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와 정치자금법에도 '유통기한'이 필요하다

[주장] '제도와 조직의 유통기한 확인', 개혁 과제를 발굴하는 또 하나의 관점

등록 2018.07.30 16:32수정 2018.07.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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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통해 새롭게 대통령이 선출되면, 공약을 바탕으로 이전 정부와 다른 정책 방향과 과제를 발표하게 된다. 이러한 일은 '개혁'과 '혁신'으로 표현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개혁과 혁신은 임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강조되었고, 현재도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많은 이슈가 이와 관련된다.

개혁과 혁신은 과거 상태와 다른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개혁은 잘못된 '과거'의 관행, 제도, 조직에 방점이 찍혀있는 반면, 혁신은 변화될 '미래'의 그것에 초점을 둔다. 보통 개혁 과정에는 과거의 이해관계와 가치분배구조의 큰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혁신 과정보다 어렵고 집단의 반발을 수반한다. 사안에 따라 사법적 해결이 요구되기도 하여,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은 개혁이 가진 특성은 이번 정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만큼 지난 정권에서 남겨놓은 잘못된 과거가 많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논란이 된 과거의 잘못은 단순히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법처리가 필요한 부패, 비리 사건 등 불법에 해당한다. 개혁 과제라고 하기에는 잘못의 수위가 너무 높아 '적폐'라고 불린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불거지고, 정부가 인지하여 개혁을 완수하는 과정은 일반적이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당연한 방식이다. 그러나 국가의 연속성 차원에서 '과제'가 '문제'가 될 때까지 그대로 존재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그렇기도 하고, 시간과 자원의 낭비로 사회의 진보를 늦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기 전 정부가 개혁 과제를 확인할 방법은 무엇일까? 다양한 접근 방식이 있겠지만, 필자는 제도와 조직의 '유통기한' 확인을 제시하고 싶다. 식품이나 약품을 유통하고, 사용하는 기간을 정하듯이 정부가 어떤 시기에 도입한 제도와 조직의 운영 기간을 실효성 측면에서 재확인하고,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유사한 개념으로 '정책일몰제'가 있다. 정부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일정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정책 수단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 설정한 목표에 도달, 또는 실패했을 경우나 사전에 예측한 내·외적 환경과 여건이 조성되었을 때 자동적으로 정책이 만료·폐지된다. 불필요한 정책 유지로 투입되는 예산의 낭비를 줄이고, 사전에 약속한 기한이 있어서 정책 폐지로 인한 갈등도 예방할 수 있다.

정책일몰제 방식으로 모든 정부 제도와 조직의 존속 기간을 정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확인하여 지속 여부를 따져야 한다. 문제가 된 이후에 해결하는 낡은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회적 논란이 되기 전 개혁 과제 발굴해야

최근 이슈 중 이와 같은 견지에서 큰 아쉬움을 남긴 사례가 '기무사 계엄 문건' 논란이다. 기무사는 광복 이후 1948년 조선경비대의 '특별조사과'에서 시작하여 방첩부대, 보안부대로 불리다가 1970년대 국군보안사령부, 1991년 현재의 명칭인 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을 변경했다. 방첩, 군사보안, 군 관련 첩보수집, 안보사범 수사를 주요 임무로 하며, 군부 독재 시절 조직을 대폭 확대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그동안 군부 독재 시절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기무사에 대한 조직 진단은 부족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조직은 확장의 욕구가 있고, 한번 만들어지면 일과 예산이 증가한다'는 행정학 법칙처럼, 거대해진 기무사는 해야 할 업무 이외의 영역에까지 손을 뻗치면서 현재와 같은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다. 조직 축소·개편이 기무사 개혁의 방편으로 제시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사전에 유통기한을 미리 확인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또 한 가지 사례는, 노회찬 의원의 죽음으로 도마에 오른 '정치자금법'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치인 후원 한도는 1년에 1억 5천만 원이다. 전국 단위 선거가 있는 해는 3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법인과 단체의 후원은 금지되며, 개인 후원금은 5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 액수는 2004년 그대로다.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보았을 때 14년 전과 같은 후원 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예비후보는 등록(총선 120일 전) 이후 모을 수 있게 규정하고 있고, 정치에 막 입문한 정치신인이나 원외 정치인들은 후원조차도 받기 힘들어 개정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04년 당시 정치 환경과 여건을 고려하여 법을 개정하고, 후원 한도를 정하였으나 한도 설정 주기에 대한 사항은 생략된 것이다. 그리고 한도 변경을 위한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현재까지 굴러왔다. 당연히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와 같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 전 개혁 과제를 찾는 방식으로 '제도와 조직의 유통기한 확인'을 제시했다. 물론, 현실의 정치와 정부 조직의 이해관계는 이 방식을 적용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다. 문제를 아는 것보다 푸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제도, 조직의 병폐가 논란이 된 이후에 해결 과정은 더욱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정부 신뢰도 또한 훼손된다. 정부의 개혁 과제, 각 기관의 업무가 이러한 관점에서 발굴되고, 미래를 위한 변화를 이루길 기대한다.
#개혁과 혁신 #제도의 유통기한 #개혁과제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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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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