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수사 협조' 약속에도 법원은 또 "기각, 기각"

신광렬 부장판사 관련 압수수색 사실상 좌절... 법원-검찰 갈등 깊어져

등록 2018.09.13 17:54수정 2018.09.13 17:57
6
원고료로 응원
 
a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벌어진 '사법농단' 사건 관련 전현직 판사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바라본 대법원 청사의 모습. ⓒ 권우성


김명수 대법원장은 13일 사법농단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법원은 또다시 수사에 빗장을 걸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사무실 등으로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신 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영장판사에게 받은 사건 정보를 법원행정처로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9월 11일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청구서를 냈다. 그런데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업무시간에 청구된 영장심사를 다음날 밤 11시 30분에서야 결론 맺었다. 이마저도 일부 이메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각했다.

신광렬 부장판사는 형사수석부장 재직 중 ▲ 검찰이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영장전담판사에게서 수사기록을 받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건네고 ▲ 법원행정처가 수사확대를 막기 위해 만든 '영장 지침'을 영장판사들에게 다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언학 부장판사는 이 일이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기관 내부에서 정보를 주고 받은 것이라며 ▲ 나상훈 판사가 구속영장이 청구된 법원 집행관들의 수사기록을 임종헌 차장에게 보고한 서부지법 사건, ▲ 헌재에 파견된 최희준 부장판사가 헌법 재판관들 평의 내용을 빼돌린 사건 등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또 당시 영장 판사들이 검찰에서 사실관계를 상세히 진술해 충분히 확인됐다며 압수수색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법원-검찰 점점 깊어지는 영장 갈등

검찰은 영장 청구 기각 사유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기관 내부의 정보 공유라 죄가 안 된다는 현 중앙지법 영장판사의 주장은 그야말로 '재판의 독립 원칙'을 법관 스스로 부정하는 위헌적 주장"이라고 했다. 또 "이 사건에서도 수사기밀이 기관 외(법원행정처)로 유출되었고, 같은 중앙지법 소속 판사 여러 명이 추가적인 (정운호 사건) 금품 수수자로 의심받던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중앙지법 사건과 서부지법 사건, 헌재 사건의 뼈대가 같다는 점도 지적했다. 수사팀은 "수사 대상이 판사 뇌물 비리냐 집행관 뇌물 비리냐의 차이일 뿐 법원 관련자 수사의 확대를 막기 위해 수사 정보를 빼내는 것은 같은 구조"라며 "현 중앙지법 영장판사가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를 수집하는 압수수색 단계에서 '죄가 안 된다'는 취지로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부적절하다"고 했다. 또 '사실관계 소명이 충분하므로 압수수색 필요성이 없다'는 게 어떻게 기각 사유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증거인멸 논란에도 영장 발부 여부가 하루 넘겨 나온 것 역시 의아한 대목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청구된 유 변호사의 압수수색 영장을 10일 오후에 기각했다. 8~9일이 주말이긴 했지만 당시 영장전담판사가 두 명이나 근무 중이었는데도 법원은 며칠 걸려서야 결론을 냈다.

유 변호사는 이날 오후 8시 30분께 법원행정처에 '자료를 파기했다'고 전했다. 법원행정처가 이 사실을 공개하자 '법원이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서울중앙지법이 압수수색 영장심사에 하루 넘게 시간을 들이자 검찰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김명수 #양승태 #이언학 #박범석 #허경호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5. 5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