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나라 바치냐!" 태극기부대 항의 속 김관진 '유죄'

서울중앙지법, 김 전 장관 정치관여·직권남용 혐의 2년 6월 선고... 법정구속은 안 돼

등록 2019.02.21 12:57수정 2019.02.2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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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망치고 싶어 환장했냐!"
"우리가 이런 개 같은 나라에 살고 있어요!"


서울중앙지법 425호 법정이 소란스러워졌다.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유죄가 선고되자 지지자들이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법정 내 경위들이 "조용해 주세요!", "퇴장해주세요!"라고 요청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예 나라를 북한에 갖다 바쳐라!", "당장 북한이 공격하는데 법치 따지고 앉아 있다!"라며 항의를 이어갔다. 김 전 장관 지지자와 취재진으로 가득찬 법정 곳곳에서 가방과 몸에 태극기를 붙인 이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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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 최윤석

 
"자유민주주의 지킨다 주장하면서 자유민주주의 훼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이날 오전 군형법상 정치관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앞서 구속수사를 받다가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난 점, 다른 재판이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해 곧장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유죄가 확정된 직후 김 전 장관은 빠르게 법원을 빠져나갔다. 김 전 장관은 재판 결과에 대한 소회와 항소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항소 여부는 검토해보겠다"라고 답한 뒤 곧장 차에 올랐다. 김 전 장관의 지지자들은 차에 오르는 그를 향해 "장관님 힘내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총선·대선을 전후로 사이버사 부대원들에게 정부·여당 지지, 야권 비난 댓글 약 8800건을 달도록 지시한 혐의(군형법상 정치관여)로 기소됐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직후인 2013년 말 국방부의 사이버사 수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2012년 6월 댓글 공작에 투입할 사이버사 군무원 채용 때 신원 조사 기준을 강화하고 호남 출신은 배제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댓글 여론조작과 국방부 수사 방해 혐의를 유죄, 군무원 채용 시 행위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김관진)은이 매일 작전상황을 보고받고 확인함으로써 사이버사가 수행한 작전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볼 수 있다"라며 "사실관계와 사정이 이러하다면 사이버사 부대원들의 정치관여 행위에 대한 피고인의 지배가 인정된다, 정치관여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사이버사 수사를 축소 및 은폐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장인) 백낙종에게 제시했고 그에 따라 백낙종은 수사 상황을 수시로 피고인에게 보고했다"라며 "이후 백낙종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따라서 백낙종의 행위는 처음부터 제시된 가이드라인에 따른 행동이었고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구체적인 행위를 저질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신원조사를 엄격하게 했다는 점만으로 직권을 남용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호남지역 배제는 사이버사 자체적으로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군무원 채용 시 행위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장관의 행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김태업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국방부장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대통령의 국군통수를 보좌하고 각 군을 지휘·감독할 권한과 의무를 갖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피고인의 정치관여는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함과 동시에 합리적 토론을 통한 정치적 선택을 침해했다, 국기기관이 불법적으로 합리적 토론을 통한 여론 형성에 개입한 것은 어떠한 명분을 들더라도 허용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헌법 5조 2항이 정한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군이 정치에 개입해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한 불행한 역사에 따라 1987년 6월항쟁 이후 명문화된 것이다"라며 "이는 우리 헌법이 달성하려는 기본 가치 중 하나이므로 군은 어느 국가기관보다 정치적 중립이 강하게 요구된다, 국방부 최고 책임자인 피고인이 이를 위반했으니 헌법적 가치를 중대하게 침해한 것이며 국민의 군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대남사이버심리전을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는 방식은 적법한 사이버심리전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피고인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활동이었다고 주장하나 정작 자유민주주의의 핵심가치를 훼손하는 결론을 야기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김 전 장관과 함께 정치관여 혐의를 받은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금고는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역은 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징역과 다른 형벌이다. 다만 임 전 실장은 사이버사령관들로부터 월 100만원씩 2800만원을 받은 것과 관련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과 사이버사령관들의 인식과 의도, 방식을 따져보면 뇌물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역시 함께 재판을 받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정치관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군사기밀 문건을 유출한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한편 지난 19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의 댓글 여론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도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관련기사 : 'MB기무사 댓글공작' 배득식 징역 3년…"군 신뢰 저버려" ).
#김관진 #이명박 #박근혜 #사이버사령부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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