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안 살아?" 우리 애들 기죽을 일만 남았다

생존에 필요한 주거도 '각자도생' 해야 하는 시대

등록 2018.09.20 09:44수정 2018.09.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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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을 앞둔 13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이희훈

 
연일 부동산 뉴스로 시끄럽다.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말고는 큰 이슈나 뉴스거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부동산은 우리 삶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거지를 해결하는 일이자, 자산을 불리는 수단이기도 하다. 언젠가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 부럽다는 이야기를 했다. 

"서울 살아서 좋겠다. 너네 동네도 많이 올랐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전세야. 작년엔가 매매하고 전세로 살면서 잠실에 집을 사놨어. 서울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 자기 집에 사는 사람 없을 걸? 대부분 전세로 살면서 자기 집은 다른 사람에게 세 주는 거지." 


그랬다. 서울의 집은 사는(Live) 곳이 아니라 사는(Buy) 것이 되었다. 친구는 전업주부다. 나는 워킹맘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고,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겨우 3시간 남짓이다. 올해 초 집이 있는 경기도로 직장을 옮기기 전에는 아이들 자는 얼굴만 보고 출퇴근을 했다. 그렇게 살면서 1년에 모을 수 있는 돈은 겨우 2천만 원 남짓이다.

하지만 전업주부인 친구는 아이들 돌보면서 부동산 투자로 얻은 수익이 수억 원에 달한다. 내가 10년을 모아도 모으지 못할 금액이다. 열심히 일했던 내 근로소득의 가치는 부동산 투자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집값 상승 방치는 서민 모독"이라는 심상정 의원의 말에 공감하는 이유다.

평범한 사람들도 '부동산 투자'를 깨닫기 시작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서울 아파트는 서울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었다. 지방에서도 많이 올라와서 투자를 했다. 지방에 살면서 서울 아파트를 사두는 것이다. 그리고 그 투자 범위는 서울에서 경기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얼마 전 동생이 산본으로 이사를 하고 싶어서 집을 보러 갔는데 매물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부동산 중개인 말로는 얼마 전 관광버스로 투자자들이 다녀가서 나온 매물을 모두 휩쓸듯이 계약을 했고, 현재 매수 대기자만 10명이 넘는다고 했다.

조용하던 우리 동네도 들썩였다. 우리 동네는 용인의 주요 지역에서 많이 떨어진 곳이다. 아는 분이 20평대에서 30평대로 이사를 하려고 부동산에 들렀다가 30평대 좋은 매물이 다 사라져 매물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매매를 한 사람들은 실거주가 아니라 모두 투자자라고 했단다.  

차근차근 집을 마련하고, 넓혀가려던 사람들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열심히 일하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러면서 너도 나도 부동산 투자를 하지 못한 지난 과거를 후회하기 시작했다. 집을 사려고 했다가 포기한 가족은 서로를 원망하기도 했다.

일만 해서는 내가 원하는 곳에 집을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은행에 월세를 내느니 대출 없이 전세 살겠다던 평범한 소시민들을 이젠 주변에서 볼 수 없다. 의식주는 사람의 생존에 필요한 필수 요소다. 생존을 위해서 부동산 정보를 모으고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부동산을 투자 수단으로 보는 이유는 예로부터 가장 안정적으로 자산을 불려가는 수단이자, 부를 이룰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주식보다 변동성도 적다. 주식은 한순간 휴지조각으로 변할 수 있지만, 부동산은 실물 자산이 남는다.

주식 투자 정보는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정보가 제한적인 반면 부동산 투자 정보는 많이 공개되어 있고, 발품을 팔아 얻을 수도 있다. 노후에는 집 한 채로 연금이나 월세를 받을 수도 있으니 노후 대비용으로도 좋은 상품이다. 은퇴해서 자영업을 하느니 월세를 받는 것이 더 안전한 방법이기도 하다.  

생존에 대한 공포, 미래 노후에 대한 공포는 욕망을 낳았다. 그리고 공포를 바탕으로 한 욕망은 사람들을 부동산으로 달려들게 만들었다.  
  
욕망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집을 사려고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다. 부동산 거래에는 큰돈이 오고 간다. 서울에 살고 싶은 욕망이 크다고 한들 돈이 없으면 집을 살 수가 없다.

결국 부동산 상승은 인간의 욕망과 돈이라는 재료가 만난 결과물이다. 그럼 이 돈을 사람들은 어떻게 마련하는 것일까? 8.2부동산대책으로 투기지역은 주택 담보대출도 규제되고 있는데 왜 1년간 계속 상승했을까? 

내 근로소득으로 초라해지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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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을 앞둔 13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이희훈


최근 부동산과 함께 유동성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현재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유동성이 원인이라는 말도 있다. 유동성이란 시장의 돈의 흐름을 말하는데, 시중에 이 돈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평범한 소시민인 나는 돈 구경하기가 힘든데, 시중에 풍부하다는 돈은 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뉴스를 보면 강남의 몇 십억 아파트도 대출 한 푼 없이 현금으로 치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면 세상에는 내가 아는 것보다 부자가 많은 것 같다.

그럼 이 유동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결국은 사람들 주머니로 돈이 흘러들어가는 경로는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 금융권이다. 금융권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가깝게는 매달 받는 월급,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금도 있을 수 있고, 가장 큰 목돈으로는 대출이다.  

정부는 1년 전 8.2부동산대책부터 다주택자를 부동산 상승의 원인으로 규정하고 이를 억제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주택 담보대출도 규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세자금 대출은 규제하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서울에 집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세로 살면서 주요 지역에 집을 사놓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세자금 대출이 시중의 유동성을 증가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지방에서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미래를 위해서 서울 아파트에 저축을 했다. 자신은 전세로 거주하면서 전세자금 대출과 자신의 목돈을 더하여 투자하기 좋은 곳에 집을 마련하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인 것이다. 결국 유동성은 서울로 집중되었고, 8.2부동산 대책은 이를 막지 못했다. 가끔, 의문이 든다.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빠뜨린 정부는 정말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방관했던 것일까?

부담을 느꼈는지 얼마전 정부가 9.13대책을 내놓았다. 세금을 강화하고,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했다. 그리고 전세자금 대출을 규제했다. 비로소 시중의 유동성을 줄이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부동산 상승기류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전에도 살 수 없었고, 지금도 넘볼 수 없는 서울 아파트가 앞으로도 더 상승할 거라고 한다. 앞으로 부의 척도가 서울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느냐 있지 않느냐로 갈라진다면 과도한 상상일까?

앞서 이야기했던 친구의 이야기에 빗대어 현재 나의 근로소득은 부동산 상승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한숨만 짓고 후회하고 있자니 내가 더욱 초라해진다. 세상을 향해 난 열심히 일했으니, 나의 근로소득 가치를 인정해달라고 외친들 돌아오는 답은 없을 게 뻔하다. 욕망을 쫒는다 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우스푸어'라는 신조어를 접한 게 불과 10년 전이다. 이 광풍이 나중에 다시 어떤 형태로 마주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만히 있기도 불안하다. 이번 부동산 상승을 지켜보면서 배운 게 많기 때문이다. 내 근로소득으로는 미래를 절대 대비할 수 없고, 인플레이션을 쫓아갈 수도 없다는 것도 처절히 깨달았다.

이번 부동산 상승장에서 소외된 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배우자의 탓도 아니고 정부 탓도 아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그랬을 뿐이다. 하지만, 도태되지 않으려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스스로 익혀야 한다는 것만큼 확실히 알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틀, 두가지 삶을 담아내다>(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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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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