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이순신상, 못 옮길 바엔 놔두는 게 낫다"

새 광화문광장 설계한 진양교 교수... '이전 논란'에 "2021년 완공시 남쪽 귀퉁이에 존치"

등록 2019.01.25 17:04수정 2019.01.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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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1일 서울시가 공개한 새로운 광화문광장(작품명: Deep Surface, 부제: 과거와 미래를 깨우다)의 조감도. 바닥 문양이 '촛불 시위'를 형상화한 게 아니냐는 논란을 빚었다. ⓒ 서울시 제공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설계팀이 25일 이순신 장군상을 옮기고 바닥에 촛불시위를 상징하는 문양을 새기려는 작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제공모 당선작 'Deep Surface, 과거와 미래를 깨우다'의 대표설계자인 진양교 교수(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CA조경기술 대표)는 이날 오후 시청에서 열린 시상식 뒤 기자들을 만나 "이순신상을 옮기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지금 위치에 놔두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국가광장을 새로 만드는 마당에 이순신상의 위치를 재해석하지 않으면 언제 하느냐라는 심정으로 제안을 한 것인데, 이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많아 '현상유지' 쪽으로 생각을 바꾸게 됐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의 자체 조사에서도 20대와 50대가 각각 '옮기자'와 '놔두자'로 갈린 가운데 30~40대는 어느 한쪽으로 의견이 몰리지 않는 등 의견 대립이 팽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 교수는 "나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동상이고, 다들 '50년 근대사의 흔적', '광화문의 상징'이라고 말하니 놔두는 게 맞겠다. 시민 반응이 의외로 빨리 왔다"고 말했다.

이순신상을 그대로 놔두면 2021년 완공될 새 광장에서 동상이 오른쪽 남단으로 치우친 곳에 세워지게 된다. 이 때문에 광장의 조망권 확보 차원에서도 동상을 귀퉁이에 놔두는 게 더 낫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진 교수는 광장 바닥에 새길 문양에 대해서도 "촛불을 떠올리도록 작업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촛불은 좋은 의미인데, 어느 한 쪽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안타깝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촛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가 생겼는데, 이제 와서 우리가 '그건 아니다'고 설득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게 어떤 분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겠는데, 우리는 그런 해석을 원하지 않는다."


진 교수는 "바닥 문양은 가급적 더 추상화된 방향으로 만들겠다. 이게 촛불 문양으로 읽힐지, 2002년 월드컵 때 모인 인파로 읽힐지는 시민들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2009년에 세워진 세종대왕상의 경우 설계팀과 심사위원단 모두 이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진 교수는 "세종대왕상은 그대로 두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고, 김영준 심사위원도 심사평에서 "세종대왕상은 당선안대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작업을 '광화문 대역사'로 명명하기로 했다. 강옥현 광화문광장 추진단장은 "대역사는 사전적으로는 큰 토목공사를 의미하지만, 대한민국 대표 공간을 만드는 100년 역사에 길이 남을 큰 역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재구조화'가 아니라 '광화문 대역사'라고 표현한다"고 강조했다.
#광화문광장 #진양교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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