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앞에서 아이가 울음 터트린 이유

[초등학교 입학준비 프로젝트5] 안전한 등하굣길을 위해

등록 2019.02.27 20:47수정 2019.02.2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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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엄마 모교며, 아빠 모교, 동네 초등학교들을 투어해왔던 아들 지상이. 초등학교를 투어해오더니, 아이에게도 학교란 곳이 더욱 친근해 졌다.


그런 중에서도 자신이 가고픈 학교를 직접 선택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학교생활에 대해서도 퍽 설레는 모습이다.

"엄마, 앞으로 초등학교 들어가려면 몇 밤 자야 하는 건가요?"

어느 집 아이는 등교 거부로 걱정이 많다고 하소연을 하던데, 일단 아직까지 우리집 아들은 등교 거부 같은 걱정은 한시름 놨다. 오히려 매일같이 학교 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이는 이리 설레고 신이 나 있는데, 엄마는 불안하다.

"엄마, 걱정마... 이제 지상이도 초등학생이야"

초등학생이 된 게 그렇게도 신이 나던 일이었던가. 단순히 신이 난 것만은 아니라는 거다.


"엄마, 초등학생인 지상이가 뭐 도와줄 일 없나요?"

이제 초등학생이 된다는데 꽤나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예전 내 기억속의 나의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시기. 그때는 어땠을까? 글쎄, 전혀 기억이 없는 걸 보면, 그냥 초등학생이란 게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냥 한 살 더 나이 먹고, 학교 가는 시기 정도로 생각했던 걸까.

하지만, 아들 지상이는 초등학생이 된다는 사실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며 여전히 많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

"엄마, 걱정마... 학교 끝나고 엄마 기다리다가 개가 나타나면, 절대 무서워 하지 않고 '썩 물러가!' 하고 큰소리로 말할 거예요."

시골동네다 보니, 돌아다니는 개들도 많다. 그것도 학교 주변이라고 예외가 없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개들까지. 엄마는 아들의 등하굣길 안전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지상이도 말로는 무서워 안한다고 하지만 저말은 분명 신경이 쓰이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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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 pexels

 

이런 저런 불안감과 걱정으로 휴일 아침, 우리 네식구가 모두 아들 지상이가 입학할 초등학교로 출동했다. 오늘 방문 목적은 학교 주변 곳곳 살피기. 그리고 무엇보다 교통안전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지상아, 저기 멀리서 차오니까 지금 손들고 건너면 되요."

횡단보도 앞에서 쭈빗쭈빗 한발을 내딛었다가 다시 돌아갔다가 그렇게 갈까 말까를 망설이며 꽤나 불안해하는 아들 지상이. 옆에 있는 아빠는 그 모습이 못내 불안하고. 안되겠다 싶어 다시 반복해 교육을 시킨다.

"자꾸 그렇게 갈까 말까 갔다가 말았다 그러면 사고 난다고. 크게 손들고 씩씩하게 건너야지. 다시!"

그렇게 너댓 번 건넜을까. 그럼에도 지상이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 더 나아지겠지 싶어 다시, 또다시를 외치지만, 오히려 지상이는 더 소심해지고 어쩌질 못하는 거다. 그러다 결국 울음까지 터뜨렸으니.

"아빠, 미워!"
"지상아... 아빠는 지상이가 사고날까봐... 그래서 걱정 돼서..."


아빠는 아빠대로 화가 나고, 아들 지상이도 지상이 대로 화가 몹시 났다. 엄마인 내가 봤을 땐 그랬다. 지상이는 잘한다고 했는데. 그동안 배워온 대로, 횡단보도 앞에서는 손을 들고 차가 오는지를 두루 두루 살피고 차가 오지 않을 때 건너기. 그 법칙대로 건너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한 벌 더 앞서서, 멀리서 차가 올 때는 건너도 된다며 손 들고 씩씩하게 건너라 지시했던 것. 멀리서 오는 차에 불안한 아들은 나갔다 말았다 주춤하고 더욱 불안해하더라는 거다. 결국 중재에 나선 엄마.

"지상이가 고학년도 아니고, 이제 초등학생 1학년 되는 건데,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말아요. 지상아! 지상이가 배운 대로 멀리에서 오더라도 차가 올 때는 무조건 멈추고 차가 없을 때 손들고 건너는 거야~ 지상이가 맞아."

엄마의 말에 그제서야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는데, 표정을 보니 이제 좀 기분이 풀린듯하다.

"아빠도 미안해. 아빠가 잘못생각 했어. 차가 없을 때만 건너야 해"

아빠도 아들도 서로 간에 오해를 풀고, 다시 우리 네식구 다같이 씩씩하게 횡단보도를 건넌다. 앞으로 부모로서 엄마도 아빠도, 이런 불안감은 더하면 더했지 없어지지는 않을 듯하다.

"우리 아이 학교생활 잘할 수 있을까?"
"아직 한글 읽는게 완벽하지는 않은데, 학교수업 잘 따라갈 수 있을려냐?"


이런 저런 걱정들이 많다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걱정이라면 아이의 등하굣길 안전에 대한 걱정이 크다.

"차조심하고~"

맞아. 예전 초등학교시절에 등하굣길에 엄마가 내게 늘 반복하며 강조했던 이 말. 그게 이런 부모들의 마음에서 나온 말이였구나.

여기에 나는 하나를 더 보태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건넨다.

"지상아, 차조심하고. 개조심하고~"
"알아 알아, 지상이 이제 초등학생이야."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초등학생 #초등학교입학 #등하교길 #차조심 #개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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