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안에서 톡톡... 봄을 먹었다

마산 진동면 고현리 미더덕마을에 다녀오다

등록 2019.03.04 16:02수정 2019.03.04 16:02
0
원고료로 응원
3월, 이젠 정녕 봄이다. 어시장에 갔다가 좌판에 올려진 깐멍게를 보고 미더덕이
생각났다. 멍게와 미더덕을 좋아하는 나는 이맘때면 집에서 가까운 통영과 진동에
직접 가서 싱싱한 멍게와 미더덕을 사다 먹으며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작은 바닷가마을인 마산 진동면 고현리로 향했다. 진동만은 전국 미더덕 생산량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전국 최대 산지다. 우리나라에서 미더덕 양식이 최초로 이뤄진 곳이기도 하다. 진동만 일대 수온이 미더덕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데다 먹이가 되는 식물성플랑크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을에 도착하여 바닷가에 정박해 있는 일명 뗏목으로 불리는 선별장들을 살펴보았다. 작업을 하는 곳도, 미더덕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아직 이른가보다' 돌아서려는데 한 곳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린다.
 

양식장에서 1차 수확한 미더덕은 일명 뗏목이라 불리는 선별장으로 가져와서 이물질을 제거하고 일일이 사람손으로 껍질을 벗겨 포장한다. ⓒ 김숙귀

  

아직 알이 덜 차서 몸집이 작다. 하지만 건네주는 한 알을 입에 넣는 순간, 입안에 가득 봄의 향기가 퍼진다. ⓒ 김숙귀

 
반가운 마음에 걸쳐놓은 다리를 조심스레 딛고 내려가보니 미더덕을 까고 있었다.
양식장에서 수확한 미더덕은 선별장으로 가져와서 이물질을 제거하고 하나하나 일일이 사람 손으로 껍질을 벗겨낸다. 미더덕을 사러 왔다는 말에 작업을 하던 어르신은 '첫물이라 아직 알이 덜찼는데...' 하시고는 먹어보라며 미더덕 한 알을 주셨다.

입안에 퍼지는 상큼하고 향긋한 기운!  '그래, 이 맛이지' 나는 만 원을 주고 미더덕 1㎏을 샀다. 싱싱한 미더덕회도 먹고 된장국도 만들어 먹으리라. 온 김에 미더덕덮밥도 한 그릇 먹기로 했다. 고현마을에는 서너 곳의 횟집이 이 지방의 특미인 미더덕덮밥을 만든다. 그 중에서도 원조격인 이층횟집은 2년 전 TV에 소개되고 난 뒤 밀려드는 손님들로 한바탕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아직은 한산한 식당에서 봄을 먹었다.
 

미더덕 껍질을 벗겨내는 작업. 이 작업은 기계가 할 수 없고 일일이 사람손으로 해야한다고 한다. ⓒ 김숙귀

  

미더덕껍질을 벗기는 칼은 특이하다. 주름진 손과 엄지에 두른 반창고에서 어민의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 김숙귀

진동만 어민들은 해마다 6월에 채묘(종묘를 양식장 내부 그물에 붙이는 일)를 한 후, 다음 해 1월에서 7월까지 미더덕을 수확한다. 그중에서도 알이 차는 3-5월에 수확하는 미더덕이 가장 향이 짙고 맛이 좋다.

붉은 색을 띠고 통통하며 향이 강한 것이 싱싱한 미더덕이다. 미더덕은 오메가3와 DHA가 풍부하여 시력과 심혈관질환에 좋고, 항산화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피부와 노화방지에 효과적이다. 또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성인병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고현마을 이층횟집의 미더덕덮밥. 몇 년전 처음 갔을 때 주인할머니께서 직접 밥을 비벼주시며 숟가락으로 힘을 주어 살살 눌러가며 비벼야 미더덕향이 밥에 스며들어 맛있다고 했다. ⓒ 김숙귀

 
향긋하고 상큼한 맛이 일품인 미더덕은 된장찌개는 물론 회, 튀김, 전, 찜 등으로
다양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다. 해마다 4월에 진동면 광암항에서 미더덕축제가 열린다. 흰 멍게, 또는 오만디라고도 불리는 오만둥이도 볼 수 있는데 미더덕에 비해 껍질이 두꺼우면서도 부드럽고 쫄깃해 독특한 식감을 지니고 있다.

고현마을에는 이층횟집, 고현횟집 등 몇 군데 식당이 제철 미더덕덮밥을 만들어 내놓는다. 미더덕덮밥으로 제대로 봄의 미각을 느꼈다면 근처에 일명 '콰이강의 다리'로 불리는 저도연육교(영화 <인디언 썸머>의 촬영지)나 드라마 <김수로>, <근초고왕> 촬영지인 해양세트장을 여유롭게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마산 진동면 고현리 #미더덕마을 #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연도별 콘텐츠 보기