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지원사 훈령 보니... 정치개입·불법사찰하면 '형사고발'

대통령 독대 보고 관행, 감청 논란은 여전히 남아

등록 2018.09.03 07:25수정 2018.09.0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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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국군기무사령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남영신 초대 군사안보지원사령관 등이 참석해 제막식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지난 1일 국군기무사령부(아래 기무사)를 대체할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아래 안보지원사)가 공식 출범하면서 안보지원사의 역할과 기능에 관심이 쏠린다.

국방부가 2일 공개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운영훈령'에는 기무사 해체의 원인이 된 정치개입과 민간사찰, 특권의식 등의 구태를 엄격히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불법행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해서는 수사의뢰를 하거나 형사고발을 하도록 명문화하고, 상관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았을 경우 이의제기할 수 있도록 장치도 마련했다.

우선 훈령 제4조는 안보지원사 소속 군인·군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당이나 정치단체 가입 ▲정당이나 정치단체의 결성 또는 가입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의견 유포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위한 기부금 모집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또 안보지원사 소속 군인·군무원이 임용되거나 진급할 때 이런 내용이 담긴 '정치적 중립 서약서' 제출을 의무화 했다.

민간인에 대한 불법 정보수집 활동을 금지

훈령 제5조에는 민간인에 대한 불법 정보수집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적시했다. 직무범위를 벗어나서 민간인에 대한 정보수집이나 수사를 할 수 없으며, 직무범위 내에서 민간인에 대한 정보수집 및 수사를 할 경우에는 사전에 상급자에게 보고를 하도록 했다.


민간인 뿐 아니라 군인 등에 대해서도 정보수집 명분으로 정보수집 활동을 제한했다. 기무사 시절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동향관찰을 폐지하고, 사생활이나 일반적인 동향파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신원조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안보지원사가 할 수 있는 신원조사 대상은 ▲장성과 장성 진급 대상자 ▲보안·방첩 등의 문제 식별자 ▲국방장관이 지정한 주요 부대를 지휘하는 대령급 지휘관 ▲3급 이상 군무원 ▲ 대(對)국가전복과 관련이 있는 부대의 지휘관 등으로 한정했다.

또 수집된 불법 및 비리 정보를 인사자료로 제공할 경우에는 신원조사 대상자에게 소명기회를 주고, 그 내용을 신원조사 결과자료에 포함시켜 보다 투명하게 신원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안보지원사령관은 정치개입이나 민간사찰 등 불법 행위자에 대해 군형법상 '정치관여의 죄'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 형사고발, 징계, 원대 복귀 등의 조처를 취해야 한다.

훈령 제8조는 기존 기무사 요원들이 갖고 있던 특권의식을 없애기 위해 "안보지원사 소속 모든 군인은 (일선) 부대 내에서 군복을 착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동안 사복을 입고 정보 수집을 해오던 관행을 폐지한 것이다. 공개석상에서 계급이나 직책에 맞지 않는 좌석에 앉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작전부대의 회의나 간담회 등 모임에도 나타나는 것도 금지했다. 안보지원사 요원이 상주하는 사무실도 기존 연대급은 폐쇄하고 군단·사단급에서만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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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국군기무사령부)에서 열린 부대 창설식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남영신 초대 군사안보지원사령관에게 부대기를 전달하고 있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국방부 직할 부대로 2900명 규모로 보인, 방첩에 중점을 두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상관의 부당지시 땐 이의제기 절차 마련

제10조의 '이의제기 절차'는 상관이나 다른 군인의 부당한 지시를 정해진 절차에 따라 거부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절차를 담았다. 사령부령 제5조에 명시된 부당한 지시 또는 요구를 받은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국방부장관이 정하는 절차를 세분화한 것이다.

부당한 지시를 받은 안보지원사 소속 군인·군무원이 감찰실장 앞으로 관련 내용이 담긴 문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의를 제기하면 감찰실장은 참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심의한다.

만일 심의 결과 부당한 지시로 판명되면 감찰실장의 철회 요구에 따라 이의제기 대상이 된 상관은 즉각 관련 지시를 철회해야 한다. 또 사령관이나 참모장, 감찰실장 등의 부당한 지시가 있을 경우에는 국방부 감사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국방부 감사관이 철회를 요청하면 사령관, 참모장, 감찰실장은 해당 지시 또는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

또 이의를 제기한 안보지원사 군인과 군무원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고, 인사상 불이익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신고자 보호 조항도 훈령에 명시했다.

기무사 전횡의 배경이 되었던 대통령 독대 보고 여지 남아

하지만 훈령에 명문화하지 않은 대통령 독대 보고 관행이 완전히 사라질지는 의문이다. 지난날 기무사 전횡의 배경이 되었던 사령관의 대통령 독대보고에 대해 기무사 개혁위원회는 '폐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지만, 안보지원사는 훈령에 '대통령 보고 폐지'를 명문화하진 않았다. 대통령 독대 관행의 폐지를 규정화하지 않아 대통령이 원하면 언제든 군 정보부대 수장의 독대 보고가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남영신 초대 안보지원사령관은 "우리는 국방장관의 부하이고 보안·방첩 관련해 장관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장관에게 보고한 다음에 필요하면 청와대 비서실이나 안보실에 보고할 것"이라고 대통령 독대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방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대(對)국가전복과 이를 위한 군 통신망 감청 활동에 대한 명시가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기무사령(대통령령)의 '대정부전복'관련 임무가 안보지원사령에는 대국가전복으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핵심 임무는 동일하다. 안보지원사가 군 통신망 무제한 감청권을 유지하려는 것은 쿠데타 등 '대국가전복' 방지 및 적발 임무 때문이다.

이전 기무사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한 감청의 경우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실시해 왔다. 기무사는 통상 4개월에 한 번씩 대통령의 포괄적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감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군 통신망에 대한 무제한 감청 활동이 무차별적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기무사 개혁위원회는 지난달 "군 통신 감청에 대해서도 (법원의) 영장 발부라는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안보지원사 #훈령 #대국가전복 #정치적 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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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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