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재판거래' 부인한 윤병세, 불리할 땐 "기억이..."

[2018국감-외통위] "2016년 외교부 의견서는 사실관계만 적은 것" 강변

등록 2018.10.26 20:32수정 2018.10.2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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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출석한 윤병세 전 장관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양승태 사법부와의 '재판거래'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1, 2심에서 원고인 강제징용 피해자의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2012년 5월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사건을 파기했다.

이에 따라 이듬해 7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서울고법 판결까지 나왔지만 결론은 다시 미뤄졌다. 대법원은 이후 5년이 넘도록 이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지 않았다. 앞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유보'였다.

그 까닭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 수사 와중에 일부 발견됐다. 외교부로부터 해외 파견 법관을 늘리는 '대가'를 얻되, 외교부 입장을 반영해 '심리불속행' 방안으로 재판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는 내용을 담은 당시 법원행정처 문건이 나왔다. 실제로 외교부는 2016년 11월 대법원 요청에 따라 의견서를 제출해 선고를 늦추는 데 영향을 끼쳤다.

박근혜 청와대와 외교부, 법원행정처 등이 이를 사전 논의한 정황도 등장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3년 12월, 2014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공관에 정부·법원 관련자들을 모아 재판 진행상황과 처리방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병세 전 장관도 이 자리의 참석자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전 장관은 이날 2016년 의견서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중립적인 사실 관계만 넣었다"라며 재판 거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외교부 의견서는 팩트를 정리한 것, 해외 법관 파견과는 별개의 문제"

그는 "(외교부 의견서가) 법원행정처와의 협의대로 (2012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방향으로 적극 협조한 결과가 됐다"는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하면서 "(의견서) 그 어디에도 한쪽을 치우치게 편드는 이야기가 없다, 팩트를 정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굳이 외교부에서 이러한 의견서를 제출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문엔 "대법원에서 공문을 받아 회신 형식으로 보낸 것"이라며 "(강제징용 피해 관련) 청구권 협정은 국제법이어서 조약의 해석에 관한 일반적 관행에 대해 전문가들이 검토한 것을 (의견서에) 담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견서를 보면,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켰다고 하지만 주요 내용이나 분량, 사실관계 배치 등이 (강제징용 손배 원고 승소 결정시) 한일관계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취지가 느껴진다"라며 "(양승태 사법부가) 이미 파기환송 결정을 했던 사안을 또 다시 파기환송할 수 없으니 외교부 의견서를 핑계로 뭔가 바꿔보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재차 "외교부가 (의견서를 통해) 어떤 주관적 의견을 냈다면 오해를 살 수 있겠지만 객관적 팩트를 가능한 한 공정하게 하려고 한 것"이라고 같은 답변을 내놨다. "대법원이 (윤 전 장관에게) 법관 해외 파견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한 바 있느냐"는 질문에도 "사법협력관 파견 문제와 (강제징용) 재판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답했다.

김기춘 전 실장과 회동 사실 묻자 "보고한 건 기억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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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장에 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일제 강제징용 근로정신대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러나 윤 전 장관은 자신에게 불리한 정황에 대해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라는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주철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법관 해외파견을 늘렸으면 좋겠다는 서신을 받지 않았나"라는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5년 전 일이라 기억이 확실치 않다, 경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과 2013년 1월 삼청동 공관에서 대응 방향을 논의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도 "그 회의에서 보고한 것 자체는 기억하는데 구체적 사안에 대해선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라며 "부정확한 기억을 토대로 이 자리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 2014년 10월 삼청동 공관에서의 2차 회동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제가 말씀드릴 상황이 못 된다"라고 답했다.

심 의원은 "이미 검찰 수사 때도 같은 질문을 받았을 텐데 기억을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질타했다. 특히 그는 "지난 8월 외교부 압수수색 때 '비서실장·대법원장 말씀 자료'란 문건까지 확보됐다. 그런데 당시 장관도 모르게 해당 부처의 누가 이런 문건을 작성할 수 있다고 보느냐"라며 "증인이 상황을 왜곡해서 거짓증언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윤 전 장관은 "저는 아무런 문서 증거도 없고 현재 외교부의 지원도 못 받고 있어서 기억에 의존해서 말하고 있다"라며 "(2016년 외교부 의견서는) 특정한 방향으로 재판에 간섭하거나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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