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돌발변수가 너무 많지? 그래도

[편지] 육아휴직 후 복직이 두려운 그대에게

등록 2019.01.07 07:58수정 2019.01.07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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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두려움은 거대한 판타지일지도 몰라 ⓒ ⓒ kellepics, 출처 Pixabay

 
K에게

갑자기 환경변화가 느껴지면 인간이란 존재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아마 원시시대 때부터 내려온 생존에 대한 본능이 인간의 유전자 깊숙한 곳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닐까?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될 때 그러했고, 아마 다시 회사로 돌아가면 워킹맘이라는 세계에서 살아가야 할 날들에 대한 두려움이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사실, 직접 경험해보니 워킹맘의 길이 쉽지는 않더라. 하지만 하지 못할 것도 없어. 지금도 수많은 여자들이 워킹맘의 길을 걸으며 자신의 위치를 다져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워킹맘의 길을 걷다가 사표를 낸다고 한들 그게 내 인생의 패배는 아니니까. 그리고 쉬운 인생이 어디 있어? 워킹맘의 길을 포기한다고 해서 인생이 쉬우리란 법은 또 없더라. 시댁 문제, 아이 문제, 남편과의 불화, 경제 문제 등 인생은 수많은 문제를 그때그때 풀어가야 하는 스무고개 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

복직이 두려운 첫번째 이유

복직이 두렵다고 했지? 복직이 두려운 첫 번째 이유는 내가 겪어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기 때문일 거야. 두려움은 보통 앞을 예측할 수 없을 때 생기는 것이지. 엄마들이 첫째를 낳았을 때보다 둘째 때 여유로워지는 건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알기 때문일 거야.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일 거야. 

두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단 해보는 거야. 상상만으로는 두려움이 크지만, 실행해보면 사실 별거 아닐 때가 많거든. 일단 해보고, 안되면 후퇴하는 방법. 괜찮지 않아? 일단 복직 후에 뭔가를 생각해도 크게 늦지 않다는 거야. 아이를 맡길 곳을 찾느라 분주함이 더해질 뿐, 멀리 보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어떤 길이 더 나은지는 복직한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거야. 그러니까 복직을 그냥 덤덤히 받아들여도 된다는 것이지.

나 또한 복직할 때는 만반의 준비를 했던 것 같아. 아이를 봐줄 사람을 구하는 것에서부터, 저녁에는 남편과 어떻게 교대로 할 것인지, 아이 반찬은 어떻게 하고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했었어. 그런데 말이야, 돌발변수가 너무 많더라고. 아이는 시시때때로 아프고, 아이를 봐주기로 했던 친정엄마가 아프시고, 그래서 휴가를 어쩔 수 없이 내야 했던 상황들도 많았어. 그때마다 참 많이 흔들렸던 것 같아. 흔들리면서 여기까지 왔네. 워킹맘 9년 차가 된 거지. 

애 봐줄 사람은 있는 거지? 그럼 일단 복직하는 게 좋다고 봐. 다니다 보면 어떻게든 되더라. 어떻게든 된다는 말,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게 진실이기도 해. 남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지만, 내 의지만 있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도 없는 것이거든. 몇 번 해보니까 알겠더라. 중요한 건 내 의지라는 것을. 일을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아이 때문이 아니라, 내가 일을 계속하고 싶은지 아닌지의 판단인 거야.

복직이 두려운 두 번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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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직장맘, 취업맘, 취업주부)은 직장일을 하면서도 엄마이자 주부여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고 산다. ⓒ tvN 드라마 <미생>

 
복직이 두려운 두 번째 이유는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나가려고 하기 때문일 거야. 보통 일을 잘하는 워킹맘들은 조직화와 체계화가 몸에 배어 있거든. 모든 프로세스와 진행이 한눈에 보여야 해. 그게 마음이 편하거든. 보통 워킹맘들이 육아를 그런 식으로 접근해. 모든 것을 회사일 하듯, 육아를 그렇게 풀어가려고 하지. 나 또한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가 그랬어.

예를 들어 아이가 아프면 휴가를 내야하나 생각하지만, 위임을 할 수도 있어. 아이가 아프면 엄마의 마음도 같이 아프지만, 또 달리 생각해보면 한 번도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들은 없거든. 그 순간에 꼭 엄마가 같이 있어줘야 하는 건 아니더라. 엄마가 필요한 순간은 아이를 키우면서 수없이 많이 있어. 꼭 그 순간이 아니어도 되더라고. 집안일도 당연히 위임을 해야지. 남편과 해결할 수도 있고, 남편과 해결이 잘 되지 않는다면 가사도우미를 고용해도 돼. 굳이 남편과 너무 싸우지 말자. 안되면 다른 이의 손을 빌릴 방법을 찾는 것도 해결책이야. 

복직 전에는 이런 해결책이 잘 생각이 안 나더라. 폭풍 검색으로 정보를 수집한들 두려움만 더해질 뿐이었어. 복직을 하고 나서 닥치는 문제들은 너무 다양해. 그 문제에 엄마인 나의 감정까지 더해져서 세월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게 흘러가더라고. 그 과정에서 남는 건 워킹맘으로서의 삶이 익숙해진다는 것이고.

워킹맘이라는 인생의 시험지

그래도 복직이 두렵다고? 

삶이 원래 두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미래에 대한 두려움, 노후에 대한 두려움, 육아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사람들은 미래를 대비하고, 노후를 대비하고, 육아서를 읽는 것이겠지. 삶에서 두려움이 꼭 나쁜 감정은 아닌 것 같아. 두려움은 자기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니까. 생물학적으로 보면 진화, 라고 하지.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들은 생존을 위해 진화해왔어. 작게는 워킹맘이라는 작은 생명체가 이 지구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점이 두려움 아닐까 싶어.

삶의 무게가 누군가에겐 가볍고 누군가에겐 무거워 보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삶은 누구에게나 가볍지 않아. 다 저마다의 문제와 풀어내야 할 순간들이 있는 거지. 인생 시험지와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해. 우리, 어렵다고 투덜대기보다 생각의 전환을 하려고 노력해보자. '이번 문제는 어떻게 풀지?' 하고 말이야. 전업맘이건 워킹맘이건, 자유직업이건 풀타임 직업이건, 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생의 문제를 풀어가고 있으니까. 

난, 워킹맘이라는 시험지를 들었을 뿐이고, 그 선택지 안에서 다양한 문제를 풀어간다고 생각하면 좀 위안이 되려나? 그대, 너무 먼 미래를 바라보지 말고, 두려워하지만 말고, 지금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충분히 즐기자. 너무 먼 미래는 그대의 불안을 자극해 현재를 불행하게 하거든. 현재를 즐기자. 아이와 함께. 

그대를 응원해. 파이팅!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longmami) 및 브런치(https://brunch.co.kr/@longmami)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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