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Ep.1 윤정선 금천주거복지센터 팀장

등록 2018.08.10 14:06수정 2018.08.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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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인간에게 '집'은 중요한 요소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3요소인 의, 식, 주 중의 하나에 해당할 만큼 가장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집'은 항상 걱정거리다. 집을 수십 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집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불평등한 사회다. 2년마다 머무를 곳을 구하기 위해 불안에 떨어야 하는 이 사회에서 '집'은 개인의 걱정거리가 아닌 사회문제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건 사치일까. 우리 사회는 언제쯤 집 걱정 없이,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집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을 만나 '집'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그 첫 순서로 금천주거복지센터 윤정선 팀장을 만났다.


금천주거복지센터 입구 금천주거복지센터로 들어가는 길 ⓒ 김환주


-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금천주거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윤정선이고요. 2014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금천구 주민이기도 하고요. 제가 살고 있는 곳 안에서 무슨 활동을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공인중개사를 했었고요.


- 공인중개사 일을 하시다가 주거복지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돈을 정말 열심히 벌었어요. 제가 부동산 경매도 했었는데, 하다보면 세입자를 쫓아내야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렇게 돈 벌기는 싫더라고요. 2010년도 즈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시민운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진보 교육감 선거 운동도 하고, 시민단체도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민 활동이라는 게 돈을 벌기보다 쓰는 일이잖아요. 어느 순간에 돈은 벌어야겠다 싶어서 일을 찾아보던 중에 '주거복지센터'에 들어왔어요.


- 금천주거복지센터는 왜 만들어졌나요?

2013년도에 서울시한테 위탁을 받았어요. 원래 이곳은 '주거복지협회'사무실이었어요. 주거복지협회는 집수리 자활기업들의 협회예요. 조금 더 복지적인 측면에서 일을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기금을 받아서 시범사업들을 하다가 2013년도에 서울시에서 정식으로 위탁을 받아서 구(區)내의 주거복지사업들을 하게 되었어요.


- 주거복지센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앙 정부에서 지원하는 복지 사업은 사실 한계가 있어요. 새로운 복지 사업을 시도해보기도 어렵고, 주민 접근성도 떨어질 수 있거든요. 그런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민간 차원에서 맡는 것이죠. (저희는) 공공부문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곳까지 다가가서 주민들에게 주거 복지사업을 진행해요.


- 어떤 일을 하시나요?

주로 상담, 사례 관리, 주거 지원, 집수리 지원 등을 해요. 저희의 역할이 '임대차보호법'에 따라서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현실에서는 법을 잘 몰라서 (쫓겨날 상황이 아닌데도) 쫓겨나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거든요.

(실제로) 어느 기업이 도시형 생활주택을 만들겠다고 해서 쪽방에 살던 노인 세입자들이 나가게 되는 상황이 있었어요. 계약서를 보면 아직 계약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나가라고 해서 그냥 나가야 되는 줄 아시는 것이죠. 저희가 할머니께 계속 거주할 수 있으시다는 안내를 드려서 무작정 쫓겨나는 상황을 막을 수도 있었고요. (이렇게) 저희는 주거 약자들에게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알려드리고 있어요. 저희의 역할이죠.

그 외에도 서울시의 업무를 받아서 처리하는 일도 하고요. (서울시의 업무 중에) 예를 들면 청년보증금지원제도에 대한 상담을 저희가 맡아야 되는 경우도 있어요. 아직까지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시기라 서울시가 주는 업무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받지 못해서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 말씀해주신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으신가요?

대상 가구와의 갈등이 크게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희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각자 주거에 관련한 욕구가 있으시거든요. 그런데 욕구가 완전히 해소될 수 없을 때가 있어요. 기준 이상의 소득이 있어서 주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대표적이죠. 사실 복지사업 수혜자는 (기준에 따라) 선별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수혜 기준에서 탈락된 분들이 서울시에 민원을 넣겠다고 하시기도 하고, 주거지원사업 수혜자라 하더라도 입주 과정에서의 갈등도 발생하죠.

또 다른 갈등으로는, 아까 주거 약자의 편에서 법적 권리를 알려드리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권리가 보장되어 있는데도 싸우는 것이 싫어서 권리를 포기하는 주거 약자분들도 계세요. 그렇다고 저희 마음대로 행동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 분들의 판단을 따라야 하니까. 특히 가난한 주거 약자는 원래 살던 곳에서 쫓겨나면 더 멀리, 외곽으로 밀려나게 되는데, 집값은 계속 올라가서 보상금이나 지원금으로는 마땅히 갈 곳이 없잖아요. 그럴 때는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죠. 우리나라의 큰 문제예요.


- 현재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원활한 사업을 하기 위해서 취약계층의 임대주택 운영 기관이 되기도 하고요. 복지 재단에 공모 사업을 신청해서 사업을 운영하기도 해요. 기업의 후원을 받아서 집수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해요.

윤정선 팀장 (왼)과 필자 (오) ⓒ 김환주




- 윤정선 선생님께 '주거'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 중 하나죠. 주거는 의, 식, 주에서 '주'에 해당하는 것이니까요.


-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려면 우리 사회에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시민들이 주거권을 인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주거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잖아요. 어찌 보면 주거권은 기본권이기도 하고, 인권이기도 한 것이에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기본권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문제거든요.

한 집에서 세입자가 원하는 만큼은 편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게 정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거권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권이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잖아요. 주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거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고, 국가가 주거문제에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하죠.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에서 공공임대주택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고요. 만약 국가가 충족하지 못한다면 시민들이 국가에 주거권을 요구할 수 있도록 사회를 바꾸어 가야죠.


시민들의 주거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 정책도 그에 맞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법에 명시된 계약기간도 너무 짧아요. 우리나라는 2년으로 되어 있는데, 계약기간을 10년으로 명시한 선진국들도 있어요. 불합리한 계약기간도 개정되어야 하고요. 세입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조항마다 강제적인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할 수 있다" 정도로 정해져 있어요. 이 정도는 너무 약하거든요. 이처럼 개선해야 할 법, 정책들이 아직 많아요. (웃음)


- 향후 윤정선 선생님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주거 단체에 열심히 참여하고 제 능력껏 후원하면서 살아야죠. (웃음) 사회는 가만히 있는다고 바뀌지 않으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저의 계획이라면 계획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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