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섬 하와이, 그곳에서 만난 노숙인

[하와이에서 한 달 살기] 와이키키의 낭만은 모두에게 평등한 걸까

등록 2018.08.07 17:55수정 2018.08.0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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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하와이에 살면서 경험했던 내용을 재미있게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아름다웠던 일몰의 바닷가부터 각종 수상 액티비티까지. 20대에 하와이에 살면서 경험한 잊지 못할 추억,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한국과의 미묘한 차이점에 대해 기사를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 기자 말

"달빛 아래 모두가 동등하게 푸르다" - 영화 <문라이트>의 대사

성 정체성, 인종차별, 가난에 대해 다루며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의 대사를 건네던 영화 <문라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미국에서 개봉해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의 찬사를 들었다.


고등학생 무렵, 미국의 사회 보장 제도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다. 빈민가로 카메라가 들어서는 순간,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이 수두룩했으며 그런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마트에서 일하는 엄마가 퇴근했다. 엄마는 식구들을 모두 조금씩이라도 먹이기 위해 인스턴트 파스타 소스에 물을 섞어서 양을 최대한 부풀렸고 아이들을 먹인 후 본인은 굶었다.

당시 다큐멘터리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많은 시간이 지나 잊고 있던 충격적인 기억이 하와이 골목을 돌아다니며 다시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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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별이 잘 보이던 하와이 ⓒ 신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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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길거리에 보이던 많은 노숙자 ⓒ 신준호


하와이 식당에 가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 12~15달러(6일 시세 기준 한화 13500원~16800원) 정도가 필요하다. 절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금액이다.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에도 많은 돈이 필요한 하와이에서 많은 노숙인이 나름대로 일은 하고 있지만 조그마한 집 하나 마련할 돈이 없어서 밖에 앉아 있다고 한다.

특히 하와이의 할렘가라고 불리는 차이나타운으로 가보면 거동조차 쉽지 않아 보이는 늙은 노숙인들이 사방에 보인다. 요즘 한국 날씨처럼 폭염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는 하와이지만 밖에 있으면 건강이 다소 걱정될 정도의 나이대로 보였다.

자유를 가장 크게 부르짖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자유라는 것이 가진 무책임함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동등하게 경쟁을 했고, 승자가 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행복하고 편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애초에 영화 <문라이트>의 대사처럼 모두가 동등하게 푸르른 상태에서 경쟁이 시작되었는지가 의심되는 순간으로 가득했으며, 가난한 사람들이 추락할 때 낙하산도 달아주지 않고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하는 자유는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인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하와이에서의 한 달이었다.

와이키키의 바다는 낭만으로 가득했지만, 그 낭만은 몇 블록 너머에까지 닿지는 못했다. 하와이 한 달은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항상 말하고 다니지만, 와이키키의 아름다운 석양빛이 있는 하와이도 결국 사람이 자신의 생존을 걱정하며 사는 곳이었고, 생각보다 추락은 쉽고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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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고 아름다운 하와이의 길거리 풍경 ⓒ 신준호


하와이 길거리 풍경은 평화로웠고 안정감을 줬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한국인이 아는 하와이는 와이키키 반경 몇 블록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하와이 #와이키키 #차이나타운 #홈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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