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저랑 계속 만나주세요" 복지관 활동하길 참 잘했다

부천춘의복지관 '희망플랜' 마을활동가 사업을 마치며

등록 2018.11.27 11:32수정 2018.11.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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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일(부천춘의복지관 희망플랜 마을활동가)의 시작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는 친누나의 권유였다.


올해 초 군 전역 후 대학 복학 전까지 집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던 나에게, "네가 살고있는 지역에서 청소년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누나의 물음은 흥미로웠다. 누나와 달리 평소 봉사에 관심이 없던 나는, 그냥 단순히 스펙을 쌓기 위한 대외활동으로 부천춘의복지관에서 '희망플랜 마을 활동가' 일을 시작했다. 
 

마을활동가 명찰 ⓒ 서현준

  
'희망플랜' 사업의 취지는 성인 이행기 빈곤 아동·청소년의 빈곤 대물림 차단을 위한 교육, 사회적경제, 마을 공동체 등 다분야의 지역 기반 자원체계를 발굴·조직하여 맞춤형 통합사례관리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NEET(니트족,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교육이나 훈련을 받는 상태도 아닌 젊은이) 비율을 감소시키는 것이었다.

내가 맡은 학생은 부모님 두 분 중 아버지는 사고로 몸이 불편해서 집에 계시고, 어머니께서 식당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는, 경제적으로 좋지 못한 중학교 2학년의 외동인 남자아이였다. 
  
첫 만남은 어색했다. 그 학생은 소극적이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아서 다가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마음에 많은 상처가 있어서인지 세상과 자신을 일부러 단절시키려는 것 같았다. 

나 역시도 중학교 시절 소심한 성격 탓에 따돌림도 받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 학생에게 더 애착이 갔다. 그래서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자연스럽게 연락했다. "밥은 먹었니?", "오늘 학교 생활은 어땠니?", "날씨가 추운데 감기 조심해"라는 일상적인 대화로 그 학생의 닫힌 마음을 열어갔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그 학생의 진로와 공부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며, 학교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사춘기 때문에 다투었던 부모님과의 관계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그렇게 점점 몇 개월이 지나고 나니, 단순히 나의 스펙을 위해서가 아닌, 마음 속 진심에서 나오는 일을 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고 이 사업도 끝나간다고 말했을 때 그 학생은 "형, 복지관 활동 끝나더라도 저랑 계속 만나주세요"라고 했다. 평소 절대 다정한 말을 하지 않던 학생의 저 말을 듣고 난 감동해 울컥하는 마음과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으로 "그래, 네가 대학교 갈 때까지 너 옆에서 도와줄게. 아니 그 이후에도 계속 형과 동생으로 오래 알고 지내자"라고 했다. 
 

'희망플랜'팀 마지막 정기 모임 ⓒ 서현준

 


이 활동을 하는 동안 단지 내가 그 학생에게 도움을 주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누군가에게 희망과 도움이 된다는 것의 기쁨을 배우며 바람직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 자신도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서야 '희망플랜' 마을활동가의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이 사업이 끝나게 되어서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사업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나 스스로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으로 살 것을 다짐한다.
#희망플랜 #마을활동가 #춘의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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