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위협' 보고서 소개하며 '북한' 뺀 트럼프

김영철 부위원장 미국 도착 7시간 전... 최근 북미대화 진전 상황 반영된 듯

등록 2019.01.18 16:41수정 2019.01.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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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시각으로 17일 오전 국방부 청사에서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를 소개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The White Hous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했다. 바로 몇 시간 뒤 미국에 도착하는 북한 고위급 사절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동부시각으로 17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버지니아주 국방부 청사에서 2019년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Missile Defence Review 2019)를 직접 소개했다.

긴 연설 중,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단 한 차례 언급했다. 그는 미사일 방어 계획에 대해 설명하면서 "다른 대통령들이 했어야 할 일이지만 그렇게 되지 않은 일이다. 북한과의 협상이든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기는 일이든, 몇 년 전에 했어야 하는데 지금에서야 우리가 하고 있는 다른 많은 것들처럼"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을 강조하기보다는 '해결하고 있는 일'로 소개한 것이다.

반면, 최근 이란이 '우주 발사체' 시험을 추진 중인 일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의 이란은 2년 전의 이란과는 많이 다르다. 지금도 같지 않고 앞으로도 같지 않을 것"이라고 '불량국가'들의 기술개발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같은 점에 대응해 미국도 미사일 방어 기술 개발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없애겠다는 얘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남부 국경 장벽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민주당 연방의원들을 비난하고, 독일을 예로 들면서 '부자나라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사일 방어 보고서는 "북한의 미국 본토 위협 현실화 가까워져"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소개한 2019년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는 북한을 "굉장한 위협"(extraordinary threat)으로 다뤘다.


이 보고서는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과 관련해 "북한과 평화로 갈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길이 있는 반면에 북한은 굉장한 위협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으며 미국은 경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북한은 핵과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 왔고, 미사일 공격을 통한 미국 본토 위협 능력을 현실화하기 위해 광범위한 핵 및 미사일 실험을 해 왔다. 그 결과로 북한은 확실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시점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의 단거리, 준중거리, 중거리 미사일 위협과 관련해선 이동식 발사대와 잠수함 발사 미사일 개발을 언급하면서 "북한은 이같은 미사일을 핵 선제공격 위협으로 압박하는 도구로 써 왔고, 아시아 내 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데에 도구로 쓸 가능성도 있다"고 기술했다. 또 "북한은 러시아의 미사일 방어 기술을 획득했고 자체의 이동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이란, 러시아, 중국보다 북한의 위협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분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단 한 차례 언급하면서 '해결 중인 일'의 사례로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선 오히려 이란과 야당, '부자 동맹국'이 비판의 대상으로 부각됐다.

북한 관련 내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보고서와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은, 급진전되고 있는 북한과의 협상 상황 때문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뒤 7시간 뒤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대표로 한 북미 고위급회담 대표단이 워싱턴D.C.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17일 오후 미국에 도착한 김 부위원장은 18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장관 등 미국 대표단과 회담을 열 예정이다. 회담 결과에 따라서 18일 혹은 19일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 중인 북미대화 분위기를 잘 살려 나가기 위해 북한 관련 언급을 최소화했을 수 있다.
#트럼프 #북한 #미사일 #미사일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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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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