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 의정활동' vs. '불법 유출'... 한국당의 공격은 과연 성공할까

[주장] 심재철 의원 비공개 문건 유출 논란... 청와대는 적극 반박, 한국당 비판 여론도

등록 2018.10.03 14:06수정 2018.10.0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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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판 사설 들어보이는 심재철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부 비공개 예산 정보 무단열람·유출 관련해 정부를 비판한 일간지 사설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정상적 의정 활동의 일환인가, 아니면 의도적인 목적에서 불법적으로 자행된 해킹 행위인가. 정부 재정분석 시스템의 비인가 정보에 접근해 청와대 등 관계 기관 자료 수십만 건을 내려받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공개 예산정보 무단 유출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심 의원은 기재부가 승인해준 아이디로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정보를 취득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기재부는 심 의원 측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자료를 열람하고 이를 불법 유출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재부는 정보통신망법·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심 의원을 고발했고, 심 의원 측은 김동연 부총리와 기재부 관계자 등을 무고 혐의로 맞고발했다. 

정치권은 크게 요동치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은 검찰이 심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서자 이를 "야당 탄압"이라 규정하며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의원총회를 통해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 공언한 상태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제1야당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라는 주장이다 . 

28일에는 김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30여 명이 대법원을 전격 방문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따지기도 했다. 한국당이 이례적으로 대법원을 항의 방문한 것은 그만큼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논란의 진원지인 심 의원 역시 청와대 예산사용 내역을 잇따라 공개하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는 중이다. 27일 청와대의 업무 추진비 내역을 공개한 데 이어, 28일에는 청와대 회의참석수당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적극 반박에 나선 청와대와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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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의원들이 지난 9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의 심재철 의원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항의방문을 하고 있다. 2018.9.28 ⓒ 연합뉴스


청와대와 기재부, 더불어민주당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는 한편 정부 동의 없이 비인가자료를 열람하고 이를 무단 유출한 심 의원 측과 이를 정치쟁점화시키고 있는 한국당을 향해 역공에 나서고 있다. 제기된 의혹들은 모두 합법적인 지출이라며 사안마다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24시간 가동되는 청와대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정치 공세라는 주장이다. 회의참석수당 역시 정식 임용 전에 받은 정책자문료이니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추가 공세 차단에도 앞장서고 있다. 심 의원 측이 내려받은 자료에 통일·외교·치안·보안 등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기밀 사항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자료 반환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그런가 하면 문제가 되고 있는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과 관련해 감사원에 공식 감사를 청구하고, 재정분석 시스템의 보안이 뚫리게 된 경위 파악에 나서는 등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의혹 제기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예산정보 유출 사건을 둘러싸고 이처럼 뜨거운 설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목해야 할 것은 여론의 동향이다. 첨예하게 엇갈리는 정치 공방의 향배는 결국 여론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심 의원의 폭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한 방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인가자료의 불법유출에 대한 위법성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제기된 의혹들은 국가기강이나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위법행위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심 의원이 질의자로 나서 관심을 모은 2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사태가 반전될 만한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외려 심 의원이 답변대에 오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논리적 반박에 역공을 당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심야시간· 주말시간대의 업무추진비 사용과 관련해 심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김 부총리가 "심 의원님이 국회에서 쓰신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되받아친 것이다. 김 부총리는 업무관련성이 뒷받침되면 심야시간· 주말시간에도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당의 공세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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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공개 예산 정보 무단열람 지적하는 김동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부 비공개 예산 정보 무단열람·유출 당사자인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이른바 '한국당 디스카운트'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문제 제기조차 일단 걸러서 듣고 보는 사회적 현상을 빗댄 것으로, 한국당을 향한 국민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이루어진 정당한 의정활동이라는 한국당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심 의원의 폭로에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건 '한국당 디스카운트'로 대변되는 뿌리 깊은 불신 역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심 의원 및 한국당의 과거 행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법적 도덕적 검증은 그럴만한 자격이 있을 때 호소력이 있다"라며 "과거 19대 국회 제가 민간인불법사찰 국조특위 야당 간사 시절, 단 두 번 회의 열고 심 위원장께서 활동비 9000만 원 받아가신 -후에 비난 여론에 반납했지만- 몰염치는요? 국회부의장 2년 시절 받아간 6억이 특활비인가요. 업추비인가요. 그걸 지금 청와대에 들이대는 잣대로 스스로 검증할 의지는 없으신가요"라고 지적했다. 19대 국회 당시 심 의원이 수령했던 활동비와 그 사용처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회 특수활동비 공개에는 미온적이던 한국당이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해서 공세적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 때 논란이었던 '정윤회 문건' 유출이 국기문란에 따른 것이라고 봤던 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이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워 비인가자료 유출을 정당한 의정활동이라 주장하는 것 역시 자가당착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비공개 예산정보 무단 유출 의혹 파문의 진상은 결국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한국당의 공세는 성공할까,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청와대 업무추진비 # 비공개 예산정보 무단 유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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