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5.18 모독, '명예훼손' 넘어서는 단죄 필요하다

민의의 전당에서 울려퍼진 5.18 왜곡... 더이상 망언을 묵과할 수 없다

등록 2019.02.12 10:08수정 2019.02.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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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5.18 공청회 발표자로 나선 지만원'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는 지만원씨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 발표자로 나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남소연

 
"광주는 우리의 적입니다!"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해괴한 말이 다른 곳도 아니고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울려퍼졌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이른바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김진태·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공동주최, 발표자 지만원)에서 나온 발언이다.

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서 이종명 의원은 "1980년 광주 폭동이 10년, 20년 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 운동이 됐다, 이제 40년이 됐는데 다시 뒤집을 때"라는 망언까지 일삼았다. 

이날 공청회 자리에서는 소위 '북한군 개입설' 지만원씨의 주장이 재반복됐다. 북한군으로 지목된 광주시민뿐만 아니라 함께 지목된 탈북자들이 잇달아 고소에 나서고 있을 만큼 다시 거론할 필요조차 없는 궤변에 불과하다. 여지없는 '망언 퍼레이드'에 그야말로 '국기문란'의 현장이었다.

더 이상 망언과 왜곡을 묵과할 수 없다

이날 발표자였던 지만원씨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참상을 찍은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에게 "북괴가 찍은 사진을 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세계에 방송하게 한 간첩"이라는 '어이없는' 누명을 씌웠다.

지씨의 5.18 모독은 아주 오래된 일이다. 그는 1981년 광주 현지에서 광주항쟁의 전말을 기록한 <광주백서>를 쓴 필자에 대해서도 "<광주백서>는 소준섭이 쓴 책이 아니라 북한 작가가 대한민국을 모략하기 위해 써준 책이다" "북한 통일전선부가 작성해준 내용들을 (소준섭의) 이름으로 발간한 것이다"라고 단언해왔다. 자신의 '상상'을 마치 사실인양 주장해온 것.

현재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비방 행위에 대한 처벌은 기껏해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을 적용하는 게 전부다. 5.18 민주화운동 참가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일 뿐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며 불기소 처분도 많다.

하지만 5.18 민주화운동 과정의 집단 살해는 이미 "헌정질서 파괴 범죄행위"로 단죄된 국가범죄다. 그 국가범죄에 대한 부인(否認)과 왜곡 그리고 비방 행위는 단순하게 명예훼손 차원으로 간주될 수 없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약속한 공공질서를 공공연하게 파괴하는 행위며, 헌정 파괴와 국기 문란 행위이기 때문이다. 

5.18 왜곡, '국민선동죄'로 처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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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 남소연

 
현행 독일형법 제130조 제3항에는 독자적인 '홀로코스트 부인(否認)금지 조항'이 규정돼 있다. '부인주의'(否認主義, Negationism)는 "역사적 사실의 공개적 부인"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일반적으로 "집단살해의 부인"을 의미한다.

히틀러 나치의 유대인 집단학살, 즉 '홀로코스트'는 독일만 아니라 인류의 비극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도 이 학살행위를 부인하고 왜곡하는 행위가 단절되지 않았고, 되레 네오나치에 의해 발호하는 양상도 존재해왔다.

이는 사회 전체의 집단지성에 대한 도전으로, 이에 대한 법적대응 역시 지속적으로 모색돼 왔다. 그러면서 이러한 왜곡 행위를 더 이상 개인적 법익인 모욕죄의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법익인 공공질서에 대한 범죄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력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1994년 10월 28일 중대범죄대책법(Verbrechensbekämpfungsgesetz)을 통해 홀로코스트부인(否認) 금지 조항이 신설됐다.

여기에서 범죄구성 요건은 행위를 통해 "공공의 평온"이 이미 침해되는 '결과'를 요하지 않으며, 또 구체적으로 위태롭게 할 '위험'의 발생도 요구하지 않는다. 행위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데는 그 행위에 의해 법적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근거 있는 우려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박학모, <기억과 왜곡 사이의 5.18 - '기억의 형법'을 위한 시론>, <광주백서>, 어젠다, 2018 참조).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명백하게 공공질서에 반하는 5.18 왜곡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의 약속이며 함께 존중해야 할 공공질서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한 행위는 마땅히 공공질서를 현저하게 해치는 '국민선동죄'로 단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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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푸단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았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대한민국민주주의처방론>,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유신과 전두환정권에 반대해 수배, 구속된 바 있으며,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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