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찬 아이들, 소년원 처분은 가볍지 않다

[보호처분 이야기 1] 보호자와 국선변호인이 함께 서는 소년부 법정

등록 2019.03.05 09:59수정 2019.03.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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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와대에 올라온 수십만 건의 국민 청원 중 가장 뜨겁고 지속적으로 제기된 쟁점은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었다. 청와대와 사회부총리, 법무부 장관이 네 차례나 답변했지만, 소년법 개정 및 폐지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법무부 장관을 의장으로 하고 관계부처(10개 부처) 차관급이 위원으로 참여한 소년비행 예방협의회를 개최하여 제1차 소년비행 예방 기본계획(2019~2023)을 발표했다. 청소년 강력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실효성 있는 소년범죄예방 대책을 마련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필자는 보호처분의 내실화를 통해 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강화하는 정책이 소년범죄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책인 이유를 비행청소년 교육의 최일선에서 얻은 경험과 사례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기자 말]

 

호송버스 쇠창살 사이로 보이는 대전가정법원 ⓒ 최원훈

    
오전 8시,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앳된 얼굴의 소년·소녀들이 법무부 호송 버스에 올라탔다. 긴장한 듯 호흡을 길게 내쉬는 아이들, 두 손을 모아쥐고 기도하는 아이들, 판사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을 쓴 쪽지를 읽어보는 아이들.

호송 버스 쇠창살 사이로 사람들이 분주하게 거리를 오간다. 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는 학생들이 재잘거리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초조한 듯 기도하던 소년이 건널목을 건너가는 또래 아이들을 무심히 바라본다. 이제 2시간 후면 수갑을 차고 포승에 묶여있는 아이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보호관찰 처분을 받아 가정과 학교로 돌아갈 것인지, 시설 처분을 받아 소년원으로 갈 것인지 결정되는 것이다.

가정법원 소년부 법정 대기실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면 수갑을 풀고 법정에 들어가 판사 앞에 선다. 소년부 법정에는 방청석이 없다. 소년 뒤에 보호자가 앉고 그 옆으로 국선변호인이 앉아있다.

경수(가명)가 먼저 법정에 들어갔다. 보호자석에 앉아있는 아버지와 잠시 눈을 마주친 후 다소곳한 자세로 판사 앞에 섰다. 형사재판과 달리 소년부 판사는 학교 선생님이 학생에게 얘기하듯 심리를 진행한다.

경수의 비행명은 '사기방조'다. 보이스피싱 인출책 역할을 했다. 친구들과 방학 때 가기로 한 여행 경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찾던 중, 인터넷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알게 된 성명 불상자에게 계좌이체를 도와주는 사기행위를 했다.

3주 전 법정에 섰을 때, 판사는 경수의 심리를 3주 연기한 후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을 결정했다. 위탁의 취지와 목적은 경수의 비행 동기와 가정환경, 성장 과정과 학교생활, 교우 관계, 비행력 등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교육과 상담을 통해 분류심사서를 작성하여 처분 의견을 판사에게 제출하는 것이다.
       
경수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받은 제안은 3일에 20만 원, 일주일에 60만 원, 한 달에 200만 원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경수는 위탁 기간 동안 자신의 비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진솔하고 성실하게 생활했다. 하지만 상해로 1, 3호 처분(보호자 위탁,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던 경수에게 판사는 10호 처분(소년원 2년)을 결정했다.

10대의 충동적인 범죄에 대해 엄정한 처벌을 촉구하는 여론 
 

소년부 법정에는 비행청소년과 보호자, 국선변호인이 함께 선다. ⓒ 최원훈


대기실로 돌아와 다시 수갑을 찬 경수는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고 눈물을 떨궜다. 10호는 보호처분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이다. 성장기 청소년에게 2년이라는 시간은 성인 수형자의 2년과는 또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보이스피싱 조직의 몸통이자 주범들은 붙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언론에 보도되는 흉포하고 잔인한 소년범죄는 전체 소년범죄의 1~3%에 지나지 않는다. 대중이 엄벌을 요구하는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의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은 대부분 형사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대중은 소년강력범죄에 대해 소년원 처분이 너무 가볍다고 비판하지만, 실상 소년원에는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거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년원에 가는 아이들은 무슨 범죄를 저질렀을까? 소년원생들의 비행은 생계형 절도와 사기, 폭행, 도로교통법위반, 성범죄, 점유이탈물횡령, 보호관찰등에관한법률위반 등이 대부분이다.

성인들의 범죄에서는 주취 감형과 심신미약, 초범인 점, 피해자와의 합의를 감안하여 정상을 참작해 벌금형과 집행유예라는 가벼운 처벌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가치관이 채 정립되지 않아 외부의 자극에 이성보다 감정으로 반응하는 10대들의 충동적인 범죄에 대해 여론은 관용 없는 엄정한 처벌을 촉구한다. 

소년부 법정에는 소년과 보호자, 법원이 선정한 국선변호인이 함께 선다. 가정과 사회가 소년범죄의 주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책임 또한 크다는 것을 국가가 통감해서이다. 소년범죄를 가정과 학교가 포기한 노는 아이들의 탈선으로 단순화하는 시각은 소년법 개정 및 폐지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만을 지속할 뿐, 소년범죄의 예방과 재범방지를 통한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지원, 국민생활 안전과 법질서 확립이라는 논점에 다가갈 수 없다.

경수의 10호 처분은 온전히 경수만의 책임일까? 대부분의 소년범죄는 어른들의 범죄를 모방하거나 어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소년범죄 처벌강화를 주제로 한 방송 토론회에서 한 고교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조성한 사회를 보며 자랍니다. 이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쳐서 청소년들이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를 조금만 바꿔보면 청소년 범죄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보호처분]
1호.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 위탁
2호. 수강명령
3호. 사회봉사명령
4호. 단기 보호관찰
5호. 장기 보호관찰
6호.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복지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보호시설에 위탁(6개월)
7호. 병원, 요양소 또는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
8호.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
9호. 단기 소년원 송치(6개월)
10호. 장기 소년원 송치(2년)
덧붙이는 글 최원훈 시민기자는 현재 법무부 대전소년원에서 담임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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