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자료 유출됐나" 태안군에 번지수 잘못 찾은 국과연

향후 주민설명회 계획까지 제출해놓고 자료 출처 태안군에 따져 물어

등록 2018.12.28 14:17수정 2018.12.2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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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가 미사일 시험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충남 태안의 석도 ‘석도 공유수면 매립기본계획 반영 요청(안) 국과연 조치계획에 대한 의견 회신’과 관련해 태안군의회와 태안군 미래전략실, 태안군 선주연합회, 태안군 낚시어선연합회의 의견을 취합해 최종 ‘부적합’ 의견으로 해양수산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 김동이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의 전횡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최근 보완서를 통해 향후 주민설명회까지 열겠다던 국과연은 <오마이뉴스>의 보도가 나가자 태안군에 "어떻게 자료가 유출됐는지"를 따져 물으며 핀잔을 줬다고 한다. (관련기사-국방과학연구소, 석도 미사일 시험장 건설 수순 다시 꿈틀)
 
사실 국방과학연구소가 태안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친 이유는, 지난 9월 석도 미사일 시험장 건설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어민들이 아닌 이장단을 대상으로 슬그머니 주민설명회를 연 뒤 주민들 모르게 뒤에서 미사일 시험장 건설을 위한 수순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오마이뉴스>의 단독 보도로 인해 밝혀진 석도 미사일 시험장 건설 계획이 최초로 보도되자 국과연 관계자가 당시 이장단회의가 열린 근흥면사무소의 면장에게 핀잔을 줬다는 것이다.
 
잠시 당시 상황 속으로 들어가 보자.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 9월 12일 근흥면 이장단 회의 자리에서 이장단들을 대상으로 석도 미사일 발사장 신규 건립과 관련한 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설명회에 참석한 이장들은 의아해하면서도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 주변에 살고 있는 마을의 이장 몇 명만이 안흥시험장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을 하소연하며 주민들과의 상생에 나서줄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를 전했다. 이후 설명회는 이장회의 관계로 짧은 시간 안에 마무리됐다.
 
설명회 당시 기자는 국과연의 꼼수설명회를 예측해 이장단 회의에 참석했고, 국과연의 석도 관련 설명회를 청취한 뒤 이를 <오마이뉴스>에 단독으로 보도했다.
 
이후 들려온 얘기는 국과연의 꼼수설명회를 뒷받침하며 오히려 취재 의욕을 자극시켰다.
 
근흥면사무소에서 열린 당시의 설명회 이후 국과연은 근흥면장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설명회장에 기자가 들어올 수 있었냐, 어떻게 해서 보도가 나가게 됐냐"는 등 마치 책임을 추궁하듯 따져 물었다는 것이다.
 
박종관 근흥면장은 보도 이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나는 설명회 당시 다른 민원 때문에 설명회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국과연 관계자가 나한테 전화를 걸어와 기자가 어떻게 알고 설명회에 들어왔는지 따지듯이 물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면장은 "보도된 바와 같이 꼼수로 주민설명회를 하려다가 보도가 나가니까 괜히 나한테 핀잔을 주는 것 같다"면서 "투명하게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추진해나가는 게 맞는 방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상황은 최근에도 일어났다.
 
<오마이뉴스>의 '국과연, 석도 미사일 시험장 건설 수순 위한 본격 움직임' 보도 이후 국과연 관계자가 또다시 태안군청 해양수산과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자료유출 경위를 따져 물었다는 것.
 
태안군청 해양수산과 담당자는 "태안신문, 오마이뉴스 보도와 관련해서 국과연에서 어떻게 자료가 유출됐는지 따져 물어왔다"면서 "하지만 모른다고 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왜 태안군에다 자료유출 경위를 묻나'라고 기자가 되묻자 "기사가 너무 자세하게 보도됐다는 이유"라고 말했다.
 
지역주민들과의 소통 부재로 거센 반발에 부딪친 국방과학연구소. 주민설명회까지 제시하면서 석도 미사일 시험장에 대한 공론화 계획까지 제출했지만 정작 뒤에서 펼쳐지는 국방과학연구소의 행태는 또 다시 태안주민들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다시 '강력 반대' 입장으로 의견서 낸 태안군‧태안군의회‧지역주민들
 
한편, 태안군은 해양수산부가 지난 14일까지 제출하라고 보낸 '석도 공유수면 매립기본계획 반영 요청(안) 국과연 조치계획에 대한 의견 회신'과 관련해 태안군의회와 태안군 미래전략실, 태안군 선주연합회, 태안군 낚시어선연합회의 의견을 취합해 최종 '부적합' 의견으로 해양수산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태안군과 태안군의회는 지난 7월 국방과학연구소가 1차로 물어 온 '석도 시험장 시설 건설 사업 및 이에 따른 공유수면 매립 등 접안시설 설치'와 관련한 의견서에서 지역주민의 경제적 생존권과 삶의 안전권 위협, 소음, 진동, 비산먼지로 인한 주민불편, 해양생태계 악영향, 태안군 중장기발전계획에 지장 초래 등을 이유로 강력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국방과학연구소가 태안군과 태안군의회, 충남도 등의 1차적인 의견을 보완한 계획서를 재차 제출하자 "군민과 협의되지 않은 석도의 공유수면 매립은 부적합하다"고 또다시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기자가 단독으로 입수한 '석도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 요청안 국과연 조치계획에 대한 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태안군은 군민의 동의를 득한 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태안군은 종합 검토의견에서 "지난 9월 12일 근흥면사무소에서 근흥면 이장단 등을 상대로 45명이 참석한 주민설명회를 실시했으나 선주연합회, 낚시어선연합회, 어촌계 등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설명회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우선 전제했다.
 
군은 이어 "석도 국방시설 시험장 건설에 대해서는 선주, 어촌계 등 어업인들의 강력한 반대가 있으므로 지속적인 주민설명이 있어야 하며 사업의 필요성, 당위성 등 상세한 설명이 우선되어야 하고, 군민의 동의를 득한 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군은 그동안은 제시하지 않았던 미래전략실 발 부서의견을 들어 '해양헬스케어 복합단지 조성'의 걸림돌이라는 당위성을 덧입혔다.
 
태안군 미래전략실이 추진하고 있는 해양헬스케어 복합단지는 태안군의 역점사업으로 현재 서해안권에서는 유일하게 해양치유 선도 개발자원과 연계자원을 활용한 해양치유 산업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자연자원이 핵심인 사업인데 미사일 시험장은 큰 걸림돌이 되는 셈이다.
 
이에 태안군 미래전략실은 "현재 태안군에서는 민선7기 대표 공약사항 중의 하나인 해양헬스케어 복합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데, 태안군의 실정이 줄어드는 해수욕장 관광객, 인구의 유출, 경쟁 지자체의 신관광지 개발 등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를 타개할 유일한 미래사업이 해양헬스케어단지 조성인데, 군의 미래발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석도 탄도탄 요격용 미사일 시험장 건립은 태안군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적극 제시했다.
 
주무부서인 태안군 해양수산과도 종합의견에서 "석도 국방시설사업 추진은 어민들의 어로행위 및 관광객의 레저활동, 태안군의 미래발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면서 "군민과 협의되지 않은 석도의 국방과학시험시설 접안장 설치를 위한 공유수면 매립은 부적합하다고 판단된다"고 제출했다.
 
태안군의회는 "군민의 의견을 대변해 근흥면에 설치예정인 S시설 건설사업 및 이에 따른 공유수면 매립 등 접안시설 설치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석도가 위치한 근흥면 주민들은 주민설명회조차 필요없다며 강력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근흥면 주민들은 "어업환경 파괴 및 어업제한으로 인한 어민의 생존권 위협, 관광자원 훼손으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 등의 이유로 반대 여론"이라면서 "특히 태안군 선주연합회와 태안군 낚시어선연합회는 석도에 S시설 설치를 강력 반대하며, 주민설명회 조차도 필요 없다"고 밝혀 국방과학연구소의 향후 절차 진행에도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국방과학연구소 #석도 #S시설 #만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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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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