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어떤 단체인가?
"이주민 중에서도 외국 출신 이주여성의 인권 이슈를 다루는 곳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주여성 전용 피해쉼터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전국에 여섯 군데의 쉼터를 운영하고 있고, 일선에서 이주여성들을 위한 상담을 전국에 지부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이주여성이라고 하면 흔히 결혼이주여성만이 아니라, 결혼이주여성을 포함해서 유학생, 노동자 등 외국출신 여성은 다 포함한다. 그래서 이주여성만을 단일 이슈로 다루는 곳은 저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주여성들이 느끼는 여러 가지 생활의 문제에서부터 극단적인 폭력피해의 문제까지 쭉 그런 현장을 다루는 것을 한편으로 하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자신의 권리를 잘 지키면서 정착하도록, 그러면서 한국사회 평등한 시민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적응지원을 하는 역할을 한다."
- 허오영숙님 소개도 부탁드린다.
"센터에서 한 12년째 일하고 있다. 단체는 2000년에 만들어졌고, 나는 2007년부터 활동을 했다. 대표로 일한 지는 올해 3년째다. 저 말고 저희 지부가 여섯 개가 있는데 지부대표 중 한 분이 공동대표다. 그중에 제가 상임대표 역할을 하고 있는 거다.
그전에 지역에서 여성운동단체에 있었고 자연스럽게 여성 플러스 소수자운동에 되게 관심 있었다. 2000년 대 초반 정도에 당시 하던 여성단체를 정리하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가져보려고 준비를 하던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소수자 영역으로 고민 들었던 게 이주 쪽이었다. 2004년에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는데 당시에 고용허가제를 둘러싸고 막 쟁투가 벌어지고 이주노동자들 농성하고 이럴 때다.
그런 것들 쫓아다녀 봤는데 다 남성노동자들이었다. 큰 주장하는 내용과 이주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라는 것에는 동의가 됐는데 그전에 여성단체에 오래 있어서 그랬는지 남성들 하고는 일을 못하겠더라. 이주여성만을 다루는 데가 있나 찾다가 목적하는 바나 활동 내용들이 추구하는 것과 맞는 것 같고 그래서 자발적으로 왔다.
처음에 들어와서 과거에 여성운동 경험도 있고 그래서 좀 쉽게 생각했었다. 여성운동의 이주여성 버전이겠지.
그런데 하나도 모르겠더라. 심지어 전화도 못 받았다.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러니까 제도를 몰라서. 예를 들어서 '제 비자 어떻게 되는 거에요?' 하면 제가 그 비자를 모르는 거다. 한국사람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영역이다. 호소하는 내용을 듣고 이거는 어떻게 해결하면 되겠다, 어떻게 연결해서 하면 되겠다라고 자유롭게 되는데 한 2~3년 걸리는 것 같다."
'존재'를 구획하는 제도들
- 유럽같은 곳은 3개월 동안 비자없이 가기도 하는데, 한국 같은 경우는 보통 결혼이주로 많이 들어오시는 분들이 일정기간 비자 없이 들어올 수 있나?
"결혼비자를 받고 들어와야 한다. 우리가 비자체계가 35개가 넘는데,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다. 그래서 그 비자 특징을 하나하나 다 알아야 되는 거다. 서른 다섯 개를 어떻게 다 알겠나. 이주여성들이 주요 갖고 있는 비자, 저희한테 상담이 많이 오는 비자들이 있다. 결혼, 고용허가제, 노동 관련한 비자, 그런 건 한 5~6개 정도다. 그거는 이제 거의 출입국공무원 수준으로 알고 있어야 된다.
90일 이상 장기 체류할 사람은 신분증을 만들어야 된다. 외국인 등록증이라고 하는 별도의 외국인 신분증이 있다. 주민등록증에 5, 6으로 시작하는 경우는 외국출신의 귀화한 경우다. 그러니까 귀화 과정도 알아야 한다. 결혼비자로 귀화한 사람하고 일반 귀화하고 또 다르다. 결혼한 여성이 이혼을 했느냐, 남편이 사망했느냐, 자녀가 있느냐, 부부 생활을 유지 하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귀화과정이 또 다르다. 그러니까 국가가 외국인에 대해서 세심하게 통제하는 거다."
- 결혼비자를 받아서 결혼을 했더라도 다 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 같은데.
"불허율이 높다. 귀화할 때 시험 보는 것들이 있다. 필기시험, 면접시험, 면접시험 볼 때 면접 시험 예상문제를 보면 애국가 가창 여부나 예의 및 태도 같은 것이 있다. 선주민이 보기에는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되는데 이주여성들 입장에서는 그 자체가 생존의 문제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국가주의를 많이 느낀다. 국가가 외국인을 어떻게 대하는가. 이방인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면 그 국가의 철학이 보이는 것 같다. 이주여성 쪽으로 오면 정말로 통제적이고 가부장적이고 그런 것들을 되게 많이 느낀다.
그리고 결혼비자도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게 최대 3년까지 줄 수 있다. 3년 이내다. 심지어 부부관계 유지를 안 하고 있다고 하면 3개월을 준 사례도 있다. 그러니까 돌아서면 체류연장 하러 가야 된다. 체류연장을 못하면 불법이 되는 거다. 미등록 체류가 된다. 그래서 결혼비자에서도 1년에 천 명 넘게 미등록 체류가 발생을 한다."
'있음'을 허락 받아야 하는 삶
- 그렇게 되는데 지자체에서는 막 이주여성과의 결혼을 주선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 사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이 받는 비자는 F6인데 비자 이름이 결혼이민비자이다. 법적용어도 결혼이민자다. 저희가 결혼이주라고 쓰는 이유가 이민이면 정주 개념인데 정주를 안 주지 않나. 아이가 없는 상태에서 한국 남성이랑 협의 이혼하면 돌아가야 된다. 그래서 정주 개념이 아니다.
제도는 인종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성격이 있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해서는. 그러니까 귀화할 때, 처음에 신청할 때는 배우자 동반이다. 한국인 배우자가 안 해줄 생각이 있으면 끝까지 안 해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니까 이게 굉장한 권력이 된다. 남편이, 부부싸움하다가도 그게 아주 심각한 상황이 아니어도 너 체류연장 안 해 줄 거야, 너 귀화 안 해줄 거야. 이렇게 되는 거다. 한국인 배우자에게 주어진 그 권한 때문에 한국인 배우자가 자신이 마치 판단관인 것처럼, 자신이 판사인 것처럼 그렇게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다.
그런데 이제 거기에 예외는, 그 예외를 만들기 위해서도 굉장히 많이 노력했는데 자기 책임이 아닌 걸로 이혼하는 경우, 대부분이 폭력문제인데. 그것도 처음에는 안 됐다가 운동 단체들이 운동을 해서 얻어낸 거긴 한데 그걸 법적으로 증명을 해야 한다. 반드시 재판 이혼을 해야 하는 거다. 그래서 이주민 쪽도 법률 브로커 시장이 존재한다. 출입국 사무소 근처 가면 체류연장, 행정 대행 이런 게 많은 이유가 그게 다 돈 되니까 그런 거다. 체류연장하고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복잡하고 불안하기 때문에 그 시장이 돌아갈 수 있는 거다."
보편적 출생신고가 필요한 이유
- 양육권은 어떻게 되는가?
"양육권은 또 다른 문제다. 양육권은 소송을 해서 받을 수 있다. 양육권이 있으면 보통 체류연장을 해준다. 아이가 있으면 다 유리하다. 그러니까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에 대해서는 국가가 어떤 혈통중심적인, 한국계 혈통을 유지하는 인구정책 성격이 강하다.
최근에는 복잡한 사례가 많아졌다. 처음에는 한국남편이랑 결혼해서 들어왔다. 그사이에 자녀를 낳으면 이 자녀는 한국국적이다 그런데 남편이 죽었거나 그래서 이 여성이 자국 출신 남성하고 한국에서 둘째를 낳았다. 이 아이는 한국국적이 안 된다. 그런데 이 두 번 째 만난 남자도 괜찮은 사람이 아닌 경우, 그냥 증발해버린 경우에 이 아이는 출생등록도 못하고 이런 경우도 생긴다. 그러면 이 여성이 자국 대사관 가서 출생신고를 해야 된다. 그래서 보편적 출생신고 캠페인을 하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자국 대사관에서는 또 다른 한국남성의 아이이면 한국국적일 수 있으니까 이 아이에 대해서 친부와 유전자 검사를 해 오라고 한다. 그런데 친부는 이미 도망가고 없다. 그러면 이 여성은 어떻게 하겠나. 첫 번째 아이는 아동수당 받을 텐데 둘째는 그것도 못 받는다. 한 여성이 낳은 아이인데 그런 거다. 이런 게 실제로 현실에서 2019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 고용허가제로 비자가 있는 노동자들도 겪는 차별이 많을 것 같고, 결혼이주여성이 아닌 여성들이 겪는 문제점들이 있을 것 같은데.
"일반화하긴 어려운 것 같다. 외국인 이주민 특히 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기본적으로 있지 않나. 그리고 여성에 대한 무시,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는 무시, 편견, 그리고 약간 피부색 짙은 것에 대한 것, 그런 게 다 포괄되어서 나타난다. 서구를 선망하는 사회다 보니 한국만 그러진 않겠지만 어쨌든 출신국에 대해서도, 언어에 대해서도 다 등급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어디 SNS에서도 막 돌아다니는데 한 캄보디아 유학생 누군가가 썼다라는 글인가, 한국에 와서 절대 한국어 배우지 말라고, 영어를 할 줄 알면 그냥 영어만 쓰라고. 영어를 쓰면 대접을 받지만, 캄보디아 사람이 한국어를 잘하면 무시밖에 안 당한다고.
또 다른 나라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예를 들어서 유니세프 같은 데서 하는 구호광고도 상당히 인종차별적이라고 생각한다. 빈곤을 되게 상품화해서 구호를, 원조를 구하는 방식의 캠페인이 굉장히 많다. 또 폭력피해나 이런 것들을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소수자는 쉽게 일반화가 된다.
필리핀 한 여성이 뭐라고 얘기하면 필리핀이 다 그런 게 되는 거다. 그렇게 일반화되니까 폭력피해 이슈를 주로 다루는데 그렇지만 그 얘기를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결혼이주여성들은 다 맞고 사는 것 같은. 그래서 다 한국사람들이 선한 의지로 이주여성들 불쌍하니까 내가 도와줘야지, 이런 선민의식을 갖게 만드는 게 아닌가. 그런 고민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