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 위험하면, 모두가 위험하다

[주장] 고 김용균씨의 희생에 한국 사회는 응답하라

등록 2019.01.26 15:03수정 2019.01.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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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노동자가 작업현장에서 무참하게 목숨을 잃은 지 벌써 49재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장례조차 치르지도 못한 채 이승을 떠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김용균의 한(恨)을, 그리하여 비정규직의 한을 청와대에 전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암적 존재"로 간주되어 체포되었다.

필자는 20여 년 전 울산에 있는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때로는 높이 20여m 위의 아찔한 공중에서 위험한 작업을 해야 했다. 자칫 추락할 위기도 두세 차례 겪어야 했다. 그리고 때론 휘발유와 윤활유가 범벅이 된 어두운 지하에서 지상 작업장에서 날카롭게 잘린 채 떨어진 철제 조각들을 일일이 손으로 주워야 했다. 모두 어렵고 위험하고 고단한 노동이었다.

현대차의 다른 하청업체로 옮겨서는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컨베이어에 일렬로 배치되어 주야 2교대로 동일한 노동을 하지만 3~4배나 적은 임금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여러 곳에서 일했지만 공통점은 하청 비정규직이란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는 단지 기계 부품이었을 뿐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정규 사회'에서 배제된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이야말로 인간으로서의 온전하고 정상적인 삶을 가장 결정적으로 파괴하는 주범이며, 이러한 비정규직이 일상화된 사회야말로 가장 비극적인 '차별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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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사회원로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필자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국회에서도 소방을 비롯해 전기, 기계, 청소 등 시설 유지보수 담당은 모두 비정규직에게 맡겨져 있다. 많은 경우 기술직이지만, 모두 단지 '잡부'로 간주된 채 저임금과 온갖 차별을 일상적으로 겪으며 살아야 한다. 아파트단지의 경비원도, 수시로 오는 택배 기사도, 인터넷설치 기사도 모두 비정규직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안전은 모두 비정규직에게 맡겨져 있다. 우리 사회는 철저히 비정규직에 의지해 살고 있고, 결국 이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이들 비정규직들에게 안전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속하여 목숨을 잃고 심각한 부상을 당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멀리 거제에서 40대 협력업체 직원이 선체작업 중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더해진다. 비정한 사회, 도대체 이 사회는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는가?

세월호 참사에서도 선장과 선원 대다수가 비정규직이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서 드러났듯, 철도의 선로 보수 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90%를 상회한다. 인건비 절감이라는 극대 이윤 추구에 의한 하청구조의 중층화와 간접고용 및 비정규직화의 일상화로 우리 사회는 갈수록 불안전해지고 안전에 취약해지는 '고도 위험사회'가 되고 있다. 그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 이 가장 위험한 사회를 함께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어리석은 행위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비정규직의 안전 없이, 우리 사회의 안전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사회 구성원 전체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마땅히 최우선적으로 이들 비정규직에게 '완전한 안전'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것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도리이다.

우리 사회의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비정규직으로 있는 한, 그리고 이들에게 합당한 대우가 제공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안전은 보장될 수 없다. 이들이 정규직으로서 '정규 사회'에 편입됨으로써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향유할 수 있을 때, 바로 그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안전해질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 사회가 김용균의 희생에 대해 마땅히 내놓아야 할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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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푸단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았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대한민국민주주의처방론>,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유신과 전두환정권에 반대해 수배, 구속된 바 있으며,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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