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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민중당이 대법원 동쪽 출입문 앞에서 '사법농단'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법원이 대형 화분을 설치한 위치와 같다. ⓒ 최지용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 의혹 관련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법원이 13일 주요 출입문 앞에 두 개의 대형 화분을 설치했다. 서울 중구청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한 화단이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도청 정문 앞에 설치한 대형 화분처럼 집회와 시위를 막기 위한 시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13일 오전 1톤 트럭 한 대를 동원해 직경 1미터 가량의 대형 화분 두 개를 대법원 동쪽 출입문 앞에 배치했다. 이곳은 대법원을 출입할 수 있는 두 개의 출입구 가운데 하나로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 각종 농성과 시위가 이어진 장소다. 지난 6월에는 '대법원 사법농단 규탄 법률가 농성'이 진행됐고, 지금은 민중당과 '통합진보당 명예회복과 이석기 의원 석방을 위한 공동행동'이 농성중이다.

두 개의 화분은 사람이 드나드는 철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2~3미터 간격으로 나란히 배치됐다. 대법원 구역과 인도가 연결되는 경계 부분에 넓게 자리 잡은 것이다. 이는 현재 농성 중인 민중당 등이 매일 입간판과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는 장소와 정확히 겹친다. 또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같은 장소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민중당 관계자는 "대법원이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생뚱맞은 화분을 설치하는 것은 노골적인 집회방해 행위"라며 "대법원이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뼈를 깎는 혁신을 해도 모자랄 판에 책임을 묻는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양심이 의심된다"라고 지적했다.

법률가 농성단 간사였던 류하경 변호사는 "시민들이 집회를 하거나, 1인 시위를 하거나, 농성을 하는 공간에 갑자기 화분이나 화단을 설치하는 것은 헌법21조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를 원천봉쇄하는 행위"라며 "법을 가장 잘 안다는 대법원이 이런 행위를 한 것은 더욱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분이나 화단을 설치하면 손쉽게 시민들을 내쫒을 수 있다. 하지만 듣기 싫어도 들어야하고 보기 싫어도 봐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법원의 이번 화분 설치는 헌법 위반이거니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교양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관계자는 화분 설치 이유를 묻는 질문에 "환경정리 및 미관을 위해서 배치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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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13일 오전 동쪽 출입문 앞에 직경 1미터 가량의 대형 화분 두 개를 설치하고 있다. ⓒ 최지용


#양승태 #대법원 #김명수 #화분 #민중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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