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립합창단 몰래녹음 '솜방망이' 징계 논란

당진시, 지휘자 출연정지 1개월·부지휘자 경고 처분

등록 2018.10.06 16:39수정 2018.10.0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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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의 몰래 녹음이 큰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충남 당진시가 지휘자에게는 출연정지 1개월, 부지휘자에게는 경고라는 징계를 내렸다. 이 결과를 두고 강한 비판과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불법 논란까지 일으키며 몰래 녹음을 지시한 지휘자의 경우 경징계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정신과 치료에 리허설 직전 졸도까지... 어느 시립합창단의 수난).
 

당진시립합창단의 길거리 공연 당진시립합창단은 상임화를 위한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올 봄부터 지속적으로 길거리 버스킹을 하며 시민들을 직접 만나고 있다. ⓒ 최효진

 
당진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지난 28일 당진시립합창단 운영위원회에서 지휘자와 부지휘자에 대한 징계안을 논의한 결과, 지휘자에게는 출연정지 1개월, 부지휘자에게는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징계안은 지난 4일 당사자들에게 통보됐으며 이에 따라 지휘자는 10월 8일부터 11월 7일까지 출연이 정지됐다.

지휘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전히 "연습을 듣고자 한 것이지 대화를 녹음한 것은 아니었다. (피해 단원이) 압박을 받는지도 몰랐다.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 단원이 몰래 녹음 지시를 받았지만, 합창곡 연습녹음만 전달하자 "이런 걸 왜 녹음해 전달하냐"며 폭언 등으로 지속적으로 압박했고, 사건이 불거지자 단원을 상대로 위증연습까지 시킨 녹음까지 존재하는 상황이다. 

결국 지휘자와 부지휘자의 갈등 사이에서 단원이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고, 또 다른 단원의 경우 스트레스로 인해 업무 중 졸도까지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때문에 당진시의 이 같은 결정은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당진시는 사태 인식이나 늦장 처리 등의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제3의 피해를 심각하게 입고 있던 단원들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아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아 왔다(관련기사: "비상식적인 일 벌어지는데..." 수습 못하는 당진시).
 

당진의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책위의 기자회견 장면 당진시립합창단의 상임화를 위한 시민대책위는 지난달 12일 합창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 수습을 하지 못하는 당진시를 강하게 비판하는 기자회견을개최했다.하지만 징계 결과는 피해자인 단원들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 최효진

당진시립예술단지회의 박승환 지회장은 "어처구니없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징계 조치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당진시가 지휘자의 변호사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휘자로 인한 피해는 전체 단원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당진시를 상대로 하는 출근 투쟁 등을 진행할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지휘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진시 관계자는 "당진시는 해촉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운영위 내부에서 투표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이 같은 징계안이 내려졌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진시가 1차 징계안 처리 시에도 어설픈 대처로 상황을 연장 시켰을 뿐만 아니라, 위원들에게 단원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전달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징계 대상이었던 부지휘자마저도 "한 위원의 경우, 지휘자 측의 입장에 서서 마치 불법 녹음이 지휘자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처럼 말했다. 단순히 연습녹음을 지시한 것이 아닌 상황을 제대로 인지한 것인지 궁금하다"라면서 "심지어는 운영위원 앞에서 아버지까지 거론하며 모욕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당진시립예술단지회 창립 1주년 기념식 예술계 종사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 보고자 하는 당진시립합창단원들은 당진시립예술단지회를 창립했고 지난 달 6일 노조 창립 1주년을 맞이했다.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승환 지회장과 단원, 내빈들의 모습 ⓒ 최효진

한편 당진시립합창단 상임화 시민대책위 박인기 집행위원장은 "앞으로 대시민선전전부터 법적 대응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싸워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몰래 녹음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합창단원처럼 예술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열악하고 불안한 신분으로 인해 부당한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을 해소해 줘야 한다"라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당진신문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당진시립합창단 #당진시립예술단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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