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 박근혜 정부 소송 서류까지 대신 써줬나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관련 소송... 재항고 접수 전 서류, 법원행정처 작성 정황 포착

등록 2018.08.07 14:54수정 2018.08.0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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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박근혜 정부가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사실상 대신 작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해당 소송 당사자인 당시 고용노동부의 소송 서류를 법원행정처가 대신 써줬을 가능성을 집중 수사 중이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PC 하드디스크에서 '(141007)재항고 이유서(전교조-final)'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서는 실제 고용노동부가 재항고 이유서를 제출한 2014년 10월 8일보다 하루 일찍인 10월 7일에 작성됐다. 이로 인해 당시 법원행정처가 서류 접수 전 해당 문서를 미리 받아봤다는 의혹이 제기 됐다. (관련기사 : 법원행정처-고용부, '전교조 재판' 놓고 거래 의혹)

그러나 검찰이 이 문서와 실제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재항고 이유서'를 대조 분석한 결과, 일부 증거번호만 수정된 사실상 같은 문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서의 분량도 46페이지 가량으로 거의 동일했다. 또 그보다 앞서 법원행정처가 9월 29일 작성한 '전교조 항소심 효력정지 결정 문제점 검토'의 내용이 거의 그대로 해당 문서에 반영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법원행정처가 최초 작성한 '전교조 항소심 효력정지 결정 문제점 검토' 문건과 '(141007)재항고 이유서(전교조-final)' 문건, 그리고 고용노동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재항고 이유서'가 사실상 모두 같은 문서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고용노동부가 재항고 이유서를 접수하기 전 법원행정처에 서류를 미리 준 것이 아니라, 아예 법원행정처가 고용노동부의 재항고 이유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작성해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검찰은 또 임 전 처장의 PC에서 나온 문서가 PDF 파일이 아닌 HWP 파일인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법원에 내는 전자소송 문건은 위조나 추후 수정을 방지하기 위해 PDF 파일로 내게 돼 있다. 그러니까 임 전 처장의 PC에서 나온 파일은 법원 제출용 소송 문건을 만들기 전에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해 법리를 검토한 파일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해당파일 제목에 'final(최종)'이 들어갔다는 것도 이 문서가 몇 차례 수정을 거쳤다는 것을 의미 한다. 

해당 문서가 작성됐을 당시 고용노동부 쪽 대리인(변호인)이 모두 사임한 상태였다는 점 역시 법원행정처가 고용노동부의 재판 서류를 대신 작성했다는 의혹을 짙게 만든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당시 고용노동부는 중견 로펌을 대리인으로 내세웠지만, 2심에서 패한 이후 대리인들은 모두 사임했다. 실제로 해당 소송의 재판기록에도 대법원에서 진행됐던 재항고심에서는 대리인이 없이 고용노동부 노사관계 담당 과장과 사무관 등이 담당했다.

법률 전문가인 대리인의 도움 없이 고용노동부가 46쪽에 달하는 재항고 이유서를 작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주된 의견이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1, 2심에서 연이어 패소한 상태였기 때문에 보다 법리적으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해당 소송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1, 2심의 법리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 아니라면 다른 외부적 요인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후 법원행정처는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인 2014년 12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도 작성했다. 법원행정처는 해당 문건에서 고용노동부의 재항고를 받아들이는 게 청와대와 대법원 '양측에 윈윈(모두 이익)'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대법원 재판부(고영한 전 대법관)는 이듬해 6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인정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이 같은 재판 결과를 2015년 8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정운영 뒷받침' 사례 중 하나로 언급하는 문서를 작성했다.

한편 재항고 이유서를 법원행정처가 대신 작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검찰에서 수사 중이라 확인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대법원 #고영한 #양승태 #전교조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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