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으로 '달걀 프라이', 이 실험도 이젠 지칩니다

더위와 사투 벌이는 '대프리카' 대구... 쿨링포그에 살수차 동원해도 "너무 덥다"

등록 2018.07.17 19:44수정 2018.07.1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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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양산을 쓰고 나온 시민들. ⓒ 조정훈


"아이고~~ 더워 죽겠심다. 우째야 살겠는교?"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는 연일 높은 기온과 열대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그늘을 찾기 바빴다. 대구와 경북의 초·중·고등학교는 단축수업에 나서기도 했다.

연일 36도가 넘는 폭염 속에도 볼일 때문에 대구의 중심인 동성로에 나온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햇빛을 피하기 위해 양산을 쓰거나 부채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대프리카' 폭염에는 역부족이어서 힘든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몇몇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그늘이 있는 쪽을 찾아 건물 벽을 따라 걷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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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보닛 위에 올려놓은 달걀이 30분이 지나자 반숙이 되었다. ⓒ 조정훈


폭염 취재에 빠지지 않는 '태양광 달걀 프라이'에 기자도 도전했다.

달걀을 깨트려 차량 앞 보닛 위에 올려놓은 지 30분이 지나자 달걀은 반숙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1시간 뒤에는 완전히 익어 버렸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걷던 한 시민은 "어른들도 힘든데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겠느냐"며 "아프리카만큼이나 무더운 대구의 날씨가 실감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이 난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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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대형 백화점 앞에 만들어진 이색 조형물. 열기에 녹아버린 슬리퍼와 대형 프라이펜에서 익어가는 달걀프라이 모습이 모습이 눈길을 끈다. ⓒ 조정훈


무더위에 녹아버린 슬리퍼와 달걀 프라이가 든 대형 프라이팬이 설치된 반월당의 한 백화점 앞은 대구시민들에게도 '성지'가 됐다. 내리쬐는 햇볕에도 이곳을 찾은 한 시민이 자녀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더위를 쫓으려는 노력도 여기저기서 보였다.

2.28기념기념공원에 설치된 쿨링포그시스템 앞에 선 시민은 뿜어져 나오는 물분자 기체를 맞으며 잠시나마 더위를 식혔다. 쿨링포그는 수돗물을 이용해 물분자 기체를 뿜어내는 방식으로 주위의 온도를 3℃~5℃ 정도 낮춘다.

경북 칠곡에서 왔다는 김미경씨는 동대구역 버스승강장 앞에 설치된 쿨링포그 앞에서 더위를 피했다. 김씨는 "쿨링포그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면서 "물안개가 나오니까 시원하기도 하다, 시각적으로도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살수차를 동원해 간선도로 등에 물뿌리기를 하고 동성로 야외무대와 2.28기념공원, 국채보상기념공원, 동대구역 등에 쿨링포그를 설치했다. 또 햇빛을 반사해 지붕의 열기 축적을 감소시키고 건물 온도를 낮추는 쿨루프를 설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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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에 설치된 폭염대비 그늘막.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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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 앞 횡단보도에 설치된 스마트 횡단보도 그늘막.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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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 앞 버스승강장에 설치된 쿨린포그 시스템. ⓒ 조정훈


동대구역 입구는 도로까지 몽골식 텐트가 설치됐다. 버스정류장에는 쿨링포그가, 횡단보도 앞에는 그늘막 쉼터가 들어섰다. 달궈진 도로를 식히기 위해 살수차는 수시로 다니며 도로에 물을 뿌려댔다.

온열환자도 상당수 발생했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대구에서 발생한 온열환자는 18명에 이른다. 유형별로는 탈진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실신 3명, 경련 2명, 열사병 의심 2명 등이다. 특히 최고기온이 37.2도에 달한 16일 하루에만 환자 5명이 발생했다.

경북에서는 지난 16일까지 열탈진, 열경련, 열사병 등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온열환자가 모두 72명으로 파악됐다. 이중 63명은 퇴원했고 9명은 입원해 치료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논이나 밭에서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축 피해도 있었다. 경북 영주와 청송, 영양, 울릉 등을 제외한 19개 시·군에서 돼지 1300여 마리와 닭 6만2000여 마리가 폐사했다.

대구시는 연일 폭염이 지속되면서 취약계층보호 등 인명피해 예방에 중점을 두고 폭염 극복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상북도는 폭염대응 TF팀을 운영하며 가두방송과 예방활동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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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2.28기념공원에서 한 시민이 설치된 쿨링포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분자를 맞으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 조정훈


#대프리카 #폭염 #쿨링포그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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