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사는 우리 아파트, '같이 살림'으로 문제 해결

반려나무 입양으로 노인돌봄 해결한 P아파트, 헬스케어 서비스 도입한 H아파트

등록 2018.12.06 16:45수정 2018.12.1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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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P아파트에서 진행된 반려나무 나눔 입양 행사 현장.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서울시 전체의 86.8%인 246만 세대가 공동주택에 거주한다. 돌봄, 에너지, 쓰레기, 환경, 먹거리, 건강 등 살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를 공동주택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센터)는 공동주택을 기반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생활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역량과 공동주택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지난 8월 센터는 '2018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 시범사업'을 시작해 참여 공동주택 단지를 모집했다. 9월 1차 주민 워크숍을 통해 각 단지 내 공통적 생활문제에 대한 의견을 모은 결과 아이 돌봄, 안심·건강 먹거리, 건강증진, 에너지 절감 등 문제점이 발굴됐다. 10월 2차 주민 워크숍에서 발굴된 생활문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참여 단지별로 전문 역량을 갖춘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프로젝트 실행 계획을 수립했다. 
  
이번 시범사업에 총 9개 공동주택 단지의 참여가 확정됐고,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실행 중이다. 이에 9개 프로젝트 중 '노인세대 생활문제 해결'을 주제로 시범사업을 진행한 두 아파트 단지의 사례를 소개한다.

노인돌봄과 미세먼지 해결, 두 마리 토끼 잡다
 

정민철 트리플래닛 이사는 “나무 키우기는 요즘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활동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나무 좀 봐! 정말 예쁘다."
"그러게, 집에 가서 잘 키워봐야겠어."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P아파트의 반려나무 나눔 입양 행사 현장. 종이 봉지 속 어린 나무를 받은 주민들의 표정이 밝다. 무슨 행사인지 몰랐던 주민들도 부스 앞을 기웃거리다 줄에 합류했다. 

지난 1일, 단지 내 공터에서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반려나무 나눔 행사가 진행됐다. 주민들은 한 줄로 서서 '반려나무 입양신청서'에 이름을 적고 종이봉지에 들어 있는 어린 '주목'을 받아갔다. '주목'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명력이 강한 나무로, 조경수로 인기가 높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행사가 시작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준비된 모든 나무가 동났다. 평소에도 주민 대상 행사프로그램에 자주 참여한다는 입주자 하수연 씨는 "받은 나무가 정말 예쁘다"며 "공기청정기 만들기 행사도 신청했고,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있으면 시간이 날 때마다 참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P아파트(661세대) 주민 워크숍에서는 '반려식물을 통한 노인돌봄'과 '비산먼지 해결'이 문제로 제기됐다. 재개발임대단지로 50세 이상의 주민이 전체의 55%를 차지해 노인세대의 건강한 생활과 돌봄에 대한 관심이 많은 데다, 단지 주변에 재건축 공사 현장이 있어 비산먼지(공사장에서 대기 중으로 직접 배출되는 먼지)가 많이 발생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벤처 ‘트리플래닛’이 직접 농장에서 키운 어린 주목 240그루를 주민들에게 나누고 있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주민 의견 수렴 결과 숲을 조성하는 소셜벤처 '트리플래닛'과 기후변화대응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십년후연구소'가 사업에 합류했다. '트리플래닛'은 직접 농장에서 키운 어린 주목 240그루를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한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나무와 숲의 역할을 알리고, '십년후연구소'는 적정기술을 활용한 DIY 은하수 공기청정기를 주민들과 함께 만든다. 

정민철 트리플래닛 이사는 "나무 키우기는 요즘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활동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봄에 나무심기 행사를 할 예정인데, 오늘 참여한 분들을 초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P아파트에서는 오는 12월 21일까지 1달간 매주 반려나무와 미세먼지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박연숙 임차인대표회의 감사는 "각자 살기 바빠 공동체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게 도시 아파트 삶의 특징인데,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경험이 하나씩 쌓이면서 주민들도 이웃과 함께할 때 만족도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이살림 코디네이터는“반려나무 입양 행사를 통해 주민들이 ‘같이살림 프로젝트’와 사회적경제를 접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박경화 코디네이터는 "반려나무 입양 행사를 통해 주민들이 '같이살림 프로젝트'와 사회적경제를 접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공동체가 살아나고 화합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허문호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은 "내년에는 좀 더 긴 시간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이고 확대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절반이 노인세대... '같이살림'으로

동대문구 청량리에 위치한 H아파트는 '단지 내 환경개선 및 고령자 건강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앞서 주민 워크숍에서 제기된 쓰레기 무단 투기, 어르신 건강 먹거리, 노인 운동 시설 부족 문제 등을 '같이살림 프로젝트'로 해결에 나선 것이다.
  
H아파트는 1997년 재개발로 지어져 20년이 넘은 공동주택이다. 610세대 중 291세대(47.7%)가 노인 거주자이고 주민 1,266명 중 401명(31.6%)이 65세 이상으로, 다른 아파트에 비해 노인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근처에 노년층을 위한 체육 시설이나 복지회관, 스포츠 센터 등이 마땅치 않아 단지 내 여성복지회관 2층에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건강 전문 소셜벤처 ‘헬스브릿지’는 55세 이상 중장년층을 위한 맞춤형 기구 운동, 식단·생활관리 등을 스마트 기기를 통해 종합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를 위해 건강 전문 소셜벤처 '헬스브릿지'가 힘을 더했다. 헬스브릿지는 55세 이상 중장년층을 위한 맞춤형 기구 운동, 식단·생활관리 등을 스마트 기기를 통해 종합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13주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앞서 지난 4일 H아파트에서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안하늘 헬스브릿지 코디네이터는 "운동기구는 대부분 야외에 있는데 겨울철이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이용하기가 어렵고, 혈액 온도가 낮아지면 심장질환 등의 위험이 있어 실내 운동이 중요하다"며 "노인들을 위한 실내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파트 내부의 공간을 활용한다면 중장년층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안 코디네이터에 따르면 헬스장이나 공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동기구는 건강한 신체활동이 가능한 성인을 전제로 만들어 근력과 체력이 약한 노인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헬스브릿지는 일반 성인이 아닌 55세 이상 중장년층을 기준으로 운동기구를 개발해 부상 위험을 현저히 낮췄다.

헬스브릿지는 현재 서울 광진구와 서대문구, 강원도 인제시와 양구시 등 4군데에서 센터를 운영해 중장년층의 건강 증진에 힘쓰고 있다. 엄미림 헬스브릿지 코디네이터는 "건강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이 서로 친해져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데 더 큰 목표가 있다"며 "운동을 하면 애플리케이션 내 쌓이는 포인트를 모아 지역 내 상점에서 사용하게끔 하는 등 지역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아파트에서는 홀몸 어르신들의 건강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식재료를 지난달부터 공동구매해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중이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4일과 8일 두 차례 주민설명회 후 오는 10일에는 운동 장비를 들여와 주민들이 직접 체험해보고, 프로그램에 가입할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1월부터 본격 시작되는 서비스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현장 코디네이터가 상주해 기구 사용법과 운동법을 교육한다. 운동뿐만 아니라 식사 관리법 등을 제공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들인다는 게 목표다.
  
주민설명회에 참여한 70대 박인자 봉사회장은 "러닝머신 같은 기구는 너무 빨라서 노인들이 하기 어려웠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운동기구가 많이 들어온다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운동을 하려면 저 멀리 복지관까지 가야 했는데, 가까이에 생겼으니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며 웃었다.

헬스케어 서비스 외에도 H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단지 내 환경 개선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한다. 외부인들의 쓰레기 투척 문제는 양심에 호소하는 문구를 적어 쓰레기장 앞에 붙이기로 했다. 홀몸 어르신들의 건강 먹거리 문제는 달걀, 떡국떡, 김 등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식재료를 지난달부터 공동구매해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중이다.
  
이창래 코디네이터는 "H아파트는 앞서 텃밭 사업, 에너지절약 실천사업, 공동 김장사업 등에 참여해 마을 공동체 경험이 많은 단지"라며 "이번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통해 일정한 성과가 생긴다면 근처 아파트 단지, 지역까지 범위를 넓혀 더 많은 노인들이 건강한 삶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회적경제 시민 체감도 높아지길…"
 

12월 중에는 단지별로 프로젝트의 과정을 평가해 내년에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지 반영할 계획이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같이살림 프로젝트'는 올해 시범사업으로 출발해 사업의 실효성을 확인해보는 중이다. 인성환 서울시사회적지원센터 지역지원팀장은 "서울의 사회적경제는 많이 성장했지만 시민 체감도는 이에 미치지 못해, 사회적경제가 시민들이 삶 속에서 겪는 구체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면서 "특히 임대아파트는 분양아파트와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기존 사회적경제와 연계하여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단지 내 일자리를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12월 중에는 단지별로 프로젝트의 과정을 평가해 내년에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지 반영할 계획이다. 올해보다 사업 기간도 연장하고, 공고를 통해 참여하는 공동주택이나 사회적경제 조직의 범위도 늘려간다는 목표다. 
  
인 팀장은 "서울에만 4,300여개 공동주택 단지가 있는데, 이 중 10~20%에서 삶의 방식이 변화한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처음에는 사회적경제 기업이 진입해 생활문제를 함께 해결해보고, 이후에는 주민들이 그 방식을 이어받아 독자적으로 활동하면서 추가로 필요한 서비스는 스스로 발굴하는 등 단지가 사회적경제로 선순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 양승희, 박유진(이로운넷 기자)
사진. 이우기(작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울시사회경제지원센터가 격주로 발행하는 온라인 뉴스레터 '세모편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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