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고립시킨 다음에 대화? 그건 아니다

[주장] 정부, 민주노총과 함께 지혜를 모을 생각을 해야

등록 2018.12.20 11:34수정 2018.12.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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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민주노총이 동네북이다. 보수언론은 늘 그렇듯이 민주노총이 기득권 집단이라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심지어 노동 존중을 표방했던 정부 또한 민주노총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민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민주노총이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얘기들이 정부 관계자의 입을 타고, 혹은 학자들을 타고 언론을 떠돈다. 

마치 이런 발언과 논의들은 민주노총이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수혜층인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의 정규직으로 구성되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뉘앙스를 풍기게 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자.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정파 간 견해 차이이다.

현 김명환 집행부처럼 사회적 대화를 적극 활용하자는 정파도 있고, 그동안의 경험처럼 결정권한은 거의 부여받지 못한 채 노동계의 수세적 패배로 끝날 것이라는 견해를 가진 정파도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민주노총은 외환위기 당시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정리해고를 건강보험 등 보편적 복지와 교환했다. 이에 따라 조직의 가시적인 이득을 얻지 못한 트라우마는 아직도 민주노총을 짓누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민주노총 내부 사정은 무시한 채, 조합원 중에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정규직이 많은 걸 고려해서 너희들은 기득권이니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이는 민주노총을 우리 시대의 화두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을 함께 모색하는 주체라기보다는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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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개혁역주행 저지, 적폐청산, 개혁입법 쟁취 전국민중대회’가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노점상전국연합, 진보연대 등 소속 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물론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의 사내하청 배제사건,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 판매조직의 대리점 노동자 가입 반대 사건 등 민주노총 산하 산별연맹의 단위 대기업 노조가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민주노총 또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전략조직화를 통해 수십억원을 투자하며 비정규직이나 무노조산업 조직화에 애를 썼고, 비정규직 조합원 비율은 20%를 넘어섰다. 현 정부 들어 위와 같은 비정규직 조합원의 증가는 두드러진다.

게다가 기존 경제발전 노사정위원회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여성, 청년, 중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가 참여해서 재출범하게 된 것에도 민주노총의 기여가 컸다. 정말 이기적이어서 참여하지 않았다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런 민주노총의 제안이 가능했을까? 

그렇다면 민주노총을 사회적 대화에 참여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처럼 정부와 언론이 무작정 민주노총을 귀족노조로 몰아가며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게 바람직할까? 양보해서 대기업 정규직들이 주도하는 민주노총이라고 규정지어도 대화의 상대가 아닌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데 누가 들어오고 싶을까? 이런 논리로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가의 열쇠를 가진 반대하는 대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다소 과장해서 해석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 정부 관계자들은 민주노총을 대등한 대화 주체라 보기보단 정부 관계자들이 자신들만 문제해결의 주체라는 오만이 큰 것 같다.

게다가 정부는 사회적 대화 참여를 추진하는 민주노총 현 집행부에게 탄력근로제 등을 추진하고 공무원 해고자 복직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사회적 대화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을 설득할 명분을 쉽게 주질 않는다. 민주노총 내에선 또 이용만 당한다는 정서가 커지는 것 같다. 

이와 같이 정부가 민주노총을 대하는 방식은 너무도 잘못되었다. 주먹으로 한 대 때리고 두 대 때리고 고립시키면서 대화하자고 한다. 정부가 말하는 포용국가를 말하는 것처럼 포용적으로 민주노총을 대할 순 없는 것은 불가능할까? 상대를 손질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보다 함께 지혜를 모아갈 생각은 하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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