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조물주 위 건물주' 관찰기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부동산 이야기

등록 2018.12.27 09:01수정 2018.12.2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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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2018년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의 꿈이다. 건물주(임대인)와 임차인를 이분법으로 나누어 선악으로 대비시키거나 건물주를 탐욕스런 스크루지로 비하할 의도는 없다. 다만, 국가의 부동산 관련 제도를 수십년간 시장주의라는 이름으로 방기함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자원의 분배가 왜곡되어 왔는지, 소상공인들이 고통을 겪어왔는지, 국민 모두의 가치관을 병들게 했는지 말하고 싶을 뿐이다.

필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의 감정인이자 감정평가사이다. 일을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부동산과 관련되는 각종 분쟁을 들여다보게 된다. 수없이 다양한 종류의 분쟁 중 권리금 분쟁, 임대료 분쟁이 많다.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창업을 하기위해서 필요한 첫번째가 공간, 장소이다. 인건비를 감당할 능력이 안되면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 또는 가족의 노동력만으로 운영할 수도 있지만, 장소가 없이는 아예 창업이 불가능하다. 공간을 마련하려면 건물주가 되거나 임차인이 되는 방법 외엔 없다.

상가건물은 노동의 댓가로 단시간에 매입하는 것이 불가능할만큼, 매우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운영 자금, 인테리어 비용, 보증금, 권리금 등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 사업 초기엔 구입이 어렵다. 따라서 보통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임대차관계를 통하여 장소를 마련한다. 건물주(임대인)는 임대차 관계를 통하여 발생하는 임대료와 매매차익을 기대하며 최대 수익을 올리고자 노력하는 시장참가자이며, 투자자이다.

내가 그동안 살펴본 건물주(임대인)의 관심사는 크게 두가지이다. 내 건물의 세입자가 돈을 잘버는지, 내 옆 건물의 건물주가 나보다 더 임대료를 많이 받는지이다.

서울 송파의 한 신축상가 임대료 감정 현장이다. 임차인은 소유자가 여러명인 구분소유건물 한층을 모두 털어서 헬스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다. 분양가(대부분의 분양가는 가능한 최대치에서 산정되므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대비해서 현재의 임대료는 분양 업체가 홍보한 수준 이상이었다. 그중 한개 호의 임대인은 임차인의 회원수, 매출내역 등 임차인의 수익을 훤히 꿰고 있다. 선점 효과로 현금 흐름이 좋은 헬스클럽이었다. 임차인의 운영 수익 대비 자신이 받는 임대료가 너무 작다는 것이 임대인의 논리였다.

특히 초기 시설비가 많이 투입되는 업종의 경우, 임차인은 시설투자비를 지출하고나면 임대계약기간 만료 후엔 임대인에게 끌려다닐수 밖에 없다.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수십억에 이르는 투자비는 몇년 사이에 회수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범위는 매우 좁다. 2018년 9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보호범위가 조금 더 넓어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한계가 많다.

이 점포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임대인은 계약기간 만료되었으므로 자신이 원하는 수준으로 임대료를 올려주거나 아니면 자신이 직접 운영할 예정이니 시설철거, 원상복구 후 퇴거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임차인이 어쩔수 없이 임대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임대료를 올린다면 함께 이용 중인 다른 구분건물 소유자들도 모두 임대료를 인상시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시내 주요 상권 중 최근 급속히 팽창해 온 용산구의 한 점포의 권리금 감정 현장 이야기다. 임차인은 월세 100만 원을 주던 종전 임차인에게 1억5천의 권리금을 주고 점포를 인수했다. 소위 핫한 점포들이 속속 들어서며 주변 임대료가 급속히 상승하는 분위기였다. 임차인은 첫 계약시 월세 330만 원으로 계약했다. 수천만원들여 인테리어, 시설 투자를 하고,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2년 계약기간 만료후 월세는 770만 원으로 올랐다.

월세 인상폭이 너무 커서 버거웠지만 상권이 좋아지고 있었고, 투입된 투자비용과 막 생기기 시작한 고정 고객을 놓치기 아까웠다. 2년간 다시 영업을 했으나 770만 원 월세를 견디기 힘들었다. 임차인은 권리금 회수를 위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고자 했지만 월세 770만 원을 부담하며 권리금 1억 이상 줄수있는 임차인을 찾을 수 없었다. 현재 이 상권은 높은 임대료 탓에 점차 공실이 늘어가고 권리금도 급락하고 있었다.

서울 관악구의 고시촌 상권 임차인의 이야기이다. 임차인이 처음 입점할 당시 비어있는 점포였다. 임대인은 보증금 외에 권리금 명목으로 7천만 원을 요구했다. 상권이 제법 좋아 근처의 영업중인 다른 음식점들은 1억 이상을 호가했으므로 이만하면 저렴한 편이란 생각에 계약을 체결하였다. 1억이상 시설비까지 투자하고 쉬지않고 성실하게 일한 결과 매출은 점점 늘어났다. 임대인은 계약기간, 법정 갱신기간 5년 동안 법정 상한선만큼 임대료를 따박따박 올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무허가 증축 건물이었고 음식점 영업 허가를 받을수 없는 건물이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상 갱신기간 5년이 만료되자 임대인은 음식점이 아닌 다른 업종의 점포를 들일 예정이니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퇴거해달라고 통지하였다. 구청에서 무허가 증축부분에 대한 원상복구 명령을 받게 된 것이었다. 임차인은 권리금과 시설투자비를 회수하기는 커녕 철거비용을 수천만 원 들여야했다. 그는 권리금은커녕 임대차보증금조차 돌려받지 못하여 소송중이었다.

소상공인 보호의 핵심은 부동산 문제이다. 특색있는 점포들이 모여들며 상권이 커지기 시작하면 장사가 잘되는 점포들이 백에 한둘 생겨난다. 모든 점포가 장사가 잘되는 건 아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취업난으로 자영업자가 쏟아지는 현실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고객들의 트렌드와 시장의 특성을 정확히 읽어 높은 매출은 올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운좋게 한 건물주의 점포에 장사를 잘해서 돈을 잘버는 임차인이 들어오면 건물주는 자기 또는 지인을 통해서 직영을 해볼까, 임대료를 올려볼까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임대료를 임차인이 감당할 수 있을까말까한 수준까지 올린다. 투자비용과 단골 고객, 이사비용으로 고민하던 임차인은 몇년 간은 눌러앉는다. 그러면 이 점포의 임대료가 그 동네의 시세가 된다.

임대료가 높아지면 부동산 가격도 올라가고 임차인도 바꿀수 있으므로 부동산 업자들이 가만히 두지않는다. 옆집, 앞집, 아랫집 건물주들도 덩달아 비슷한 수준으로 임대료를 올린다.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면 다국적 기업이나 대기업 자본이 한두개 점포를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임차해서 임대료를 왕창 주고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면 일대 상가의 임대료는 따라 올라간다.

우리나라의 주요 상권에서 최근 급속히 나타나고있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젠트리피케이션이 너무나 빠른 사이클로 진행되고, 100년 가게가 불가능한 이유는 한없는 인간의 욕망을 제어하고, 공존과 상생을 위한 제도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미흡한 임차인 보호 제도때문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투자하는 비용의 대부분은 초기운영자금과 권리금, 시설투자비이다. 안정적인 임대기간, 임대료와 권리금 문제 등 부동산 문제가 소상공인 보호의 핵심이라고 본다. 시설비와 권리금은 창업자들의 전 재산이거나 심지어 대출인 경우도 많다. 따라서 한번 무너지고나면 재기가 어렵다. 높은 임대료는 장벽을 치고 더욱 빨리 무너지게 만드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자리를 잡는데 오랜시간 소요되는 업종은 버티기 어렵고, 새로운 시도, 시행 착오를 통해 성장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지위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고 결국은 상권이 충분히 성숙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공동화가 진행되고 쇠락하여 결국에는 건물주까지도 돌이킬수 없는 손실을 보게 만드는 것이다. 높은 임대료에 현혹되어 뒤늦게 투자한 건물주는 오랜기간 공실과 이자비용, 관리비용, 세금을 감당해야한다.

인간은 한도 끝도없이 이기적인 동물이며, 끝없는 욕망을 놓기 어려운 나약한 존재이다. 건물주도 임차인도, 사용자도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한없는 욕망을 제도로 승화하여 공존과 상생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 12월 20일 정부에서 발표한 '자영업 성장, 혁신 종합대책' 중 부동산과 관련된 대책은 너무 추상적이거나 변죽만 울리고 있다. 또한 지난 2018년 9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일부 개정되어 계약갱신청구기간이 연장되는 등의 성과가 있긴 했지만, 아직도 허점이 많다.

안정적인 임대차 관계의 형성을 위해 임대료 문제와 권리금 문제를 제3자가 조정하기위해서는 우선 현황 제대로 파악이 되어야한다. 권리금이 형성되는 요인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임대료가 시세보다 낮아서 권리금이 높은 경우도 있고, 시설비 투자가 많아서 권리금이 높은 경우도 있다.

감정평가사인 나조차도 임대료나 권리금 감정을 위해 감정평가 현장에 나가면 주변 상인이나 부동산 중개업소들을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임대료와 권리금을 구걸하듯 탐문해야한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정보를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 조사 권한이 없는데 무슨 수로 제대로 된 조사를 하겠는가.

또한 임차인들의 시설투자비와 수익도 불투명하거나 식별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이 이러하다보니 현장에서 감정평가사는 소설에 가까운 감정서를 써야하고,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권리금 법제화만 되었을 뿐 재판을 통해서 잘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 권리금 감정은 감정평가사들에게 기피대상이다. 상권은 생물처럼 끊임없이 변동하는데, 권리금과 임대료간 상관관계를 통하여 성격을 명확히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거의 없고 기초가 되는 데이터도 없다.

최소한 상가건물의 임대료와 권리금, 시설비 목록이라도 등록하는 제도를 마련해서 이를 기초로 감정평가사든 분쟁조정위원회든 지방자치단체든 법률구조공단이든 전문가가 조정하고 중재하는 제도를 마련해야한다. 현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기초적인 데이터도 없이 탁상에 앉아 조정과 중재가 될턱이 없다.

또한 최근에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가 급등한 지역일수록 공시가격 현실화가 매우 미흡하다. 주요 상권의 상업용 부동산의 공시지가를 현실화하고 임대료와 연동하여 부동산가격이 산정되도록 해야한다. 임대료가 높아지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보유세 또한 연동하여 높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임대료를 무자비하게 높이는 것이 결국 종부세와 소득세의 상승으로 이어져 임대인이 큰 이익을 볼수 없게 하는 제도를 마련하면 어떨까.  

종국적으로는 부동산을 생산 활동에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보유함으로 인한 비용의 부담을 크게 만들어 부동산으로 인한 이익이 생산 활동에 기여하는 사람에게 귀속되도록 인식과 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불노소득의 상징, 전국민의 로망 건물주, 집부자, 땅부자를 선망하는 사회가 아니라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 성실하게 하루를 채우는 사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공동체를 위하여 기여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존경받고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엊그제 아이와 함께 읽은 동화책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의 나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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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차 감정평가사가 들려주는 부동산 이야기입니다. 부동산으로 부자되는 법, 부동산 투자 정보는 없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계시는 많은 분들과 부동산을 매개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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