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책방을 이야기 하는 책 세 권

[꾸러미 읽기] '책과 책방의 미래', '오늘도 무사',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등록 2018.11.09 11:34수정 2018.11.0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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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펄북스


 
 ㄱ. 앞으로 나아갈 책길

<책과 책방의 미래>
 북쿠오카 엮음
 권정애 옮김
 펄북스
 2017.6.25.

 
"카페에서 읽고 나면 이제 살 필요가 없잖아요?"라는 질문도 자주 받는데, 제 생각에는 카페에서 읽든 안 읽든 책을 사지 않을 사람은 사지 않습니다. (30쪽)

대형서점에서 일하면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는 전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합니다. (34쪽)

'이런 서가를 만들고 싶다'는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자신이 직접 책을 고를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89쪽)

헌책방의 시각에서는 지금 나오는 신간들은 헌책이 되어도 가치가 없고, 십 년이 지나도 가치가 오를 만한 책이 나와 있지 않다는 이야기였습니다. (174쪽)

그 헌책 시장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언뜻 보기에는 얌전해 보이는 젊은 참가자가 눈을 빛내면서 손님에게 자신이 가지고 나온 책의 재미를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399쪽)

책을 사서 읽을 사람은 사서 읽습니다. 책이 모든 삶길을 열어 주지 않으나, 우리 스스로 겪지 않거나 못하는 숱한 일을 들려주기에, 이웃살림을 책으로 느끼고 배우면서, 저마다 새로 가꿀 삶을 더 넉넉하면서 즐겁게 헤아립니다.

책이 있는 집이 어떤 몫을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예나 이제나 사뿐사뿐 책집마실을 합니다. 책집이 가장 훌륭한 곳이 아니라 할 수 있을 테지만, 책집 한 곳은 크든 작든 도시에서 숲을 마실 수 있는 조촐한 쉼터입니다. 이 쉼터에 깃들어 숲내음을 물씬 마시면서 하루를 돌아보면 새롭게 기운을 얻습니다.

<책과 책방의 미래>(북쿠오카 엮음/권정애 옮김, 펄북스, 2017)는 한국하고 대면 엄청난 책나라인 일본에서 책길이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하고 생각하면서 마련한 자리에서 온갖 사람이 주고받은 말을 갈무리합니다.

글이나 책을 쓰는 사람, 책집을 꾸리는 사람, 샛장수 일을 하는 사람, 책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모여 저마다 제 눈썰미로 책길이 앞으로 어떻게 새로울 수 있을까를 어림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참 일본다운 책이요 이야기로구나 하고 느끼면서 한국을 돌아봅니다. 한국에서도 책길을 걱정하며 마련하는 책수다가 더러 있습니다만, 몇몇 출판사나 지식인이나 비평가나 작가 언저리에서만 이야기가 맴돌 뿐입니다. 새롭다 싶은 이야기도, 작은 마을이나 시골하고 얽히는 이야기도, 숲을 아우르는 이야기도, 어린이와 푸름이를 살피는 이야기도, 아직 한국에서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책마을은 돈으로 꾸미지 않고, 손님(관광객)을 더 많이 끌어모으려고 짓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공무원이나 지식인 가운데 스스로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즐거운 사랑을 누리려고 책을 오래오래 읽으며 슬기로운 마음인 분은 얼마쯤 될까요?

일본하고 한국이 다른 대목이란, '일본=출판대국(출판강국)'이 아니라, '한국=아직도 입시지옥'인 모습이지 싶습니다. 이 바보틀을 벗어던질 때라야 비로소 나라꼴을 바꿀 만하지 싶습니다. 입시지옥에는 책 아닌 참고서가 넘칩니다.
 

겉그림 ⓒ 북노마드

 
 ㄴ. 제주에 새로운 책집

<오늘도, 무사>
 요조
 북노마드 2018.6.25.

 
책방 앞에 두었던 길고양이 밥그릇이 두 번째로 없어졌다. 처음 없어졌을 때에도 어떤 의도를 읽긴 했는데, 이번에 분명해졌다. (119쪽)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소신을 지키며 그림책 출판을 고수하시는 민찬기 대표님의 멋진 고집, 그리고 '콘서트'니까 노래도 있어야 하고 춤도 있어야 한다며 뜬금없이 노래를 부르고 시를 짓고 춤도 추셨던 아이 같았던 최종규 작가님, 그리고 아직 풋내기인 나. (143쪽)

유시민 작가님과 정유정 작가님과 나란히 내가 있다! 묻어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영원히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 틈에 묻어 다니고 싶다. (239쪽)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간판이 일부만 떨어져나간 나지막한 제주의 옛 건물이 있다. 누군가 귀띔해 주지 않는다면 그곳이 책방인 줄 모르고 지나갈 법한 공간, 바로 책방 무사다. (248쪽)

누구나 책집을 열 수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여느 회사원이나 공무원도, 책을 사랑하는 여느 어린이나 젊은이도 책집을 열 수 있습니다. 배우나 시인으로 살다가도 책집을 열 만하고, 시장이나 군수로 살다가도 책집을 할 만합니다. 대통령으로 일하다가 책집을 열어도 되지요.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니까 읽을 수 있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아도 책을 읽어 배움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숲에서 온 종이로 빚은 책은 사람들 앞에서 금을 긋지 않습니다. 누구한테나 열린 이야기꾸러미인 책이요, 어디에서나 시원스레 트인 이야기보따리인 책입니다.

<오늘도, 무사>(요조, 북노마드, 2018)는 서울에서 연 책집을 제주로 옮긴 요조 님이 이녁 발자취를 그러모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에 실린 글을 〈책방 무사〉 누리집에서 먼저 읽었습니다. 뭇 책집지기가 저마다 누리집에 올리는 책집 일기를 즐겁게 읽던 터라, 이 일기를 곱게 묶은 책은 늘 반갑게 맞이합니다.

글쓴이요 책집지기요 노래지기인 요조 님이 이 책에 살풋 쓰기도 했는데, 2016년에 이녁을 인천 어느 책수다자리에서 처음 마주하면서, 이분이 머잖아 책집 일기를 써서 책으로 낼 줄 알았습니다. 이태가 걸렸군요.

어느 모로 보면 좀 이르게 책집 일기를 낸 셈입니다. 이 책은 이야기보다는 사진하고 빈자리가 좀 많거든요. 그런데 이야기보다 사진하고 빈자리가 많은 일기란, 앞으로 새로 채울 자리가 많다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책집(독립책방)은 책시렁을 굳이 빈틈없이 채워야 하지 않습니다. 책집지기가 사랑하는 책, 사랑할 만한 책, 사랑하려는 책, 사랑을 느끼는 책, 사랑을 배우는 책, 사랑을 노래하는 숨결이 반가운 책 들을 천천히 갖추어도 좋습니다. 더 많은 책손한테 더 많은 책을 팔기보다는, 즐겁게 책마실 나서는 이웃하고 상냥하게 책수다를 나눌 만한 책집이 되려는 쉼터 가운데 하나로 뚜벅걸음을 하려는 〈책방 무사〉가 되기를 빕니다.

서른 해 뒤에도 책집지기일 수 있기를, 쉰 해 뒤에도 책집님일 수 있기를, 일흔 해 뒤에도 책집을 노래할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겉그림 ⓒ 효형출판

 
ㄷ. 책집을 닫은 이웃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송은정
 효형출판
 2018.1.20.

 
바람처럼 등장해 바람처럼 사라진 그를 뒤로한 채 나는 혼자서 얼굴이 새빨개졌다. 뒤늦은 부끄러움이 끝부터 정수리까지 뻗쳤다. 그가 책방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는 순간부터 안으로 들어와 말을 붙이기 전까지 나는, 중국집 배달원이 책을 살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55쪽)
아주머니에게서 뜻밖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젊은 친구가 예쁜 가게를 운영해 준 덕분에 동네 분위기가 밝아졌다는 칭찬이었다. (112쪽)
가고파 미용실 아주머니로부터 묘한 동지애가 느껴졌다. 단 하나의 공통점도 없어 보이던 우리 사이에 다리 하나가 놓였다. 어쩌면 좋아하는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는 건 언제든 다리를 건너 자신에게 오라는 초대장과 같은 게 아닐까. (113쪽)
그저 책방 운영자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고 있다. 이곳이 책방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로부터 한없는 신뢰를 받고 있다. (138쪽)

책집이 문을 닫는 까닭은 그 책집으로 책을 사러 갈 책손이 줄어든 탓입니다. 아무리 가게삯이 높다 하더라도 책을 신나게 팔면 가게삯 내는 일이란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책집은 어떤 책을 어떻게 갖추어야 책손을 부쩍 끌어모을 수 있을까요? 저마다 다른 사람들 눈맛에 걸맞을 책은 어떤 눈결로 가리거나 찾아서 갖추어야 할까요?

이 대목에서는 오랜 헌책집지기를 눈여겨보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랜 헌책집지기는 헌책을 다루면서 책을 바라보는 눈결은 꾸준히 키웁니다. 흔히들 헌책집은 오래된 책만 있으리라 잘못 알기 일쑤이지만, 막상 헌책집은 모든 책이 드나드는 곳입니다. 새책집은 새로 나온 책만 드나든다면, 헌책집은 새로 나온 책을 비롯해서 비매품, 보고서, 개인문집, 졸업사진책, 외국책, 보도자료, 논문, 소식지를 두루 아우르며 드나들어요.

그래서 헌책집을 꾸리는 이라면 이 모든 꾸러미를 알뜰히 살펴서 책손한테 어느 책이나 꾸러미가 어울릴까를 살피면서 '책맞춤'을 해 줍니다. 그저 책꽂이에 책만 꽂는 헌책집이 아니라, 책손이 새로 바랄 만한 책을 넌지시 책꽂이 한켠에 슬쩍 곁들여서 스스로 알아보도록 이끈다고 할 만합니다.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송은정, 효형출판, 2018)는 독립책집을 꾸린 분이 적은 일기입니다. 책집일기예요. 다만, 이 책집일기는 글쓴이가 독립책집을 씩씩하게 열어서 꾸리다가 그만 문을 닫습니다. 오늘도 문을 열고서 새 책을 살피면서 배우는 길은 그친 일기입니다. 오늘도 새로운 책손을 맞이하면서 새 이야기를 들려주는 길도 그친 일기예요.

문을 닫고 만 이야기를 다룬 일기라서 어둡거나 무겁지 않습니다. 온누리에는 새로 여는 책집뿐 아니라 문을 닫는 책집도 많습니다. 책집지기가 나이가 들어서 문을 닫기도 하고, 장사가 힘들어 문을 닫기도 합니다. 다른 일을 하고 싶어 그만두기도 하며, 가게삯이 벅차다 싶어 그만두기도 해요.

책집을 둘러싼 어떤 이야기라 하든, 책을 아끼는 손길로 하루하루 살아낸 발자국은 서로 새마음이 되도록 북돋웁니다. 비록 책장사하고는 멀어졌어도, 책장사를 하며 '읽는이' 아닌 '파는이'로서 책을 새로 보던 눈을 배웠고, 책을 좋아하는 이웃을 손님으로 마주할 적에 어떤 눈이 되는가도 배운 나날이에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blog.naver.com/hbooklove)에 함께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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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 편집자로 일하면서, 전남 고흥에서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를 꾸립니다.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읽는 우리말 사전》《골목빛》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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