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연생'으로 족보 꼬였다? 황주홍 의원이 이 법 낸 까닭

[인터뷰]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 "북·중·일 '세는 나이' 폐기... 만 나이 의무표기 필요"

등록 2019.01.09 08:25수정 2019.01.0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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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밥값하는 국회의원 본다."
"이 의원, 일 좀 제대로 하네."


툭 하면 욕 먹기 바쁜 국회의원인데, 한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누리꾼 반응이 뜨겁다. 주인공은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 그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최초로 '만 나이 통일법'(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국내에서 세 가지에서 네 가지까지 혼용되고 있는 나이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공공기관에서는 의무화되고, 민간에서는 권장되는 형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소위 '빠른 연생'이 겪는 불편함은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른다. 대학교 신입생이 됐으나 법적으로 음주가 불가능하다거나, 학교 때 사귄 친구와 사회에 나가서 사귄 친구의 나이가 서로 다르다거나... 사회적 나이와 실제 나이에서 오는 괴리감은 물론이고, 주변 지인들로부터 '족보를 꼬이게 하는 주범'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3월에 시작하는 학교 신학기에 맞추어 본래 나이보다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1~2월생 '빠른 연생'들은 2009학년도부터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그러나 수십 년동안 '빠른 연생'으로 살아온 이들은 여전히 '나는 몇 살인가' 헷갈리기 마련이다.

한국에만 있는 이런 독특한 나이 문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태어나자마자 1살부터 시작해, 이후 생일과 관계없이 해가 넘어가면 무조건 1살씩 나이를 먹는 '세는 나이' 역시 한국에서만 사용된다. 2018년 12월 31일에 태어난 사람은 2019년 1월 1일이 되는 순간 태어난 지 이틀째밖에 되지 않았는데 2세가 되는 식이다.

공적‧법적으로 사용되는 건 '만 나이'가 기본이지만, 예외적으로 '연 나이'를 쓰는 경우도 있다 보니 이로 인한 혼란과 불편은 일상 곳곳에 녹아 있다. 2019년 새해를 맞아 다수 언론에서는 이러한 나이 문화의 문제점을 기획 보도했다. 여론의 반응도 뜨거웠다. 황 의원은 이 열망을 모아 법안을 발의한 것.

아래는 <오마이뉴스>가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과 8일 인터뷰한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정상적이라 볼 수 없는 상황...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 ⓒ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실

 
- '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취지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생활에서는 출생연도부터 1살이 되고 새해마다 1살씩 증가하는 한국식 나이 계산 방식인 '세는 나이', 법률관계에서는 출생일을 기준으로 연령을 계산하는 '만 나이', 병역법 등 일부 법률에서는 현재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연 나이'가 함께 쓰이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 현재는 없어진 방식이지만 과거 일부 1~2월 출생자들을 대상으로 전년도 출생자와 같은 해에 학교를 입학하는 교육제도가 시행된 적이 있다. 출생년도는 한 해 늦지만 전년도 출생자와 학교를 같이 다녔기 때문에 사회에서는 '빠른 연생'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사회에서는 '세는 나이'보다 한 살이 더 많아진 거다. 다시 말해 '사회적 나이'이다. 이 방식까지 포함하면 최대 4가지 연령 계산법이 그때 그때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거다."

- 연령 계산법을 통일해야 한다는 건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 서로 다른 연령 계산 방식의 혼용으로 인해 법률과 행정처리에 소요되는 유무형의 비용, 나이로 정해지는 서열문화에 따른 갈등과 혼란, 글로벌 시대에 국제기준과 맞지 않는 연령계산 방식에 따른 정보전달의 혼선, 특정월에 출산을 기피하는 문화 조장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그냥 과거부터 써오던 방식이기 때문에 별 문제 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실생활에서 나타나는 많은 혼선과 불편함이 있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제도개선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법률, 행정, 일상생활 등 모든 분야에서 일원화된 방식으로 연령을 계산하고 표시하는 방안에 대해서 이제는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 해당 법률안의 적용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이번에 발의된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쉽게 얘기해서 '만 나이'를 공식 계산 및 표시 방식으로 사용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문서에 연령을 기재할 때, '만 나이' 방식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국민들에게 이 방식을 권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 공문서 의무-민간 권장이기 때문에 해당 법안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만 나이' 방식이 정착되기까지는 물론 일부 혼선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시행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작은 부작용 때문에 현행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리고 법률이 제정된다고 해서 현재의 연령 계산 방식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니다.

현재 우리가 쓰는 '세는 나이' 방식은 법과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관습과 문화와 관련돼 있다. 오래 전부터 그냥 그렇게 써 왔던 거다. 이번 제정안 발의를 계기로 현행 방식에 따른 문제점을 보다 면밀히 검토하고, 향후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서 공론화하는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상한 것보다 누리꾼 반응 뜨거워... 지금이 적기"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 ⓒ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실

 
- 소셜미디어상에서 누리꾼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는가.
"제가 예상한 것보다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웃음)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법안이라는 평가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만큼 실생활에서 불편과 혼선을 체감하신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 의원 본인도 '빠른 연생'(2월 27일)으로써 겪은 '불편'했던 일화 혹은 제기 받은 민원 등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사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나 사회 초년생이었을 당시에는 한국식 나이 계산 방식에 대한 큰 불만이나 불편은 없었다. (웃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대의 당연한 관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전통적으로 '세는 나이'를 사용하던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오래 전에 '만 나이' 방식으로 바꿨다."

- 일각에서는 '세는 나이'를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세는 나이'의 연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태아'를 하나의 생명으로 여겨서 1살을 부여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 같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우리나라 고유의 미풍양속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권의 전통적인 방식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물론 우리가 지키고 계승시켜야 할 고유의 미풍양속이라면 일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쓰는 '세는 나이' 방식은 이미 오래 전에 같은 동아시아국가들도 폐기한 방식이다. 중국은 1966~1976년 10년 간 진행된 문화대혁명 이후에 공식적으로 '세는 나이'를 쓰지 않고 있으며, 일본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117년 전인 1902년에 '연령을 세는 법'을 시행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심지어 북한조차도 지금 '만 나이' 방식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만 이 방식을 뚜렷한 이유 없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변화한 시대에 맞도록 고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차근차근 계산방식을 통일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세계 추세에 비추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본 법안 심사과정을 전망한다면?
"이번 기회를 계기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비효율성과 갈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들은 심사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 그리고 국민들께서 제시해주신 다양한 의견을 법안 심사 과정에서 꼼꼼히 반영하겠다. 감사하다."
#황주홍 #민주평화당 #만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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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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