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평 받는 재정개혁특위, 내부에선 '독립성 보장 안됐다' 불만

[해설] 종부세 개편안 이어 마지막 재정개혁보고서도 기대치 밑돌아

등록 2019.02.27 15:59수정 2019.02.27 16:00
0
원고료로 응원
10개월간의 공식 활동을 마무리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아래 재정개혁특위)가 혹평을 받고 있다. 재정개혁특위가 내놓았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은 '맹탕'이란 비판을 받았고, 마지막으로 내놓은 재정개혁보고서도 "장기적 관점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정개혁특위 내부에서는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개혁안이 나오기 어려웠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조세 개혁 위해 출범한 재정개혁특위, 보유세 개편 기대감 컸지만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해 4월 국민들의 조세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공평 과세 확립을 위한 세재 개혁안 마련을 위해 출범했다.

강병구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은 당시 출범식에서 "세입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조세의 형평성과 효율성의 조화를 모색하고 공평과세를 통해 분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재정개혁특위 출범 이후 가장 관심이 높았던 것은 부동산 보유세 문제였다. 당시 서울 집값 급등에 따른 문제가 지속되고 있었고, 자산불평등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유세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졌던 때였다.

이런 가운데 '개혁'이라는 이름을 내건 재정개혁특위가 출범하자, 부동산 보유세 개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재정개혁특위가 종부세 개편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종부세 인상안, 이명박 정부 수준에도 못미친다"
  
a

지난해 6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토론회 '바람직한 부동산 세제 개혁 방안'토론회에서 최병호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종합부동산세제 개편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재정개혁특위는 지난해 7월 종합부동산세 개편 권고안을 발표했다. 당시 재정개혁특위가 내놓은 종부세 인상안을 보면 종부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제비율)은 매년 5%p, 세율도 각 과표 구간마다 0.05~1%p 인상하도록 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인상안이었다. 참여연대는 "재정개혁특위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권고안은 이명박 정부의 감세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는 정도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미약하다"고 혹평했다.

재정개혁특위는 실거래가격 대비 낮은 수준인 공시가격의 현실화 방안도 내놓지 않았다. 재벌 부동산에 적용되는 별도합산(토지) 세율의 경우, 주택 종부세 세율 인상안(최대 2.5%)보다 낮은 0.7~0.9% 수준을 적용하라고 권고해 '재벌 봐주기'란 지적도 있었다.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은 지난해 7월~8월 서울 집값 폭등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부세 인상이 예상보다 강도가 낮아 시장을 오히려 자극했다는 것이다.
 
"종부세 개편안으로 오히려 서울 집값 급등 계기 마련"

 
a

강병구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4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기획재정부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당시 특위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예상보다 강도가 낮아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하면서 상승의 불씨가 있었던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박원순 시장 발언이 기점이 되면서 집값이 불이 붙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도 "재정개혁특위 활동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종부세에 대해 후퇴된 안을 내면서 서울 집값 폭등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집값이 폭등하면서, 결국 정부는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정개혁특위가 낸 방안보다 더 강한 종부세 인상안을 발표한다.

주택 종부세율을 최고 3.2%까지 인상하는 방안인데, 이는 특위가 제안한 인상안(2.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러면서 재정개혁특위의 입지도 상대적으로 좁아지기 시작했고, 여론의 관심도 뜸해졌다.

마지막 보고서도 혹평... "장기적 안목 부재"

재정개혁특위가 마지막으로 내놓은 '재정개혁보고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위는 재정개혁보고서를 통해 1주택자 양도소득세 합리화, 상속증여세 과세체계 개편, 주식 양도차익 과세대상 확대 등을 제안했다.

장기적인 안목의 제안은 아니라는 평가다.

참여연대는 지난 26일 논평을 내고, "이러한 과제들로는 정부가 주창하는 포용국가를 달성하기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며 "용두사미로 종결된 특위 활동에 강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도시연구소도 "장기적인 재정 개혁에 대한 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김성달 경실련 팀장은 "보유세를 강화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추진해왔던 재정개혁특위가 지난해 종부세 개편안을 기점으로 흐지부지되기 시작했다"며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했던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 문제도 재정개혁특위에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내부에선 불만도 제기... "독립성 보장했어야"

재정개혁특위 내부에서도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가 위원 선정 등 재정개혁 특위 운영에 독립성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면서 '개혁안'이 나올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정개혁특위의 한 위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열어놓고 난상토론을 하고 결론 내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고, 위원들이 제안하는 것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었다"며 "운영하는 입장(정부)에선 엉뚱한 안이 나오지 않을까(우려하고, 정부 생각과)비슷한 안이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정개혁특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도 "특위 위원 선정에서도 정말 개혁적인 인물들은 배제가 됐다"며 "의제 설정 과정에서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반발한 일부 특위 위원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재정개혁특위 #종부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