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에서도 공부를 한다?

미나구치초 야마 마을 산신제에 다녀왔습니다

등록 2019.01.05 18:02수정 2019.01.0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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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미나구치초 야마 마을에서 산신제가 열렸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이날 초등학교 남자 어린이들이 준비하여 산신제를 엽니다. 최근 산골 마을에 어린이들 수가 줄어들어서 어른들도 더불어 참가합니다.
 

마을 어린이들이 불을 지펴서 밥을 짓고, 대나무를 잘라서 젓가락을 만들고 있습니다. ⓒ 박현국

 
오전 8시 야마 마을 어린이들이 마을 가운데 있는 야마무라 신사에 모였습니다. 오래전에는 어린이들이  많아서 산신반에 참가한 아이들만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초등학교 남자 아이들 모두 참석했는데 7명 뿐입니다.

어린이 7명이 산신제를 준비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해서 어린이들의 아버지와 다른 마을들도 참가해 산신제를 준비했습니다. 산신제를 준비하는 일 가운데 가장 어려운 일은 금줄을 꼬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오래전 마을 어린이들이 산신제를 준비할 때도 금줄은 어른들이 맡아서 했다고 합니다.

해마다 마을에서 열리는 산신제는 마을 대대로 전해져오는 전통 행사입니다. 어린이들은 산신제를 준비하고, 산신제를 지내는 방법을 학교에서는 전혀 배우지 않았지만 마을 어른들과 같이 준비해서 지냅니다.
 

볏짚으로 금줄을 꼬고, 볏짚을 묶어서 츠도를 만드는 일은 오래 전부터 나이든 사람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 박현국

 
올 참가한 어린이는 7명, 앞으로 참가자들이 줄어들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마을 여자 어린이들을 참가시킬지, 아니면 마을 남자 어른들이 모두 맡아서 치룰 수도 있습니다.

마을 어린이들은 어른들과 더불어 산신에게 올릴 밥을 짓고, 대나무를 잘라서 젓가락이나 다른 도구를 만듭니다. 그래도 남는 시간에는 신사 둘레를 뛰어다니면서  놀기도 합니다.

오전 11시, 모든 준비가 끝나자 신사 우두머리 구지가 앞장을 서고 제사 도구나 준비한 물건을 들거나 매고 산신제를 지낼 마을 뒤 산 입구로 갑니다. 산신제를 지내는 산 입구에 금줄을 펴고, 마을 사람들을 길을 따라서 늘어섭니다.
 

산신제 준비를 마친 어린이들이 신사에서 겐타마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신사 우두머리 구지의 지도 따라서 부정을 씻고, 복을 빌고, 축문을 읽으면서 산신제를 진행합니다. 어린이들은 직접 지은 밥이나 술을 신에게 올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음복으로 나눠주기도 합니다.

마을 어린이가 마을 사람들이 서 있는 두 줄 사이로 달려가면 마을 사람들은 츠도로 엉덩이를 두르리기도 합니다. 산신제가 끝나면 금줄을 잘라서 이제부터 산에 들어가서 일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맡습니다.
 

시간이 되면 마을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준비한 제물을 들거나 매고 산신제를 지내는 산입구로 갑니다. ⓒ 박현국

 
학교 공부는 정해진 나이가 되면 입학하여 공부가 시작되고, 기간이 차고 자격이 되면 졸업을 합니다. 그러나 마을에서 이뤄지는 산신제 공부는 나이나 자격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남자 아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년이 되면 끝나는 일이 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평생 이어지는 공부이고, 세대를 이어서 전해져왔습니다.

마을에서 이뤄지는 산신제 공부는 이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시골 마을에 인구가 줄어들면서 이어갈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이결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산신제 속에는 오래 전부터 이어온 마을 사람들의 자연관과 신앙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대로 없진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산 입구 길 양쪽으로 서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 박현국

 
* 야마 마을 가는 법: JR오사카나 교토역에서 비와코센 전차를 타고, 구사츠역에서 구사츠선으로, 기브가와역에서 오우미철도로 갈아타고 미나구치마츠오역에서 내려 걸어서 갑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와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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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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