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국제 바칼로레아(IB) 보고서, 어떤 내용 담겼나

"IB, 국내 공교육에 참고 필요" 제주교육청-대구교육청 손 들어줘

등록 2019.02.01 19:33수정 2019.02.02 19:41
10
원고료로 응원
교육부에서 연구한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보고서인 '고교 단계 IB AP 교육과정 적용방안 연구'가 완성됐다.

2018년도 교육부 정책연구비로 수행된 이 연구는 지난해 4월 4일에 시작해 6개월 뒤인 10월 3일에 마무리했고, 최근 보고서 수정을 완료했다. 인하대 손민호 교수가 책임연구자를 맡고, 조현영 교수(인하대학교), 진동섭 이사(한국진로진학원), 김기홍(인하대학교), 박진희(인하대학교) 박사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해 진행됐다. 교육부는 조만간 온라인 정책연구 '프리즘'에 이 보고서를 올릴 예정이다.
  

교육부 IB 보고서 교육부 IB 보고서. ⓒ 신향식

 
IB는 서울시교육청의 조희연 교육감이 맨 처음 화두를 던지고,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이 도입하는 토론논술형 교육과정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 IB 본부(IBO, 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 및 대입시험 체제다.

연구진은 이 보고서에서 IB를 국내 공교육에서 도입하기 위해 긍정적으로 연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교육청과 대구교육청의 IB 도입 추진에 사실상 힘을 실어준 셈이어서 반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교육부에서는 IB 도입을 추진하는 일부 교육청의 움직임과 달리 IB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어 왔다. 그럼에도 IB 도입을 검토하는 교육청이 제주도와 대구시를 넘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가 되자 조용히 IB 도입 타당성에 관한 연구에 착수한 것이다.
  

교육부 IB 보고서 교육부 IB 보고서. ⓒ 신향식

 
연구진은 "국가교육과정 차원에서 IB 교육과정을 조사 분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민호 책임연구자는 "IB는 현재 한국의 공교육 체제에서 수용할 수 있는 가장 진화되고 검증된 교육과정"이라면서 "한국 교육은 분명히 IB에서 참고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 이유로 IB 교육과정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IB 교육과정은 교육목표, 교육과정, 수업 그리고 평가에 있어서 핵심역량, 특히 학습력을 키우는 교육에 친화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긴 호흡의 심층적인 배움을 위해 장기간 소과목 이수체제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학습자중심 교육과정을 구현하기 위해 교육과정이 대강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를 교육과정 상에서 설계하여 현장에서 용이하게 과정형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이다. 교과 또는 지식의 융합을 교과 차원이 아닌 학습자의 학습과정 차원에서 구현하고자 하였다는 점이다.


▲비교과활동을 평가에 반영하고 교과와 연계를 강조함으로써 비교과활동이 부실하지 않게 되도록 활동의 질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수 과목을 심화수준(HL)/표준수준(SL)의 수준별로 구분하는 구조로 제시하여 기초와 심화 과목의 구분을 분명히 하였으며, 학생의 진로와 적성별로 선택의 기회를 확대하였다는 점이다.

▲논술형 평가와 절대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이 있고, 이를 교육과정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IBO 당국과 교육과정 운영 학교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IB의 국어과목 평가사례 교육부 보고서에 실린 IB의 국어과목 평가사례. ⓒ 신향식

 
연구진은 IB 교육과정을 한국에서도 활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도 제시했다. 연구진은 "IB의 시범도입 수준에서는 수험생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수능 최저 요구 없는 수시 전형으로 지원하는 것이 큰 영향이 없다"면서 "추후 IB 학생의 숫자가 많아지게 되거나 혹은 KB(한국형 바칼로레아) 시스템 개발을 고려하게 된다면 당연히 대입전형의 변화를 고민해야 하고 그 시뮬레이션은 별도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IB 교육과정이 현재의 대학입시전형과도 충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현재 국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서강대, 이화여대, 카이스트 등 주요 명문대에서 IB 학생들을 수능 최저 요구 없는 수시전형으로 합격시켜 왔다"면서 "우리나라는 이미 수능최저등급 없는 수시전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상 제도적으로 IB학생의 대입은 열려있다"고 밝혔다.

IB학교가 도입되면 IB 전형을 따로 만들지 않더라도, 현재의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지 않는 수시 일반전형을 통해 IB 학생들도 대학진학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IB 학생이라 하더라도 서울대처럼 면접으로 추가 변별을 하는 경우도 있고 성균관대처럼 면접 없이 서류로만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화두를 던지다 2017년 9월 서울시교육청에서 IB 도입 타당성 등을 검토하기 위해 개최한 수업-평가혁신 세미나 장면. 조희연 교육감이 수장으로 있는 서울시교육청이 국내 교육청 중 처음으로 IB 도입방안을 중심으로 한 교육정책 연구에 착수한 바 있다. ⓒ 서울시 교육청

 
연구진은 "각 대학별로 수능최저를 요구하지 않는 전형을 조사해 보면, 서울시내 주요 대학 평균은 50%에 가깝고 전국의 국립대 등을 포함해도 40% 이상이 될 만큼 이미 상당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현재 제주교육청과 대구교육청에서 추진하는 것도 IB 최종점수가 아닌 IB식으로 시험 본 중간/기말고사의 내신점수와 각 과목에서의 과제를 세부특기활동으로 기록하는 생활기록부 기반의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IB 내신(Internal assessment) 과제는 모두 깊이 있는 프로젝트형 수행평가이고, 지식론(TOK), 소논문(EE), 창의체험활동(CAS) 등의 다양한 활동들도 필수로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추구하는 현행 교육과정 체제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을 좀 더 풍부하게 적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추후 IB 학생들이 많아질 경우 공신력 있는 IB 점수를 입학사정에 활용하고 싶으면, 국내 대학에서도 IB 최저 점수를 요구하는 방식의 전형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의 현황과 국내 각 대학의 실정을 고려하여 어느 수준의 최저 점수를 요구할지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별 활동 IB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충남삼성고 학생들의 조별 활동 장면. ⓒ 신향식

 
연구진은 이와 관련하여 아래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교과별로 성취수준과 내용요소 및 범위 등을 다각도로 비교할 수 있는 후속 연구

▲십수년간 국가 교육과정에서 제기되어 왔던 교육과정 대강화 시도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IB 교육과정 체제와 관련해서 그 시사점을 찾는 연구 

▲IBDP에서의 학생 중심, 탐구 중심 수업 그리고 논술식 평가 방식이 그 특성상 엘리트주의나 계층주의와 더 결합되기 용이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점에 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

▲ IB 교육과정과 같은 배움 중심의 철학과 노하우를 반영한 교사 전문성 제고를 위한 양성 및 연수 체제에 관한 연구

  

연구 취지 교육부 IB 보고서의 서론 일부. ⓒ 신향식

 
연구진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과 함께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새로운 실험대에 올랐고 이것은 이미 새 개정 교육과정에 반영되었다"면서 "해외 사례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IBDP 교육과정 등 해외 사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정착시키는 데 있어서'새로운 학력'에 부합하도록 교육과정과 평가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라면서 "새 개정 교육과정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 IB 사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탐색하면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이 연구에서 제시된 대안이나 의견 등은 교육부의 공식 의견이 아닌 연구진의 견해로, 교육부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칠지 교육 관계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교사 세미나 2017년 9월 23일 서울시교육청에서 IB 도입 타당성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교사 세미나 장면. ⓒ 신향식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댓글이나 쪽지로 이메일 주소를 남겨 주시면 교육부의 IB 보고서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교육부는 온라인 정책연구 ‘프리즘’에 이 보고서를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IB 교육과정 #국제 바칼로레아 #교육부 #교육과정 #바칼로레아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