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아버지'라는 전두환, 8개월 미룬 재판 또 안 나오나

'5.18 헬기사격' 증언 고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재판, 기일 변경 신청... 사실상 '불출석' 의사

등록 2019.01.04 18:16수정 2019.01.0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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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강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12.12군사반란 당시 핵심 인물인 고 이학봉 전 보안사 대공처장(24일 폐암 사망)의 빈소에 도착하고 있다. ⓒ 이희훈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사흘 앞둔 재판의 연기를 요청하며 사실상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관할 법원인 광주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전씨의 출석을 전제로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김호석 판사)은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사탄"이라고 비난한 전씨의 재판을 7일 오후 2시 30분 진행할 예정이다.

전씨 측은 재판 출석 여부와 관련해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지만, 4일 오후 기일변경신청서를 제출해 사실상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근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는 5.18 북한군 개입설 등을 꾸준히 주장해 온 언론을 통해 "왜 꼭 광주에서 재판을 해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인터뷰에서 이씨는 "남편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말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광주지법은 전씨의 기일변경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재판은 피고인 출석이 원칙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전씨가 나타나지 않으면 재판은 또 연기될 수밖에 없다. 피고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형사재판에 불출석하면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수 있다.

전씨는 지난 8월 27일 열렸던 재판에도 불참했다. 당시엔 불출석 사유서나 기일변경신청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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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씨는 <뉴스타운> TV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아버지는 내 남편 전두환"이라고 주장했다. ⓒ 뉴스타운

   
일단 광주지법은 전씨 출석을 전제로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 오수빈 광주지법 공보판사는 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광주지법 입장에선 출석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라며 "기본적으로 안전사고, 법정질서 등을 위해 검색을 강화하고 보안관리대원과 지서요원을 증원 배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할 경찰서와 소방서, 병원 등에도 지원을 요청해 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전씨 측 무리한 요구, 기각 또 기각



전씨는 2017년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가 하는 새빨간 거짓말" 등의 표현을 써가며 조비오 신부를 비난했다. 책 출간 직후 조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씨를 고소했고, 광주지검은 지난 5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 후 8개월이 지났지만 재판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고, 그의 출석을 둘러싼 논란만 계속해서 발생했다. 전씨 측은 기소 이후 두 차례나 재판 연기를 요청했고, 그때마다 건강과 재판의 공정성을 이유로 관할 법원을 광주가 아닌 서울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전씨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지난해 8월 27일 열린 첫 재판에는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는 언론에 보낸 서면 의견서를 통해 "알츠하이머로 인해 정상적인 법정 진술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왕복 10시간이 걸리는 광주 법정에 무리하게 출석하도록 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전씨 측은 광주고법에 관할 법원의 이전을 신청했다. 하지만 광주고법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최수환)은 "재판의 공평을 유지하기 어려운 객관적 상황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에 전씨 측이 항고했지만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도 같은 판결을 내려 7일로 재판 날짜가 잡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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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 대회의실에서 시민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을 방청하기 위한 추첨에 응모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광주지법은 4일 오전 전씨 재판의 방청권을 배부했다. 허용된 좌석 75석보다 적은 인원인 33명이 방청권 배부 현장을 찾아 이들에 전원에게 방청권이 돌아갔다. 오전까진 전씨가 기일변경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었지만, 이미 그의 출석에 대한 기대가 떨어져 많은 인원이 모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남은 방청권은 재판 당일 선착순으로 배부할 예정이다.

한편 전씨는 <전두환 회고록> 내용으로 진행된 민사재판에서 패소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광주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신선호)는 5.18기념재단과 3개 5월 단체, 조영대 신부 등이 전씨와 아들 재국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총 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 문제가 된 표현을 삭제하지 않은 <전두환 회고록>의 출판과 배포를 금지했다.
#전두환 #이순자 #재판 #광주지법 #사자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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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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