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마인드'에서 벗어나는 역할, 공간이 하더라고요"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 공간 입주 단체 인터뷰3] 박지환 오픈거브랩 대표

등록 2018.11.28 18:08수정 2018.11.2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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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NPO지원센터 2층에는 NPO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는 기관이 모인 협업공간 '엮다'가 있습니다. 2018년 '엮다'에 입주해 NPO 생태계의 활력을 불어넣는 개인/단체들을 소개합니다. - 기자 말
"'열린정부파트너십(OpenGovernment Partnership) 활동의 목표는 시민사회가 모여서 같이 활동하며, 정부를 바꾸는 것입니다. 정부가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하고, 공무원과도 교류해야죠. 그런 면에서 공간이 중요합니다.  

정부나 시청 등 관이 제공한 공간에서 네모나게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는 것보다 민간 제공 혹은 민간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공간에 있는 쪽의 분위기가 훨씬 더 좋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공무원 마인드'에서 벗어나 리프레시 하는 역할을 공간이 담당하더라고요."

 

박지환 오픈거브랩 대표의 말이다. 열린정부파트너십(OpenGovernment Partnership, 이하 OGP)은 정부와 시민사회가 장기적으로 함께 정책을 만드는 기구로, OGP 대한민국 주관 정부부처는 행정안전부, 참여 시민단체는 11곳이다. 이 중 하나 오픈넷 소속이던 박지환 활동가는 각 주체들을 연결하는 간사 역할을 자청했다.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 공간을 OGP 사무국으로 활용하며, 시민단체 간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본부(미국) 멤버와 공무원, 활동가를 초청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센터 입주 후 오픈거브랩의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박지환 대표를 11월 14일 센터 공간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열린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정부의 네트워크를 통해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 기반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적 행정을 구현하겠다'는 것이 지금 정부의 지향점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를 감시하는 쪽도 같은 맥락에서 행정을 감시할 줄 알아야 해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린 의사 결정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잘못된 부분이 보이면 찾아서 꼬집고, 올바른 방향이 어떤 쪽이고 어떻게 갈 수 있는지 피력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파트너로서 동등하게 활동할 수 있죠."
 

박지환 오픈거브랩 대표 14일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만난 박지환 오픈거브랩 대표 ⓒ 서울시NPO지원센터

  
- 오픈거브랩에서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열린정부파트너십(OpenGovernment Partnership, 이하 OGP) 대한민국'의 시민사회 사무국 간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OGP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정책을 만들고 시민참여를 환영하는 기구입니다. OGP 대한민국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4차 실행계획을 수립 중이고, 행정안전부가 주관 부서입니다. 장기적 파트너십이 필요한 일이에요. 제가 속했던 비영리법인 오픈넷을 포함해 시민 단체 11곳이 교류하고, 거기서 나온 결과물로 정부와 또 교류해야 합니다. 네트워킹이 핵심이죠.

지난 1년간 대부분 정부가 제공하는 공간에서 회의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동적으로 활동했던 것 같아요. 정부 주도로 이슈를 논의할 때, 정부가 제공한 장소에서 만났죠. 같이 모여서 활동할 공간도, 구심점 역할을 맡을 사람도 없었습니다. 변화가 필요했어요. 센터 입주 후 3개월 동안 사무국으로 활용 중입니다. 주로 회의를 소집하고, 일정을 확인하고, 안건을 정해서 진행하는, 그야말로 간사 역할입니다. 이 밖에 시민들이 데이터 활용 능력을 강화해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1인 활동가입니다."

- 어떻게 이런 분야의 비영리 활동에 관심 갖게 되셨나요?
"로스쿨 졸업 후 지도교수님들이 설립한 오픈넷에서 비영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오픈넷은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을 통한 사회 변화를 꿈꾸는 곳이죠. 저도 기술을 무기 삼아 정부가 숨기는 정보를 공개하거나, 기술을 통해 자유롭게 소통하는 일에 관심 갖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열린 정부'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된 거죠."

- 센터 협업공간에 입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OGP 본부 사무국은 미국 워싱턴의 오픈거브허브 건물에 있습니다. 한 층 전체를 '열린 정부' 활동가, 기자, NPO, 연구 단체가 사용합니다. 서울시NPO지원센터와 달리 민간 재단에서 공간을 확보한 곳입니다. 이슈가 생기면 즉석에서 여러 단체가 자유롭게 논의하고 교류하고 모습을 보며 부러웠죠.


한국에 돌아와서 NPO 단체들이 시너지를 내는 거점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주변에 알렸어요. 2년 후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센터의 존재를 알았고, 센터가 한국판 오픈거브허브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입주했습니다. 현재는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오픈거브허브 OGP 본부가 입주한 미국 워싱턴의 '오픈거브허브'. '열린 정부' 활동가들의 시너지가 발생하는 협업 공간이다. ⓒ opengovhub

- 입주 공간은 어떻게 활용하고 계시나요? 센터 입주가 오픈거브랩에 어떤 자극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센터 공간은 간사 역할을 수행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OGP 국제회의 준비 중 국제 사무국 멤버들과 지금 이 공간(2층 협업공간 내 회의실)에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들도 이 공간을 맘에 들어 하더라고요. 다만 회의실 예약 경쟁이 치열해서 자주 사용하진 못했어요(웃음). 시민단체와 서울시가 협업하는 OGP 서울 간사 역할도 맡고 있는데, 그 사업의 네트워킹 모임도 1층 강당을 사용했습니다.

OGP 대한민국, OGP 서울의 사무국 역할뿐 아니라 OGP 멤버 회의 공간, 시민사회 멤버들 네트워킹 장소, 행사장, 마침 OGP 국제회의 장소(웨스틴 조선호텔)와 가까워서 부대행사 장소로도 활용했습니다. 공간 쓰임새에 100% 만족합니다(웃음). 네트워킹 업무가 많은 단체 입장에서 센터 입주는 굉장한 시너지를 내는 기회 같아요."

- 센터 공간을 100% 활용하기 위해 여러 고민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OGP의 목표는 시민사회가 모여서 같이 활동하며 정부를 바꾸는 것입니다. 정부가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하고, 공무원과도 교류해야죠. 그런 면에서 공간이 중요합니다. 정부나 시청 등 관이 제공한 공간에서 네모나게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는 것보다 민간 제공 혹은 민간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공간에 있는 쪽의 분위기가 훨씬 더 좋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공무원 마인드'에서 벗어나 리프레시 하는 역할을 공간이 담당하더라고요.

공간에 대한 공무원들의 불만도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직접 보니 숨이 막히더라고요. 긴 데스크의 끝에 과장님부터 순서대로, 닭이 들어간 케이지처럼 작은 공간에 앉아 있는데, 이런 공간에서 창의적으로 일하기란, 네트워킹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열린 생각을 가지기 어렵겠다고 느꼈습니다. 오신 분들도 넓은 공간에서 일하는 형태를 시도해보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일부러 센터에서 회의를 많이 하자고 권유해요. 공간이 주는 중요성, 공간 자체가 가진 힘을 느꼈습니다. 서울시NPO센터는 일하기 좋은 곳, 특히 공무원과 유연하게 대화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최적의 장소입니다. 일단 공간 이름도 NPO지원센터잖아요. NPO를 고객처럼 세팅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요?(웃음)
 

서울시NPO지원센터 1층에서 열린 OGP 서울 행사 무대 위 왼쪽부터 박지환(진행, OpenGov lab), 권오현&김금진(빠띠), Pomin Wu(TrustableAI), Chihao Yu(沃草 Watchout) ⓒ 빠띠

- 오픈거브랩의 또다른 주요 활동은 데이터기반 디지털사회혁신 네트워킹 구축입니다. 낯선 분야인데요, 쉽게 풀이해주세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적 행정을 구현하겠다는 것이 지금 정부의 지향점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를 감시하는 쪽도 같은 맥락에서 행정을 감시할 줄 알아야 해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린 의사 결정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잘못된 부분이 보이면 찾아서 꼬집고, 올바른 방향이 어떤 쪽이고 어떻게 갈 수 있는지 피력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파트너로서 동등하게 활동할 수 있죠.

NPO 활동가 역시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갖춰야 정부를 감시하고, 정책에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위원회에서 정부 측 인사들이 항상 하는 말씀이 있어요.
 
시민 사회 분들은 기술 이해력이 부족합니다.
참여를 독려하고 싶지만 본인들이 어려워하세요. 
오셨을 때 정작 중요하고 해야만 하는 지점을 다루지 못해 아쉽습니다.

이런 경우 정부 입장도 시민 참여를 확대하기 껄끄러워집니다. 결국 다시 전문가와 교수의 자문을 구합니다. 회귀하는 거죠.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서 사회를 혁신하기 위해, 공개 데이터를 시민과 NPO가 어떻게 활용할지 교육이 필요합니다.

12월부터 센터에서 3주짜리 데이터 활용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강사들도 센터 공간을 좋아해서 일부러 센터에서 진행하기로 했어요. NPO 활동가 대상 수업으로 최대 20명 정도를 예상합니다. 그분들이 각자 속한 NPO에서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활동하시면 좋겠어요."

- 비영리단체가 디지털 리터러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NPO에 필요한 데이터 활용 능력과 데이터 과학자가 가진 능력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데이터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숫자에서 어떤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환경단체 활동가가, 그 내용을 기술로 잘 뽑아내는 건 데이터 과학자가 잘 할 거예요. 각각 분야에 적합한 기술이 다른데, 지금은 융합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NPO에서 데이터 과학자 역할을 하는 활동가도 드뭅니다. 취업 목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교육하는 기관은 많죠. 게다가 서울시 진행 사업 중 데이터 분석 기술을 보유한 사람을 시민단체와 매칭해주는 빅데이터 캠퍼스라는 사업도 있습니다. 하지만 효과적인 것 같지 않아요. 데이터 분석 역할을 시민단체 영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장기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일단 지금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NPO 활동가들에 아주 기본적인 데이터 활용 기술 알려드릴 생각입니다. 이후 참석자들에게 분야별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수요 조사를 하고, 3주 후 각자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게 하려고요. 이를 시작으로 각 섹터에서 필요한 게 뭔지 조사하고 내년 사업 계획을 짜볼 생각입니다.
 

오픈거브랩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 공간 '엮다' 내 오픈거브랩 데스크. ⓒ 서울NPO지원센터

  
- 오픈거브랩 활동을 통해 바꾸고 싶은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NPO 활동가 대상 데이터 교육을 통해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정 감시, 참여하는 시민사회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보수언론에서 태양광 사업을 반대하는 기사가 나올 때, 활동가들이 데이터를 근거로 반박하는 것과 친환경적이란 이유로 도입하자는 주장은 차원이 다르죠.

데이터 기반 주장은 생각이 다른 상대를 설득하거나 주장의 오류를 보여주는데 효과적입니다. 비영리 영역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주장해야 한다는 걸 체화해야 해요.

데이터를 활용할 시민단체가 많아지면, 지금보다 정부의 파트너로 인정받는 일도 더 쉬울 겁니다. 정부 비판에 효과적인 무기를 가진 시민사회가 되겠죠. 제가 너무 낙관적일 수 있어요(웃음). 이런 능력을 키우기에 활동가들이 할 일이 너무 많죠. 다들 너무 바빠요. 생존 문제도 중요하죠. 선명하게 운동으로 풀어내야 의미 있는 영역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봐야 해요. 데이터를 잘 가공하면 다음 사업에 활용하기도, 내부적으로도 유용할 겁니다.

오픈거브랩 활동은 일종의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험 결과가 한국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면 지속할 수 없겠죠. 하지만 해외에서는 데이터 활용 능력이 시민사회단체의 중요한 능력이 됐습니다. 오픈거브랩과 유사한 활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도 많아요. 고액 펀딩이 가능해야겠지만, 장기적으론 NPO 데이터 과학자를 육성해서 고용하고 싶어요. 펠로십 형태로 운영 주체가 월급을 드리고, 과학자는 NGO에 파견돼서 업무를 돕는 형태로요.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이런 사업을 기획해도 좋을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곽승희 월간퇴사 편집장입니다. 박수연 서울시NPO지원센터 소통협력팀 매니저가 인터뷰 지원했습니다. 이 기사는 서울시NPO지원센터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서울시NPO지원센터 #박지환 #오픈거브랩 #오픈넷 #O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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