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핫플'로 뜬 우리동네, 그 뒤 벌어진 일

예상치 못한 캠핑족들과의 '전쟁'... 여긴 놀이터가 아닙니다

등록 2018.10.04 07:40수정 2018.10.0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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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가 유트브와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서 캠핑하기 좋은 곳으로 소문난 이후, 주민들은 주말마다 캠핑족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 pixabay


내가 사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은 도농 복합지역으로, 빌라와 전원주택이 산재해 있고 논밭도 드문드문 보이는 그런 곳이다. 그리고 팔당 상수원에 인접하여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서 보호받고 있다. 서울이나 경기도의 다른 지역처럼 집값, 땅값은 오르지 않지만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산다는 자부심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조용한 동네에서 지난 여름부터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바로 무분별한 캠핑족들과의 '전쟁'이다.

예상치 못한 전쟁
  

숲길을 점령한 외부차량들동네 사람들이 매일 오르내리는 잣나무 숲이 주말이면 차로 뒤덮인다. ⓒ 유상준


우리 동네만 해도 빌라와 전원주택이 밀집해있고,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산 쪽으로 면하고 있다. 산에서 항상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에 선풍기만으로 한여름을 지낼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이런 살기 좋은 곳에 언제부터인지 숯불 피우는 냄새, 고기 굽는 냄새, 간혹 쓰레기 태우는 냄새가 창문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젠 금요일만 되면 어김없이 이런 냄새와의 전쟁을 벌인다. 원인은 바로 앞산 등산로 주변에 캠핑족들이 진을 치고 벌이는 행위 때문이다.

처음엔 그 사람들한테 가서 '상황이 이러저러하니 자제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부탁도 해봤다. 그러나 그들은 대개 자신들의 즐길 권리만 생각할 뿐, 동네 주민이 피해를 보는 일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우리 집 앞산이 그들 보기에 캠핑하기 '좋은' 곳으로 유튜브나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 알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서 자기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이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어 주말이면 산 속으로 낯선 차들이 쉼 없이 들어간다. 주변 숲은 마치 텐트촌인 것처럼 무수한 캠핑족들에게 점령됐다.

이곳은 당연히 허가난 캠핑장도 아니고, 관광지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오히려 전역이 상수원 보호구역이어서 각종 오염행위에 대한 규제가 있는 지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신문고에 민원도 넣고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경찰의 대처는 미온적이었다. 시청에서는 단속한다고 말은 하지만 상황이 주로 공무원이 근무하지 않는 주말에 일어나기 때문에 현장에서 제때 신고할 수도 없다. 이 문제로 시청 담당 공무원과 통화를 했었다. 공무원이 하는 말로는 캠핑 자체는 금지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나도 누군가의 소중한 여가생활을 막을 생각은 없다. 그런데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나라 캠핑족 중에서 산에다 텐트 쳐놓고 누워서 별만 보다가 주변정리를 깨끗이 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고, 사실 이런 건 가능하지도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먹어야 하고 또 배설해야 하니까. 그리고 상당 부분 그런 즐거움을 위해서 캠핑하는 것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캠핑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시설을 갖추고 허가를 받은 캠핑장에서 주변정리와 뒤처다꺼리까지 책임지면서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들은 자연 친화적인 캠핑을 한다면서 여러가지 불법행위를 저지른다. 우선, 산림지역에서 화기(모닥불)를 사용하여 취사 행위를 하고 고기를 굽는다. 이는 대규모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명백한 불법행위다. 시청에서 붙여놓은 현수막에 따르더라도 난방 목적 이외의 모든 노천 소각 행위는 불법이다.

그리고 동네 뒷산 같은 곳은 준비된 캠핑시설이 아니므로 당연히 화장실이나 개수대 등이 없다. 아무데서나 용변을 처리하고 몸을 씻으며 폐기물을 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오염물질은 비가 오면 빗물에 섞여 주변 개울로 흘러들어갈 것이고 2차 오염을 일으킬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런 것을 비점오염원이라고 한다.)

더불어 산다는 것
 

캠핑장이냐구요? 아닙니다. 그냥 동네 뒷산입니다. 초상권 보호를 위해 일부러 흔들리게 찍었습니다. ⓒ 유상준


내가 사는 광주시 퇴촌이라는 곳은 전역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주민들은 농약이나 비료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규제를 감수하며 산다. 주민들이 이런 불편을 기꺼이 견디는 것은 '같이 사는 것'이라는 가치를 알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 개울이나 하천에는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적힌 표지판에 있다. 거기엔 수영, 낚시, 취사, 야영 등을 금지한다는 경고 문구가 분명히 적혀있다. 자기집 앞 개울에 들어가는 것도 규제를 받는다. 그 이유는 수영, 낚시, 취사, 야영 같은 행위도 행위지만,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2차 오염행위도 철저히 막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야영'(캠핑)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있음에도 담당 공무원의 태도는 미온적이었다. 주민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외부로부터의 오염 행위를 막고 주민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우리 동네는 바깥 사람들이 와서 먹고, 쓰고, 더럽히고 가는 '놀이터'가 아니다.

덧붙이는말 : 최근 캠핑 문화가 발달하면서, 캠핑족들로 인한 주민 불편과 갈등 사례가 우리 동네만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 글이 더불어 사는 문화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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