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훼손, 한국은 방치... 잊혀버린 조선왕조의 흔적

[주장] 3.1절 100주년과 서삼릉 그리고 조선왕조 태실

등록 2019.02.28 15:07수정 2019.02.28 15:07
2
원고료주기
경기도 고양에는 조선왕릉 가운데 하나인 '서삼릉'이 있다. 한양의 서쪽에 있는 세 개의 능이라 해 그렇게 이름이 붙은 서삼릉은 희릉, 효릉, 예릉으로 이뤄져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희릉과 예릉은 대중에 공개돼 있지만, 효릉은 비공개 상태로 관리되고 있다. 서삼릉 비공개 지역에는 효릉뿐 아니라 후궁묘역, 소경원(인조의 장남 소현세자) 그리고 조선의 왕자·공주의 태실 54기가 같이 있다. 이 역시 비공개 상태로.
 
a

태실 전경. ⓒ 강구섭

a

태실 전경. ⓒ 강구섭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 일본은 전국에 흩어져 있던 조선왕조 태실을 효릉 인근에 모두 모은 뒤 구 중앙청 형식과 유사하게 날일자(日) 형태로 배치했다. 또한 서삼릉을 신사참배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본래 형태를 훼손해 공원 형태로 만들었다. 또한 전국의 태실을 파헤쳐 서삼릉으로 옮기면서 태를 보관했던 이조백자, 도자기 등을 모두 빼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조선 왕조 태실을 파헤친 후 한 곳에 모아놓은 이유는 명확했다. 바로 우리의 민족정기를 짓밟고 훼손하기 위해서였다. 우리의 정신과 생각을 바꾸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고 '조선침략과업'을 수행하는 와중에 조선 왕조의 태실이 그런 만행을 겪은 것이다.

그렇게 일본은 그 오래 전, 우리의 정신을 훼손하기 위한 행위를 필사적으로 자행했다. 그렇다면 민족의 존엄을 무참하게 훼손당한 우리는 해방 이후 무엇을 했어야 하고 또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해방 후에도 '개발' 단행한 정부... 일본 비판 자격 있을까 
 
a

일제강점기 일본이 조선 왕조 태실을 훼손한 사건을 다룬 '경향신문' 기사. ⓒ 강구섭

  
a

조선 왕조 태를 안치한 자기 모형. 태는 태아의 생명력을 부여한 것으로 생각하고 자손을 출산하면 그 자기나 석실을 만들어 보관하였으며 왕실인 경우 국운과 관련이 있다고 하여 더욱 소중이 다루었다고 한다. ⓒ 강구섭



일제에 의해 훼손된 서삼릉을 비롯한 태실을 제대로 원상복귀하거나, 잘 관리하여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후손이 그로부터 역사의 교훈을 배워, 다시는 그런 치욕스러운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서삼릉 그리고 조선 왕조 태실은 지금까지 어떻게 관리됐는가.

100만여 평에 이르는 서삼릉에 1965년 각각 20만 평, 18만 평 규모의 골프장이 건립되면서 본격적으로 훼손되기 시작했다. 1968년에는 7개의 능을 연결하는 숲이 파헤쳐져 가축을 키우는 40만 평 규모의 농협 방목목장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해서 서삼릉은 오랫동안 우유개량사업소 종우목장의 초지로 사용되고 있고, 1988년에는 11만 평 규모의 마사회의 종마목장까지 들어서 말이 노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만들었던 역사를 비판할 입장이 아닌 것이다.

일본은 그 오래전 조선왕조 태실을 마구 훼손했는데, 해방 7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조선왕조 태실은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서삼릉 비공개 지역 또한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서삼릉 비공개 지역에 있는 조선 왕조 태실의 역사를 민간 차원에서 보존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서삼릉태실연구소(소장 김득환)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관계 단체를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서삼릉 비공개 지역 개방을 요청하고 있지만 관계 기관에서는 수십 년째 '검토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해서 한다"고 한다. 
 
a

지난해 8월 서삼릉 태실 공개답사 행사에서 태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서삼릉태실연구소 김득환 소장. ⓒ 강구섭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비롯해 일본은 현재까지도 우리의 주권에 위해를 가하기 위한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고 우리는 그러한 일본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서삼릉과 조선 왕조 태실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지금 90년 전 일본의 수준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3.1 만세운동 100주년인 올해,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고 있다. 3.1 독립운동의 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미래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3·1 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이때, 무성의와 무관심 속에 쓸쓸히 역사의 한켠에 방치돼 있는 서삼릉과 조선 왕조 태실을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본 내용은 서삼릉태실연구소에서 펴낸 자료(서삼릉의 어제와 오늘)의 내용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서삼릉태실연구소는 3월 1일 11시 서삼릉 비공개 지역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 서삼릉태실문화제를 개최합니다.
많은 관심바랍니다(문의: 031-965-3339).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에서 공부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AD

AD

인기기사

  1. 1 추미애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다
  2. 2 인헌고 학생, 교사 출근 저지하고 "교감 내쫓아라" 조롱
  3. 3 윤석열의 검찰이 청와대 담을 넘고 있다
  4. 4 2003년 강금실과 2019년 추미애, 같은점과 다른점
  5. 5 [단독] "숨진 수사관, 울산지검 조사 후 너무 예민... 잠도 못 잤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