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첫사랑 감정을 재미있고 사실감 있게 표현"

김륭 시인 동시집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학년> 펴내... '창비' 출간

등록 2018.10.30 09:17수정 2018.10.3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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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 시인 ⓒ 윤성효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학년

앞으로 가도 1학년 / 뒤로 가도 1학년 // 첫사랑은 1학년 달에 간 토끼도 / 1학년 우리 엄마와 아빠도 / 1학년 // 시집을 가도 1학년 안 가도 1학년 / 장가 같은 거 안 가고 살아도 1학년 / 아기 둘 낳은 우리 이모도 1학년 / 강아지 키우는 고모도 1학년 // 첫사랑은 1학년 캥거루도 1학년 / 삶은 옥수수도 1학년 이 빠진 / 할머니도 1학년 수염 덜렁거리는 / 우리 할아버지도 1학년 // 나처럼 공부를 못해도 1학년 / 너처럼 공부를 잘해도 1학년 / 다 알지도 못하면서 잘난 척하는 / 알파고도 1학년 // 첫사랑은 / 우리 선생님도 / 1학년
 

신선한 비유와 긴장을 머금은 리듬감으로 동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온 김륭 시인이 쓴 동시다. 어린이들이 겪는 첫사랑의 감정을 재미있으면서도 사실감 있게 표현해 놓았다.


김륭 시인은 최근 동시집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창비 출간)을 펴냈다. 이 동시집에는 어릴 때 몸살처럼 앓는 '첫사랑'과 '사춘기'와 관련한 시들이 많이 담겨 있다.

어두운 땅 속에서 굴을 파고 다니는 두더지를 통해 누군가를 몰래 좋아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첫사랑'은 누구나 풋풋함과 애틋함이 있다. '첫사랑'은 '1학년'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1학년'부터 시작해서 학년이 올라가듯, 누구나 첫사랑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시인은 "좋아하는 아이만 보면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서 마치 하늘의 달 위까지 뛰어오를 것 같은 마음을 그린다"(시 "소녀 무사 나홍주")거나 "사랑은 독감처럼 예방 주사를 맞는다고 안 오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어린이의 모습도 있다"(시 "독감")고 해놓았다.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 4-금붕어


내가 무슨 말만 하면 / 발그레 얼굴이 달아오르고 / 꽥 소리라도 지르면 / 눈을 핑글 / 눈물부터 돌리는 / 그 애 앙증맞은 손을 / 신발 벗겨져 넘어졌을 때 / 딱 한 번 잡아 보았던 / 손을 신발이랑 같이 몰래 / 잡아 와서 / 우리 집에서 / 키운다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에는 남몰래 짝사랑하는 어린이들만 있는 건 아니다. 복면을 쓴 자객처럼 나타나서 "한눈팔면 죽어!"라고 이야기하며 당차게 연애하는 어린이도 있고(시 "자객"), 자기의 뇌와 심장을 좋아하는 상대에게 모두 빼앗겼다며 "사랑에 빠진 나는 이제 끝났다"라고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어린이도 있다(시 "인형의 시간-사랑의 시작").

<동시마중> 편집위원인 이안 시인은 추천사에서 "활달한 상상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험과 모험 정신, 대담한 비유와 리듬, 속도감 있는 이미지의 운동을 특징으로 하는 김륭 동시를 통해 아이들의 일상과 내면은 재발견되고 해묵은 동심과 동시는 새롭게 해석되고 발명된다"고 밝혔다.

그는 "김륭 동시는 여러 번 읽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싱거워지기는커녕 번번이 새롭다. 그의 동시가 얼마간 미래에서 왔다는 증거다"고 강조했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김륭 시인은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의 법칙>,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와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원숭이의 원숭이>가 있다.

새끼손가락

걔가 약속, 하고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나도 약속, 하고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마침내 찾았다
서로의 말을 걸어 둘
곳!

어릴 땐 코만 파던 새끼손가락에
약속을 걸고 사랑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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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 시인의 동시집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학년>. ⓒ 창비

#김륭 시인 #창비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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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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