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과 귀촌의 분리 그 후의 이야기

[진짜 농사꾼의 농업·농촌이야기 5]

등록 2018.09.28 11:51수정 2018.09.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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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말. "귀농"의 의미에 관한 논쟁에서 시작된 귀농과 귀촌의 분리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게 됩니다.

귀농은 농업의 가치를 잃어버린 채 직업의 하나로 전락하고, 귀촌은 노동과 생산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2007년 5월 21일. 전국 최초로 전남 강진군에서 귀농자 지원 조례를 제정하였습니다. 전국귀농운동본부와 강진군청이 체계적인 귀농자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귀농자들의 조기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컨설팅 지원 등을 위해 만든 조례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귀농의 몰락을 알리는 신호탄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농촌공동체 안에서의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꿈꾸며, 논과 밭에서의 육체노동을 통해 사람들의 먹거리를 생산하고, 풀들과 작물의 생명력과 힘을 합쳐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온난화에 맞서는 농민들의 노력과 농업의 가치에 대해 아무런 평가도 하지 않은 채, 형식과 절차와 실적만을 생각하는 공무원들의 책상에 귀농자들을 보조금 시혜의 대상으로 올려놓은 셈이기 때문입니다.

귀농자에 대한 지원이 제도화 되자 기존의 농가는 귀농자들을 보조금을 받기위해 들어온 이방인으로 여기며 더욱 멀리하게 되었고, 귀농인은 농촌공동체에 뿌리내리지 못한 채 귀농인 자격인 유지되는 5년이 지나면 경제적 곤궁함에 절망하고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농촌공동체 안에서의 평화로운 삶과 생태주의적 생활을 의미했던 "귀농"은 종말을 고하게 됩니다.

2016년 9월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시도별 농업분야 외부 고용인력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귀농·귀촌가구 수는 총 32만9368가구이지만 이중 실제농사를 짓는 귀농인가구수는 1만1959가구에 불과해 전체의 3.6%에 그쳤으며, 농림축산식품부는 귀농·귀촌종합센터, 귀농·귀촌 교육, 농업창업 및 주택 구입 지원 사업, 귀농인 실습 지원, 도시민 농촌 유치 지원 사업 등에 2015년에 총 1660억원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 보도자료 2016.9.12.)

단순하게 실귀농자 수와 금액으로만 따져보면 귀농인가구당 1388만 원이 쓰인 셈입니다. 아니 전국의 자치단체에서 137건의 귀농·귀촌 지원 조례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적어도 500명 이상의 공무원들이 귀농·귀촌 지원업무에 배치되어 있을 테니 그들의 인건비를 더하면 적어도 1500만 원 이상이 지원된 셈입니다.

2015년의 전국 농가 평균 농업소득이 1125만7000원 (통계청 '2015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결과') 이었으니 농업소득보다 많은 돈이 귀농인 1가구 유치에 소요된 것입니다.

귀농지원정책의 구체적인 모습은 이렇다보니 기존 농민들 특히 임차농들은 역차별을 느낄 수밖에 없고, 귀농자들에 대한 반감을 키워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귀농·귀촌 지원 정책의 참담한 결과를 해마다 겪으면서도 정부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리어 똑같은 모델을 청년 창업농 육성 대책에 적용해 실시하고 있습니다.

2018년 정부는 농업인구의 신규 유입이 부족한 가운데 농업 인구가 고령화 되어가는 것에 대한 대책으로 "지속가능한 농식품 산업을 육성하고 농업을 미래성장산업화" 한다는 거창한 명목을 내세워 청년 창업농 육성 대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책의 핵심은 신규 청년 취농인 중 1200명을 선정하여 월 최대 100만원을 3년간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올해는 3326명이 지원해 2.8대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경쟁률에 고무된 농림부는 400명을 추가 지원하기로 하였습니다.

2017년 전국의 40세 미만 농가경영주가 전체 농가경영주의 0.9%인 9273명으로 줄어들었으니 농업의 위기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농업인구의 신규 유입을 목적으로 청년창업농에게 현금 지원을 하는 것은 귀농·귀촌지원 제도의 실패를 그대로 되풀이하는 잘못된 방법입니다.

수십 년 농사를 지은 농사꾼들의 농업소득이 1년에 천만 원에 불과한 현실에서 5년간의 영농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촌에 거주하면 연간 최대 1200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 셈이니 기존 농민들은 역차별을 느낄 것이고, 청년창업농들은 3년이 지나면 농업의 현실에 좌절하고 떠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진정으로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농업 인구를 늘리는데 관심이 있다면 현재의 청년 창업농 육성과 귀농·귀촌 지원정책을 폐지하고, 그 예산을 저소득 농민들이 최저생계비를 얻을 수 있도록 우선적인 지원을 해야 합니다. 한해 농사가 망가져 수입이 없을 때에도 정부에서 다음해 농사지을 때까지 최저 생계비를 보장해 저소득 농민들조차도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한다면 일시적인 유인책으로 청년들을 농촌에 끌어들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농민의 삶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리고 불법적으로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부재지주와 농업경영체 등록을 한 공직자들이 소유한 농지를 현행법에 맞게 처분토록 하고 그를 국가가 매입하거나 위탁관리를 한다면 청년창업농과 귀농자들이 가장 경제적 부담이 큰 농지구입을 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될 수 있을 것입니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의 인정과 부재지주 청산이야말로 다양한 농업문제 해결의 핵심입니다.
 

임차농및 임차농지 비율 ⓒ 한국농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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