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제 식구 감싸기' 나선 법원

일제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 판사 블랙리스트 관련 압수수색 영장청구 무더기 기각

등록 2018.08.10 11:49수정 2018.08.1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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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의 모습. ⓒ 이희훈



양승태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위안부 관련 재판거래 의혹 수사에 또 다시 제동이 걸렸다.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소송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외교부와 접촉한 전·현직 법원행정처 심의관들, 재판에 관여한 전·현직 대법관들 압수수색하겠다는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범죄 소명이 부족하고, 법원행정처가 '알아서' 자료를 제출할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몇 년째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그런데 법원행정처가 사법농단 관련 문건을 공개하면서 양승태 대법원이 재판 연기를 대가로 청와대와 외교부에 법관 해외파견 등을 청탁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에게 제기한 소송 역시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해결 선언' 이후 각하 또는 기각 방안을 검토한 보고서가 나왔다.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13년 10월 주철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면담하며 해외 공관에 파견할 법관 자리를 받아낸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관련 기사: 양승태 대법원, 외교부 간부에 '판사 유엔 파견' 청탁). 검찰은 이 자료 등을 바탕으로 전·현직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의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 등을 청구했다.

하지만 박 부장판사는 심의관들은 임종헌 전 차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제징용 소송 등을 검토한 재판연구관들의 보관 자료 등도 재판거래 의혹과 무관하다고 봤다. 그는 관련 대법관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압수수색 역시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며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기각 사유에는 '법원행정처의 임의제출 가능성'이 다시 한 번 들어가 있었다. 박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가 이미 검찰에 충분히 강제징용·위안부 소송 관련 법원행정처 자료를 제출했고, 검찰의 이의제출 요구를 거부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법관 인사불이익 (판사 블랙리스트)문제는 검찰이 법원행정처에 요구하면 "법원행정처가 법관들의 동의를 얻어 관련자료를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법원의 '제 식구 지키기'는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법원은 외교부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하면서도 사법농단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전·현직 판사들과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 등의 압수수색 영장은 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은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영장 기각'에 폭발한 검찰 "이래선 진실 규명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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